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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계정이 아니라 사람들을 잃는 줄 알았다

by 달그락달그락 2026. 6. 13.

 

식겁했다. 페이스북 강제 로그아웃이 되더니 비번 입력해도 로그인이 안 됐다. 모바일은 먹통이 되었고, 웹도 로그인하니 어머나어쩌고 하면서 이상한 문구가 떴다. 해킹이 되었는지,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가슴이 내려앉을 정도로 문제인 이유가 뭐였을까? 페북 복구하면서 생각이 많았다.

 

식겁했던 이유? 먼저는 10년 넘게 끄적여 온 내 일상의 기록이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블로그도 있으니 어느 정도 보완이 될 문제라고 여겼지만, 이보다는 그 시간에 연결된 사람들의 관계가 사라진다는 것이 나를 힘들게 했다.

 

매일 어느 순간에 만난 사람들과의 기록, 그들과의 대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 페이스북이었다.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었다.

 

청소년자치연구소, 길위의청년학교 등의 페이지도 내 계정을 통해 만들었다. 이곳은 활동 공간이고 네트워킹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 이곳도 없어질 수 있다니 갑자기 멘붕이 오기 시작했다.

 

글로벌 웹사이트 접속 장애 모니터링 사이트인 '다운디텍터(Downdetector)'에 따르면, 어제 장애 발생 직후 페이스북 한 곳에서만 순식간에 10~13만 건이 넘는 장애 신고가 폭증했단다. 내 계정의 문제가 아니었다. 메타에 어떤 오류가 생긴 모양이다.

 

AI에게 물어서 어플 지웠다가 깔고 비번 찾아서 다시 찾아 들어갔더니 원상태로 되었다. 마음이 편해졌다.

 

 

토요일 밤이다. 방금 미얀마 청소년, 청년들과 국제교류활동을 마쳤다. 1년여간 각국의 사회문제를 가져와서 토론하고 논의하여 프로젝트 만들어 실천하는 달그락의 Y.S.D 활동이다.

 

 

어제 밤에는 길위의청년학교 이사회를 마친 후 몇 분 이사님들과 식사하고 10시 넘어서까지 쉴 새 없이 대화했다. 자주 만나는 분들인데 대화 내용이 끝없이 이어지고 깊어진다는 게 신기하기만 한 분들이다. 두 분은 지난주 지리산 워크숍에서도 함께하면서 새벽녘까지 이야기 했던 분들이다.

 

삶은 기억()으로 남는다. 남김의 공간이 머리와 가슴일 수도 있지만, 나를 보면 대부분 망각의 강으로 흘러가서 사라져 버리거나 마음대로 조작되어 떠다닌다. 책을 쓰기도 하지만, 이런 온라인 공간에서 일상을 소소하게 남기는 게 장점이 많았다. 혼자만의 기억이 아닌 일상에 함께하는 이들과의 추억이 같이 남는 곳이어서다.

 

식겁과 불안의 이유는 결국 내 삶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느낌에서 연유한 것 같았다. 어쨌거나 페북은 복구되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상 안에서 뿌듯함을 붙잡고 살아가는 단편적인 기억을 이렇게 기록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