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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영화와 책

참교육, 통쾌함과 불편함 사이: 사이다 뒤에 숨은 파시즘

by 달그락달그락 2026. 6. 15.

참교육지난주 드라마가 나오자마자 학교에 대한 내용이라고 해서 3편까지 보고 비판적인 글 하나 끄적거렸는데 댓글이 많이 달렸다. 그중 모두 시청하고 글 쓰라는 충고가 많았다. ‘파시즘에 대한 고민이 못마땅한 분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학교폭력 안 당해봤나 봐요?”라는 질문까지 받았다.

 

 

 

참교육

‘참교육’은 비폭력이었다. 모든 교사들이 학생들을 개(?)패듯이 두들겨 팼어도 참교육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때리지 않고 대화 하려고 노력했다. 야만의 시대에 참교육을 실현하려고 삶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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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일정이 많았다. 그래도 친구들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라고 하니 일주일에 걸쳐 배부른데도 밥을 꾸역꾸역 먹듯이 10화까지 봤다.

 

전체 내용은 나쁘디 나쁜 가해자 놈들이 있고, 약하고 착하기까지 한 피해자가 있는데, 이들 피해자를 위해서 범죄도시와 같은 학교에 마동석 대신 나화진이 나타나 악을 척결하는 내용이다. 카타르시스 쩐다.

 

드라마는 각 화별로 특정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정순신 아들 학교폭력 논란,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 각종 교권 침해 사건, 청소년 폭력조직 사건, 고 송경진 교사 사건, 학교폭력 은폐 사건들이다.

 

스토리의 모티브가 된 사건이라고 알려졌으나, 제작진은 "특정 사건의 드라마화가 아니라 여러 현실 문제를 재구성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실에서 우리 모두가 느끼는 교육 문제를 극단적으로 압축한 사회 풍자물에 가깝다는 말이다.

 

현실과 다른 결말을 내고 있고, 그 과정도 악의 무리들이 행하는 방법으로 소탕하는 사이다인 드라마다. 범죄도시의 또 다른 마동석이 학교에 나타난 나화진(김무열)’인 셈이다. 나쁜 놈들 두들겨 팰 때 기분이 좋아진다. 보는 내내 나쁜 놈들은 벌을 더 받기를 바라면서 보게 된다. ‘사이다가 주제인 셈이다.

 

 

나쁜 놈 때려 잡는 사회풍자물로만 보기에는 청소년 현장에서 오래 활동한 내 입장에서는 드라마의 내용 측면에서 거슬리는 부분이 많았다.

 

첫째,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가해자들의 긍정적 변화는 거의 없다. 만약 문제 청소년을 두들겨 패서 문제가 해결되었다면 아마도 내 팔은 보디빌더 선수보다도 더 굵어져 있을 것이다. 사람은 폭력으로 변하지 않는다. 두려워할 뿐이고 폭력이 사라지는 순간 더 큰 폭력이 나타난다.

 

둘째, 피해자들의 자기 주도성과 문제 해결성을 모두 거세해 버렸다. 교사도 학생도 자기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지 않는다. 슈퍼맨 같은 나화진과 교권국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 1990년대 후반에 학교의 폭력적인 문화를 해결한 주체는 청소년들과 이를 지원하는 교사들이었다. 학생들은 두발자율화 문제부터 체벌 문제 등에 항의하고 연대하며 저항했다. 그들의 커뮤니티가 커졌고, 국가인권위에 제소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문제 해결의 중심에 청소년들이 있었다.

 

세 번째, 지난번에도 주장했었던 파시즘적 성격이다. 교권국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공권력이 폭력을 행사해서라도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능 해결사로 비추어진다. 국가 공권력이 아무런 견제 없이 마음대로 움직이는 순간 괴물이 된다. 문제는 이러한 공권력이 선하게 나오면서 가해자들을 폭력으로 응징하면서도 어떠한 법적 제재도 받지 않게 된다.

 

넷째, 기계공고, 마이스터고 등 전문계 학교를 무슨 악의 소굴로 그려 놨다. 최근 기계공고 교사가 언론에 기고한 글을 꼭 읽어 보기를 권면한다. 극의 재미를 위해서 그런 환경으로 그려 놨다지만 우리나라 전문계고교의 극단적인 모습을 일본 만화의 폭력적인 모습으로까지 보일 정도다. 전문계고 학생들을 사회문제시하는 그 거지 같은 담론을 깨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했는지 안다면 이런 식으로 그리지 못한다.

 

다섯째, 왜곡된 현실과 사회적 담론이다. 대표적으로 촉법소년 논란과 거짓 성추행 신고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 문제다.

 

촉법소년 논란은 꽤 긴 시간 논쟁 중이다. 대부분의 국민 정서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81% 내외)을 지지한다. 심지어 10세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는 비율이 20% 내외까지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낮추지 못한다. 관련 전문가들의 반발 때문이다. 청소년을 아는 전문가들은 현재 나이나, 오히려 나이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교정시설에 더 투자하고 10대에 문제를 개도할 수 있도록 집중하는 것이 우리 사회 경제와 안전을 위해서도 좋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강도, 강간, 마약 등 중범죄에 한해서는 촉법소년과 관계없이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연결되어 있다. 강력범죄는 단죄하는 게 옳다만, 경미한 범죄나 문제는 가능한 교정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서 긍정적 변화에 집중해야 옳다.

 

또한 남교사의 여중생 성추행 건으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 2017년 송경진 교사의 성추행 의혹 이후 관련 학생들이 탄원서를 제출하며 오해를 풀고자 노력할 정도로 사실이 왜곡된 상황이었다. 결국 경찰에서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내리고 내사를 종결했으나, 당시 학생인권센터의 무리한 직권조사 강행이 이어졌다. 경찰은 혐의 없다고 했는데 센터에서 중징계 처분을 권고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극단적 선택이 있었던 사실이다.

 

20206, 서울행정법원이 송 교사의 '순직(공무상 사망)'을 인정했고, 20213,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고인에게 내려졌던 직위해제 처분마저 '부당하므로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그럼에도 관계자들은 유족을 향한 진심 어린 사과나 책임 인정은 없었다. 이런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지만 드라마에서는 여학생만을 철저히 가해자로 그려 놨다. 학생과 교사의 문제가 아닌, 교사와 교육청 등 당국 간의 문제였다.

 

80년대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였다. 이미연이 주연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에 눈물 찔끔거린 적이 있다. 이후 말죽거리 잔혹사, 친구, 가문의 영광 등 수많은 영화에서 학생들은 교사와의 관계에서 중의 로 비추어진다. 영화에서 교사는 폭력적이고 성추행을 일삼고, 사립학교 이사장과 결탁한 교장, 교사는 못된 짓을 남발했다. 심지어 조폭 영화의 소재가 학교가 되었고 교사들은 폭력배만도 못한 존재로 나올 때가 있었다. 여고괴담과 같은 귀신 호러 영화의 주요 무대도 학교였다. 학생들은 원한에 쌓여 죽어가거나 죽여야 하는 존재로 비추어졌다.

 

8, 90년대까지 학교는 우리 모두가 경험한 야만의 시대를 가장 잘 나타낸 공간으로 기록된다. 2000년대 넘어오면서 두발 자율화 운동을 시작으로 체벌 반대 운동 등 청소년 인권운동 차원의 수많은 일들이 넘쳐났고, 진보 교육감 중심으로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지역별로 조례가 없는 곳도 많았으나 사회 전반적으로 학교에서 교사들의 폭력(체벌)은 점차 사라져 갔다.

 

이후 역설적으로 학생들의 폭력과 약물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교권이 부각되었다. 그 정점에 서이초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교사들의 대규모 집회가 이어졌으며, 이른바 '교권 4'(교육기본법, ·중등교육법, 교원지위법,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 불과 1년 전이다.

 

어느 순간부터 드라마와 영화는 교권과 학교폭력, 촉법소년 등이 이슈를 선점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더 글로리드라마가 크게 이슈 되었던 때가 있다. 이 드라마는 학교폭력 신고를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게 했고, 교육부의 엄정 대응 기조와 학폭 기록 보존 기간을 강화하는 법 개정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최근 참교육까지,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는 결국 우리 사회 단면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사회적 영향도 크다. ‘참교육에 대한 피해자의 관점으로는 가해자는 폭력으로 제압하거나 가두어서 사회생활을 못하게 할 정도로 복수해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기억하자. 우리는 권위주의 정부도 아니고, 파시즘을 옹호하지도 않는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법적 제도 안에서 서로를 포용하고 관계하며 평화를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 시민들이다.

 

학교라는 공간에 모여 있는 다양한 주체들이 어떻게 하면 평화적이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인지 고려하고 집중하는 것이 옳다. 한쪽을 악마화해서 철저히 선악을 나누고 전쟁 치르듯이 상대를 폭력으로 억누르는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체벌이나 폭력이 아닌, 그에 합당한 처벌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교정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과 전문가 연계, 교육과 상담 등을 집중할 수 있는 재원과 전문가 투입이 절실한 때다. 단편적인 선악의 구조에서 악을 무조건 죽이거나 추출해야 할 대상으로 치환하는 한 계속해서 그 악의 뿌리는 커지고 악의 열매는 넘쳐날 것이 분명하다.

 

범죄도시 4편을 기억하나? 나화진으로 분한 김무열은 마동석에게 개 패듯이 두들겨 맞는 악의 화신이었다. 우리 모두는 그 어디에 서 있느냐에 따라 악이 되기도 하고, 선이 되기도 한다. 정말 악한 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내 보기에 극소수다. 사회정의를 위해서는 극소수의 악은 철저히 응징하고 처벌해야 하나, 사회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다양한 형태의 문제는 서로가 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 옳다.

 

드라마 보는 것도 힘들었고, 글은 또 왜 이렇게 길어졌나 모르겠다. 참교육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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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또 참교육 또 다시 보고 쓰라는 분 계시면요. 선생님 말이 무조건 옳아요. 그저 청소년현장에서 살다가 느낀 점 주저리주저리 써 놓은 글에 불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