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위해서 치열하게 활동했던 민주당의 역사를 사랑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요즘 돌아가는 전북지역 정치판에 대해서 한마디 하겠습니다. 수십 년만에 처음으로 전북의 지방선거가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고요.
그 저변에 깔린 저와 같은 시민들의 일반적인 고민에 대해서 정치인 분들은 한 번이라도 살펴봐 주시면 어떨까요? 이 글 끄적이고 읽어 보았더니 당내 양쪽에서 모두 욕 먹을 글만 썼군요. 그래도 조금이라도 정당의 민주주의에 도움이 된다면 욕 먹을 각오하고 오픈합니다.
글 정리해 보면, 첫째, 민주당의 ‘텃밭’이라는 함정에 빠진 시민들의 고민, 둘째, 후보들이 내건 정책이 과연 도민들의 삶과 연결되는지, 이벤트 수단인지에 대한 비판, 셋째, 인맥 자랑만 하는 게 옳은지, 넷째, 공정과 상식, 정의에 맞추어 공천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용하며 조율하는지, 다섯째, 시민들이 기대하는 정치 지도자 인물론의 기준과, 정치인들이 챙겨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도민들의 실질적인 ‘행복지수’라는 것과, 마지막으로 지역별로 같은 민주당일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 등입니다.
어떤 비판도 좋고 제안도 좋습니다. 모두의 의견이 맞습니다. 존중해요.
.
.
첫째, 민주당의 ‘텃밭’이라는 함정에 빠진 시민들의 고민이다.
민주당 텃밭이라는 말이 좋아 보일 때가 있었다. 최소한 독재와 내란을 일으킨 정당과는 다르게 민주주의를 신봉하고 시민의 삶을 고민하는 이들이 많은 정당이라고 믿었다. 대통령 선거때마다 전북지역이 전국적으로도 민주당 후보를 최대로 지지하는 일은 자연스러웠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살리고, 도내 경제도 살리는 길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도민들이 알게 되었다. 대통령 선거를 넘어 지역으로 넘어 오게 되면, 선거의 목적이 민주당의 선거이지, 전북도민을 위한 선거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텃밭’이 얼마나 위험한 말인지 몸으로 알게 된 것이다. 시민들을 위한 선거를 치르지 않는다. 수십 년간 민주당이 집권해 왔는데도 전국적으로도 경제는 매번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정책에 대한 경쟁이 없다. 민주당 간판 달면 모두 당선이다. 민주당 안에서 경선에만 이기려고 혈안이 되어 시민들의 삶을 돌아보지 않고, 그들만의 리그를 치른다. 이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기준으로 전북 지역의 무투표 당선자는 벌써 46명으로 집계된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들이다.
무투표 당선자들, 그리고 거의 확정된 후보들은 지역 시민들이 원하는 정책을 고민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당선 이후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거운동을 할까?
그나마 시의원들 중 한 부분은 조국혁신당과 무소속 후보들과의 경쟁이 있어서 나름 지역의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그 짧은 선거 기간에도 열일하는 후보들에게 연락해서 도지사 밀어야 한다면서 호출하고 지원 유세하고, 도지사 후보와 웹자보 같이 올리라는 지시를 계속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누구를 위한 선거인가? 시민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면서 이루겠다고 약속받는 게 선거 과정 아닌가?
텃밭이 되면 그 공간은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된다. 당연히 무얼 해도 권력을 잡게 되는 정당이나 후보들은 교만해진다. 유권자는 참여할 수 없다. 텃밭에 선택권이 어디 있나? 텃밭은 자신(정치인)이 먹을 채소(표)를 직접 가꾸어서 자기만 먹는 공간인데 말이다.
둘째, 정책은 도민들의 삶을 보고 만들고 있는가? 형식이고 이벤트로 안내하는 수단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를 고를 때 항상 사람과 관계 보지 말고 정책을 보라고 주장했다. 100% 동의하는 이야기다. 이번 선거공보물이 날아와서 꼼꼼히 모두 읽어 보았다. 후보들의 온라인 사이트를 찾아다니면서도 알아봤다. 제대로 된 정책을 자세하게 안내하는 후보는 소수다. 한두 사람이 모여서 그 모든 후보의 정책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비슷한 내용이 많아 보인다. 시의원들 중 톡톡 튀는 내용도 있고 고민하는 지점도 있으나, 지자체장, 국회의원 등의 정책은 여야 할 것 없이 어찌 그렇게 비슷한 내용이 많은가?
새만금과 AI 등 경제에 대한 주요 정책 몇 가지는 비슷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역만의 문화와 역사, 사람들의 성향 등이 완전히 다른데 이들이 내건 정책 그대로 다른 지자체에 가져가도 새만금만 바꾸면 모두 쓸 수 있는 내용 수준으로 보인다.
심지어 어떤 후보는 잃어버린 몇 년을 찾아 주겠다고 선거공보물 표지에 문구를 달아 놓았다. 이전 시장이 국민의힘이나 개혁신당 소속이었나? 같은 민주당 소속 시장의 시정을 잃어버렸다고 하면, 그 정당을 시민들이 믿을 수 있을까? 같은 정당 소속 후보가 계속해서 잃어버린 시정을 했다면 그 정당과 정당 후보는 반성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나중에 그 정당에 어떻게 투표할 수 있을까?
정책에 더 많은 시간과 전문가와 돈을 들여야 옳다. 이를 홍보하고 안내하는 데 더 큰 힘을 써야 한다.
셋째, 도대체 누구와 연결되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대통령이 민주당이고 나도 중앙당과 연결되어 있어서 선물을 많이 가져오겠다고 하는데, 이게 정상인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의로움을 중심으로 한 공정과 상식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전제가 틀렸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전라도가 부강해지고, 국민의힘이 정권을 잡으면 경상도가 부강해진다는 그 바탕의 논리를 깨야 한다. 물론 전북 지역에서 그렇게 된 예도 없다.
어떤 사람이 정권을 잡더라도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비전과 철학에 따라 정책이 시행되어야 하고, 지역의 특성에 맞추어진 우선순위 안에서 정책이 집행되어야 한다. 민주당(또는 국힘)이 아니면 예산을 못 가져오고 전라도(또는 경상도)가 소외된다는 식의 논리는 집어치우자.
정당과 그 안의 후보들이 시민인 유권자를 설득해야 하는데 내가 민주당(국힘) 사람이니 나만이 중앙을 설득해서 자원을 가져올 수 있다고 협박하는 건가? 내가 민주당이라는 정당 안에 있다는 게 힘이고 유권자인 너희들은 내 말을 들어야 한다면서 협박하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대구경북 뿐만 아니라 전국 지자체에서 윤석열 시대에 국민의힘이 똑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넷째, 공정과 상식, 정의라는 이 단어들에 어울리는 정당인가?
김관영 지사가 돈 봉투 나눠 준 영상이 공개되어 파장을 일으켰고, 영상 공개한 날 바로 제명 처리되었다. 한쪽에서는 허탈했지만 한쪽에서는 잘된 일이라는 이들도 있었다. 이원택 후보 또한 청년 당원 간담회 식사비를 이원택 후보가 아닌 제3자인 김슬지 도의원이 대신 결제했고, 그 돈 또한 전북도의회 업무추진비가 사용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이 후보는 그냥 넘어갔다.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이 없다. 당대표와 관계의 차이라는 이야기만 돌지 무엇이 진실인지 모른다. 도민들이 요즘 화가 나 있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두 후보 모두 공정하게 판단했느냐 하는 의구심이 너무 커서다.
다섯째, 정치 지도자 인물론의 기준은 무엇인가?
정당을 넘어 인물론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정치와 정책 실현을 잘할 때 능력 있다고 이야기한다. 정당이 문제가 있건 없건 간에 인물이 출중하면 된다는 논리인데, 그 인물론의 핵심이 무슨 대학을 졸업했고, 자격증이 몇 개가 있으며, 중앙정부에 어떤 감투를 썼는지가 중심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정치를 하면서 일군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또 하나는 도덕성이다. 일만 잘하면 된다는 논리는 지겹게 들었다. 윤석열의 무식함과 김건희의 불법적인 문제에 따른 불편함이 있었는데 그때 검사로서 일 잘한다면서 방어했던 정치인들과 기자들의 얼굴이 지나간다.
정치인의 덕목으로 ‘정치와 정책 역량’, 그리고 ‘도덕성’ 이 두 가지에 주목해야 한다. 정치인이 가져야 할 핵심 가치는 역량과 윤리다. 막연한 팬덤 경쟁은 매우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윤어게인과 같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경계하고 또 조심해야 할 일이다.
여섯째, 정치인들이 챙겨야 할 것은 도민의 경제, 문화 등을 중심으로 한 ‘행복지수’다.
경제는 바닥인데 전북에 정치적 영향력만 높여 놓은 정치인들에게 신물이 난다. 정치적 영향력과 경제 규모는 비례하지 않는다. 호남은 경제규모(GRDP) 순위만 보면 중하위권이지만, 대통령 선거에서는 전국 정치 지형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지역이다. 경제 성장은 없는데 정치인들에게 정치적인 이용 대상으로서 매우 큰 지역이라는 말이다.
호남에서도 전북지역은 또 홀대 지역이고, 그 공간 안에서도 지역별 편차가 너무나 크다. 전북지역에 지자체장의 전횡은 언론에 나온 것만 봐도 몸서리쳐질 정도로 많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이다.
말로만 경제 발전을 떠들었고, 수십 년간 새만금 하나로 우려먹을 만큼 드셨다. 새만금 때문에 역설적으로 가장 피해를 본 지역이 군산이었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청사진을 그려 가면서 희망고문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지금 현재 도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일곱째, 같은 민주당이지만 지역별로 같은 정당일 수 있을까?
대구와 부산에서 활동하는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 서울·경기, 충청·대전 등지에서 활동하는 이들과 전북에서 활동하는 정치인들의 이념 스펙트럼은 어떨까?
전북 지역 후보들의 이념, 종교 등의 스펙트럼과 정치적 성향, 그리고 서울·경기에서 활동하는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의 이념 성향은 어떤가?
내가 아는 극우에 가까운 보수적 성향의 목사가 지역의 민주당 정치인 선거사무소에 가장 높은 직위 중 하나를 가지고 있다. 이명박이 장로이니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차별금지법을 극렬하게 반대하면서 활동하는 인물이고, 교육감 후보 지지도 그렇게 지지하는 성향인데도 민주당의 유력 정치인 선거사무소에 떡 하니 버티고 있다. 이 분이 대구 국힘에 선대본부장을 해도 특별히 문제 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대구, 부산, 울산, 경북 등지에서 수십 년간 민주당 간판 달고 삶을 걸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오면서도 매번 지고 또 일어나 활동하는 이들을 안다. 그 바탕에 서려 있는 그들의 신념과 열정이 공정과 정의를 만들어 내고 있다. 매번 지면서도 3~40%의 투표율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들과 전북지역의 민주당 정치인들은 같은 성향인가? 환경이 다르니 선 자리도 다르다.
마지막으로, 정당과 정책, 인물의 역량과 도덕성, 중앙당의 관계력, 팬덤까지 뒤섞인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집중해서 선택하고 바꾸어 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한 개 정당만 우리 편이라는 인식을 깨야만 민주당도 장기적으로 더 좋은 정당이 될 수 있다. 경쟁 없는 정치는 썩어가기 마련이다. 지역 경제와 문화 등이 발전하지 않는 이유를 우리는 너무나 잘 안다.
전북지역의 권력과 이권에 연결된 토호세력이 국민의힘과 연결되었나? 그런 일은 없다. 시·군 단위 지역에서는 정치인과 지역 토호세력이라 일컫는 건설업자와 지역 언론, 각종 관변단체가 연결되어 있고 그 중심에 민주당이 있다. 이런 관계가 인사, 예산, 사업 수주, 공공기관 운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다. 군단위로 내려 가면 갈수록 이들의 관계는 더욱 공고해 진다.
시민을 위한 정당이라고 하니, 그 정당의 본질에 맞추어 바꾸어 내야 옳다.
정리해 보면 이렇다.
이번 전북도지사 선거의 핵심적인 내용은 단순히 팬덤에 의한 정치적 경쟁이 아니다. 내 보기에 위에 제기한 여러 가지 총체적인 문제가 한 번에 터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나와 같은 주변머리 없는 부족한 시민들이 집중해야 할 일은 정당보다 정책을 우선하는 것이다. 어느 대학이나 자격증, 이전에 무슨 감투를 썼는지가 아니라 그의 실적을 구체적으로 찾아봐야 한다. 동원하는 이들을 경계해야 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도 살펴야 한다. 도덕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번 선거만큼 전국에서 전북지역에 관심을 가져 준 적이 없다. 우리 안에서 이러한 다양한 관계와 스펙트럼 속에서도 오로지 지역 시민들에 의한, 시민들을 위한 정치적 결정을 한다면 지역주의와 한 개 정당의 독선적인 문제가 조금은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그 안에서 민주당도 조금 더 진보하지 않을까?
'연구 및 관점 >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돈은 따라와야 한다 : 페이스북으로 2,600원을 벌고 다시 확인한 본질 (3) | 2026.06.09 |
|---|---|
| 시험보다 더 중요한 것 (3) | 2026.04.27 |
| 손절사회와 외로움의 역설 (3) | 2026.04.20 |
| 시민이 사라진 선거, 공천이 지배하는 정치 (6) | 2026.04.19 |
| 걱정이에게 음식을 주면 안 된다. (1) | 2026.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