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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영화와 책

부조리한 사회와 개인의 진실: 우리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믿게 되었을까?

by 달그락달그락 2026. 5. 4.

햇살이 뜨거워 사람을 총으로 쏴 죽였다고 기억하는 이방인. 청소년기에 읽은 책 중에서도 아직도 머리에 각인되어 있는 장면이다.

 

소설의 주인공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식에 가서 울지도 않는다. 심지어 옆에 엄마 친구들이 우는 모습을 보고서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슬퍼하지. 나는 별로 안 슬픈데.”

 

다음 날 우연히 옛날 회사 동료 마리를 만나서 코미디 영화를 보고 그날 밤 섹스한다. 이후 해변에서 햇빛이 너무 뜨겁다는 이유로 아랍인을 살해하는데, 이 장면을 읽을 때 나는 한동안 멍해졌다.

 

곧 구속된다. 뫼르소는 살인 이유를 태양이 너무 강해서라고 말한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 카뮈가 말하고 싶은 건 여기에 있다. 인간은 사건에 이유와 서사를 붙이려고 하지만 현실은 때때로 아무 의미 없이 일어난다. 이 간극이 부조리.

 

법정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른다. 살인 자체보다 왜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고 여자친구를 만나 잠을 자고 놀러 다녔는지를 문제 삼으며 사형을 선고한다. , 살인이라는 행위보다도 사회가 요구하는 감정과 태도를 따르지 않았다는 점이 더 크게 다뤄진다. 사회적 각본에 따른 연기를 하지 않은 점에도 주목한다.

 

우리 삶의 부조리는 여기에서 만난다. 우리 모두에게 사회적 각본은 정해져 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슬퍼해야 하고, 반려견이 떠나도 애도해야 하는 때다. 여건이 되면 연휴나 휴가에는 가족과 여행을 가야 한다.

 

뫼르소의 진짜 죄는 살인이 아니라 사회가 정해 놓은 각본, 적절한 감정의 규칙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낸다. 결국 이 소설은 우리 사회가 무엇이고 정상이고 진실을 규정하는지 되묻게 만든다.

 

진실은 뭘까?

 

뫼르소는 끝까지 자기 감정의 진실만을 말하며 이방인으로 남기를 선택했다. 카뮈는 이 결말을 통해 '부조리'를 설명한다고 했다. 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 인간은 자꾸 의미를 찾으려 하고, 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가짜 감정을 연기하라고 강요한다는 것이다. 죽음을 앞두고서야 세상의 '부드러운 무관심'을 받아들이며 자유를 느낀 뫼르소의 모습은, 우리에게 당신은 지금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사회의 각본대로 연기하고 있는가?”라는 서늘한 질문을 던지는 것만 같다.

 

 

 

실존주의라는 단어를 조금 알던 때였는데 부조리에 꽂혔고, 알베르 카뮈가 코트 깃을 올리며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그냥 멋있었다. 어쩌면 그때의 나는 책의 의미보다 이미지에 더 끌렸던 것 같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의미를 갖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 가는 존재라는 실존주의와는 달리 카뮈는 인간은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존재이지만, 세상은 아무 답도 주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그는 의미가 없어도 포기하지 말고, 각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의 담배 연기와 사회에 호의적이지 않은 눈빛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서 반항하듯 살아가는 게 옳다고 여기는 것 같다.

 

자기 의미에 대해 답을 주지 않는 사회, 부조리다.

 

요즘 들어 이방인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부조리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아야 할 때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청소년, 청년들에게 왜 사회가 기대하는 방식으로 살지 않느냐고 계속해서 되묻는 어른들이 있고, 그 방식 자체가 맞는지도 모르겠다는 이들이 있다. 그렇다면 나는 내 하루를 온전히 진짜 내 감정대로 살고 있는가?, 아니면 이렇게 살아야 한다에 맞추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과연 존재하는 걸까. 나는 나를 잘 알까? 내가 정말 이 순간에 좋아하고 행복해 하는 것은 무언가 싶다.

 

휴일 하나에도 뭘 해야 한다는 사회적 강박이 있다. 이를 어기면 루저가 된 것 같기도 하고, 뭐라도 나가서 해야 할 것 같기만 하다. 생산성이나 의미가 없으면 강박적으로 힘들어 하는 나같은 부족한 자들은 이방인은 언감생심, 완전 사회적 각본에 따른 명연기자가 되고 싶어 아등바등하는 사람이다.

 

세상은 명확한 의미를 주지 않는다. 나의 감정이나 내가 진실이라고 여기는 그 무엇이 의미를 부여할 수 없기도 하고, 논리적으로 해석하기도 어려운 때가 너무나 많다. 그렇다고 해서 세상의 잣대에 맞출 필요는 없다. 그저 내 솔직함으로 부딪치며 살아가는 일이다.

 

부조리는 틀린 게 아니라, ‘세상이 정해 놓은 정답자신의 솔직함이 부딪히는 순간일 뿐이다. 그 순간에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그 무엇을 선택하면서 살아 내는게 삶이다. '부조리한 인간'은 부조리를 의식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 정도면 됐다.

 

부조리한 세상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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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은 원래도 쉬는 날인데 오늘은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휴일인 모양이다. 이런 날 거실 한쪽에서 이런 글이나 끄적이고 있다. 거실 넘어 창가에 비추는 관광객들 보면서 멍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