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청년들이 찾아와서 고민을 나눌 때가 있다. 자주 있는 일이어서 내 활동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기고 어떻게든 시간을 뺀다. 나는 주로 듣고, 질문하고, 제안하며, 격려한다. 몇 시간 만에 힘을 얻는 친구들도 있고, 고민이 더 깊어지기도 한다. 시간이 지난 후에 연락이 오기도 하고, 소중한 관계가 커져서 10년, 20년 교류하며 삶을 나누는 친구들도 여럿이다.
고민을 나누는 청소년, 청년들과의 신뢰는 그들이 용기를 얻고 잘되면 무조건 커진다. 그들에게 다른 부담을 주지 않는다. 그들이 꿈꾸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작은 용기라도 갖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 일이다. 그 고마움 만으로 신뢰는 커진다. 나와의 관계에서의 신뢰다.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신뢰는 다르게 형성된다. 신뢰는 일의 능률과 약속이 직결되어 있다. 일을 잘하면 그 사람은 신뢰받게 되어 있다. 사람에 대한 배려가 넘치는 좋은 사람이지만, 매번 일에 대한 약속을 어기고, 역량이 떨어지며 성과 없는 직원에 대한 신뢰는 높지 않다.
내 현장의 활동을 잘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후원자들과의 신뢰에 있다. 비영리기관으로 모금을 통해 운영되기에 후원자들이 우리에게 갖는 신뢰는 핵심 가치다. 현장 활동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사업 전반이 긍정적인 성과(변화)를 보여야 한다. 이게 지나쳐서 일 좀 그만하라는 소리도 듣지만 나름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믿고 초 집중한다. 내 삶의 대부분이 현장에 있어서다.
그 안에서 함께 활동하는 선생님들에게도 연차나 나이를 떠나서 조금 높은 기대치를 갖고 활동하도록 독려하는 경우가 있다. 현장 선생님들과의 신뢰는 여기에서 만들어진다. 우리가 가진 “청소년 참여로 시민이 함께하는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활동’을 잘 해내는 일이다. 비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역량이 좋아야 하고, 공부하고 연구하고, 진행하기로 한 활동에 대한 약속을 지키면 된다.
반면 역량이 떨어지는데 노력하지 않고 관련 분야에 대해 공부하지 않으며, 진행하기로 한 사업의 약속을 어기는 일이 많아질수록 ‘신뢰’는 계속 낮아지면서 어느 순간 깨지기 마련이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다. 사회적 삶이 그렇게 이어져 있다. 자신이 잘 살고 누군가가 잘 되도록 하기 위해서 직장을 다니고, 창업하거나 프리랜서로 일을 한다. 그 모든 일은 나를 통해서 타자로 이어져 있기 마련이다. 택시기사는 승객을 위해서, 교사는 학생을 위해서, 엔지니어는 물건 사용하는 고객을 위해서, 건축사는 집에 살 거주자를 위해서 일한다. 우리네 모든 일이 그렇게 이루어져 있다. 나를 통해 타자가 잘되도록 이어져 있는 게 삶이다.
우리 삶에서 ‘신뢰’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다. 기차나 고속버스는 제시간에 오고, 약속한 시간에 도착해야 신뢰가 쌓인다. 식당의 음식도 그렇다. 우리의 모든 일은 신뢰가 기반이 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신뢰의 바탕은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모든 일이 그렇다. 인간관계 파탄의 이유도 ‘약속’과 ‘기대’에 있다.
세상에 모든 게 좋은 사람은 없다. 지덕체 모든 게 완벽해서 모두에게 존경받는 사람도 없다. 그저 내가 타자를 어떻게 대하고 위치 짓고, 상대와 어떠한 약속을 하고 지켜나가는지가 어쩌면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람답게 잘 살기 위해서 상대를 위해서, 혹은 우리 조직 내의 비전을 위해서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고 삶을 살아 내는지를 나부터 돌아보는 게 우선이다.
생각이 많으니 머리만 커진다. 그만 커져도 될 듯 싶은데. 비오는 봄날에도 조금 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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