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평생 몇 명을 만날까?
독립하기 전에 기관 사직서를 내면서 여러 활동 중 ‘인간관계’에서 결심한 게 하나 있다. 나를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만나자는 것. 너무 짧은 생에 넘치는 사람들 가운데 왜 한두 명 때문에 힘들어해야 할까에 대한 내 질문의 답이었다.
외국인들도 만나지만 아주 소수이고,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을 만나며 살고 있다. 5천만 인구인데, 이 중 평생 한 번이라도 만나는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될까?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리고 악셀을 밟는 듯한 관계는 맺고 싶지 않다.
한 사람이 평생 실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의 수는 대략 150명 정도라고 보는 ‘던바의 수(Dunbar’s number)’라는 연구가 있다. 영국의 로빈 던바라는 인류학자는 사람에게는 평균적으로 가장 가까운 사람이 5명, 친한 친구 15명, 좋은 친구 50명, 그리고 알고 지내는 관계가 150명 정도라고 설명한다. 인간의 뇌가 약 150명 정도의 관계 유지가 한계라는 설명이다.
관계에 따라 사람의 영향력은 대략 최대 3단계 관계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크리스타키스(Nicholas A. Christakis)와 제임스 파울러(James H. Fowler)는 프레이밍햄 연구(Framingham Heart Study)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사람의 행동과 가치관은 최대 3단계 관계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정리해 냈다.
예를 들면 내가 영향을 준 친구, 그 친구의 친구, 그리고 그 친구의 친구의 친구까지 영향이 간다는 뜻이다. 가까운 이들 사이에서는 비만, 행복, 흡연, 정치 참여 등 여러 행동이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인간은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가며, 우리의 행동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한 사람이 행복하면 친구의 행복 확률이 15% 증가하고, 친구의 친구까지는 10% 증가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6%가 증가한다. 감정도 전염이다.
예를 들어 운동 안 하고 술만 좋아하는 친한 친구들이 많다면 나도 그런 사람일 확률이 높다. 그 친구의 친구까지도 그렇고, 정치 참여 또한 가까운 이들에 의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정치에 대한 부분은 지금 우리 눈으로 확인하고 있으니 뭐 증명이고 뭐고 필요 없을 듯싶고.
던바의 수 이론에서 대략 150명의 인간관계를 형성한다고 할 때, 3단계로 넘어가면 3,375,000명이 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 중복도 있으니 수는 줄어들겠지만 대략 그렇다는 논리다. 즉, 한 사람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는 대략 잡아서 작게는 수천에서 수십만, 많게는 수백만 명일 수도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정리해 보면 단순해진다.
청소년 활동을 하는 내 입장에서, 청소년 한 명을 관계하면 그의 가족과 학교 친구, 교사, 지역 활동 관계까지 대략 40명에서 80명 정도(평균 60명이라고 잡고)가 연결된다. 친구의 친구 2차 관계에서는 3,600명(60명×60명), 3차 관계로 넘어가면 약 20만 명(3,600명×60명)이 된다. 물론 중복이 있지만 네트워크 학자들이 추산하는 규모다.
즉, 청소년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 ‘한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는 것. 그를 만나 변화하고 나 또한 그런 영향을 미치면서 세상은 긍정적으로 변해 간다는 말이다. 그 한 사람이 답이다.
이런 연구 찾아보면 의외로 많다. 미국의 그 유명한 서치 연구소의 ‘Developmental Assets’ 연구에서도 봉사활동하는 친구가 있으면 참여율이 두 배 높고, 정치·사회 참여를 하는 친구가 있으면 참여율이 3배 높게 나타난다는 결과도 있다.
만나는 이들에 의해서 삶의 질이 결정된다. 나의 행복을 위해서도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방법은 단순하다. 내가 좋은 사람이어야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이 모인다. 유유상종이다.
조직에서 갈등과 반목 속에서 계속 허우적댄다면 일단 나를 돌아보는 게 옳다. 그런 조직인지(갈등하는 이들이 많은지), 내가 갈등을 유발하는 사람인지 냉철하게 확인해야 한다.
좋은 사람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지만 조직 관계에서는 그것이 훨씬 단순한 기준으로 정리된다. 조직(관계)에서 다른 사람의 필요를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수록 결국 모두의 필요가 채워지게 되어 있다. 그런데 자기 자신만 생각하면서 이기적으로 되는 순간 관계는 자꾸 어려워진다. 즉, 조직(관계)에서 좋은 사람이란 타자가 잘되기를 바라며 활동하고 함께하는 이를 뜻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좋은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안목도 필요하다. 이는 통찰이다. 통찰력을 얻기 위해서는 공부하고 경험하면서 깊게 사유하고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 그래서 좋은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은지도 모른다.
정리해 보니 좋은 관계와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삶은 가능하면 나보다는 나를 만나는 이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복된 마음’을 갖고 일하며 살아내는 것, 또한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는 것이다. 그들과 함께 연대하면서 세상의 긍정적인 변화를 조금이라도 이루어 가는 과정의 삶이다. 내 보기에 좋은 사람의 관계다.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따라가 보면 이 짧고 유한한 우리의 생에서 우리가 관계하는 사람들은 최소 100여 명에서 수백만 명에 이른다. 우리 모두는 그 관계의 끈에서 얽혀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성숙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가 누구를 아는지에 따라 결정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아는 사람이 누구를 아는지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크리스타키스와 파울러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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