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내 사무실이 6, 70평은 되는 듯싶다. 4시쯤 되니 모두 나가서 2층 공간을 혼자 쓰고 있다. 몇십억짜리 사무실 생겼다. 한쪽 벽은 모두 창이다. 전국에서도 이런 뷰를 가지고 있는 사무실은 대기업 회장이나 사장 정도 되겠다. 바로 앞이 커다란 호수가 있으니 전경은 말할 것도 없다. 음질 좋은 음악이 계속해서 나온다.
노트북과 전화기만 있으면 개인 사무실이 된다. 자료는 클라우드에 모두 올려져 있어서 인터넷만 연결되면 뭐든 꺼내서 확인할 수 있다. 결제는 전자결제 도입한 지 오래다. 법인 주요 예산 정리하면서 전화도 한시간 가량 했고, 내일 아침 대표자회의 준비도 마쳤다. 저녁 있을 미디어 포럼 발표 자료도 썼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부스스한 머리로 밖에 나가서 뒷산을 걸었고, 곧바로 헬스클럽에 가서 역기 몇 개 들고 샤워하고 나왔다. 쉬는 날이어서인지 마음이 편했다. 오후에 찾은 은파호수공원 근처 카페를 내 사무실처럼 쓰고 종일 앉아서 일을 봤다.
휴일에 한 곳에 멍하게 있을 때도 불안은 있다. 뭘 해도 그렇고 아무것도 안 해도 불안한 게 삶이다. 사람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다. 평생 불안한 게 삶이다. 누구는 저주라고 하지만 뇌가 그렇게 생겼다. 학자들은 인간에게 불안은 원래 뇌에서 위험을 감지하는 ‘생존 장치’라고 설명한다. 죽을 때까지 불안을 없애는 일은 이미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녀석을 자꾸만 줄이거나 조절해야 잘 산다.
줄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행동하면 된다. 행동을 했더니 위험이 없어지거나, 위험이 아니라는 것을 판별하면 뇌에서 불안은 급속하게 떨어지거나 상쇄된다.
벽 보고 가만히 앉아 있다고 해서 불안이 없어지지 않는다. 일에 대한 것이면 바로 행동하면 된다. 잘 되거나 문제 있거나 보완해야 하거나 어떤 것이든 움직여 나가면서 불안은 줄어 들기 마련이다. 아무것도 안 할 때 불안만 커진다.
심리적으로 고민이 많을 때 몸을 운동하면 좋다. 운동하며 몸을 움직일 때 엔도르핀, 세로토닌, 마이오카인, 테스토스테론 등을 분비시킨다.
일도 많고 머리도 아픈데 불안까지 왔다. 아침에 무작적 나왔던 이유다. 걸었던 등산로의 단풍도 좋았고 하늘은 높았다. 헬스클럽은 오전에 텅텅 빈다. 그곳도 온전히 내 것처럼 썼다. 샤워실도 혼자서 썼다.
100평 가까운 카페를 내 사무실처럼 썼다. 그러면 모두 내 것이 된다. 만 원 내고 모과차 한 잔과 고구마 하나 시켜 먹었다. 헬스클럽 6개월 끊으면 한 달에 3만 원 조금 넘는 돈이다. 하루 2천 원이 안 되는 돈이다. 빌딩이 없어도 그저 모두 내 것처럼 쓰면 빌딩도 내 것처럼 된다.
수백억 쌓아두고 100평 아파트에 살아도 누리지 못하면 내 것이 아닌 불안 덩어리다.
내 것처럼 사는 일은 지금 공간에 머무는 모든 곳에서 주인처럼 행세하면 그만이다. 주인이 되는 순간 책임이 따르지만, 그 자유에 비할까 싶다. 숫자로 채워진 은행 통장에 매몰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있는 모든 것을 누리고 살아 낼 수 있는 주인으로서의 삶을 계속 유지해야 건강하겠다.
삶의 내용이 아닌 외적으로 보여지는 것에 주눅들 일이 아니다. 누군가와 경쟁할 필요도 없다. 내 하루를 가진 것 없는 거지처럼 살았는지, 모두를 누렸는지를 돌아 보면 내 삶이 보인다.
잠은 여전히 늦게 잔다. 조금 빨리 자려는 노력은 해 봐야겠다. 내일도 이 루틴을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 하루를 온전히 누리면서 하늘 보면서 살기.
'일상 >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프고 다시 살아내는 일이 삶인가 봄 (7) | 2025.12.26 |
|---|---|
| 슬픔을 지나 새 봄을 기다리며 (10) | 2025.11.14 |
| 따뜻한 차 한 잔과 빼빼로 한 봉지 (7) | 2025.11.11 |
| 빵 터지고, 쉬고, 몰입하는 연휴의 기술 (3) | 2025.10.09 |
| 작은 배려가 만드는 추석의 행복 (12) | 2025.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