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되면 강의 나가는 대학에 장애학생이 한명 있다. 학생 옆에 장애학생 도우미님이 언제나 함께한다. 도우미님 연세는 60대 중후반 정도 되신다. 쉬는 시간이면 이분은 매번 홍삼차를 주시고, 장애학생은 견과류 봉지를 내밀며 감사를 표한다. 두 분을 볼 때마다 미소가 절로 나온다.
도우미 선생님은 장애학생 도움뿐만 아니라 대학생들보다도 더 열심히 공부한다. 청소년 관련 과목을 계속 신청하고 공부하면서 좋았다며 매번 감사를 표한다. 그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매번 무안해서 내 얼굴은 빨개진다.

오후에 외근 후 사무실에 들어가니 김 선생님이 빼빼로를 내민다. 막내는 어제 늦은 밤에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준다면서 수제 빼빼로를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거실 내 책상 위에 빼빼로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달그락 청소년들도 자신이 만든 거라며 빼빼로를 내민다.
사람이 사람에게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은 기쁨을 주는 일이다. 크건 작건 그 안에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녹아 있다. 나눈다는 것은 상대를 위해서 무언가를 행한다는 뜻이다. 나를 통해 상대가 기뻐하는 어떤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일’이다.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일’이 그렇다. 물건을 만드는 일도, 교육을 하는 일도, 건물을 짓는 일도, 운전을 하고, 진료를 보는 일까지 우리의 모든 일이 나를 통해 타자로 전달되는 일이다.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주거를 위해서다. 진료를 하는 일은 환자가 건강해지기를 원해서다. 교육을 하는 일은 학생들이 공부를 해서 잘되도록 돕는 일이다. 우리의 일이 그렇게 이어져 있다. 상대가 잘되기를 바라는 일이 모두의 직업이라는 뜻이다. 그 일을 통해 개인의 의식주가 해결되면서 우리 삶을 살아 내는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아 붓는다.
글 쓰는 일도 그렇다. 일기를 제외하고 모든 글은 타자가 보기를 바라고 응원받기를 원하고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글쓰기 하면서 개인은 자기 성찰과 즐거움, 삶의 고민과 성장은 자연스럽다. 우리 직업(일)과 닮았다.
내가 하는 일을 통해 성취감을 얻고 자아실현이 일어나는 지점은 바로 내 일을 통한 타자의 잘됨에 있다.
도우미 선생님의 따뜻한 차 한잔과 장애학생의 견과류 봉지에 묻은 감사한 웃음, 김 선생님이 밝게 큰 웃음 주면 나누는 빼빼로, 수줍은 미소 지으며 내어 주는 청소년들의 빼빼로까지 모두가 상대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런 좋은 사람들과 연결되어서 삶을 살아 내는 힘을 얻는다.
그래서 내 활동을 더 열심히 잘 해야 옳다. 그들도 잘 되고, 나도 잘 되는 일이다. 답은 어찌 됐든 우리 안의 현장(일터)에 있다. 그렇게 또 하루를 살아 낸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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