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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슬픔을 지나 새 봄을 기다리며

by 달그락달그락 2025. 11. 14.

 

아끼는 후배를 만났다. 최근 너무 큰 아픔을 만난 친구다. 도와주고 싶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서 슬펐다. 내색도 못했고 한두 분 제외하고는 알릴 수 있는 사람들도 없었다. 조금씩 슬픔을 추스르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우리네 삶의 대부분은 사람을 만나서 관계를 맺고 나누는 일일 수도 있겠다. 친구로, 가족으로, 연인, 부모·자녀, 선후배, 직장 동료, 동네 이웃까지 수많은 관계로 얽혀서 살아가는 게 삶이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잘 되기를, 건강하고 복이 되기를 기원하고 기도한다.

 

아는 이가 잘 되면 기쁘지만 아픈 일이 있을 때는 그냥 아프다. 뭔가 나누고 돕고 싶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는 아픔을 넘어 슬픔도 크다. 그럼에도 버티고 또 살아낸다.

 

차 마시면서 자꾸만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는데 내가 미안해서 어찌할 줄 몰랐다. 이 친구가 잘 회복되어 곧 현장에서 만날 거라고 확신한다. 잘 되고 또 잘 될 것이다. 그렇게 건강하게 살아왔고 그렇게 또 멋진 삶을 살아갈 것이다.

 

대화 중 시를 읽어줬다.

 

겨울이 깊으면 거기
새 봄이 걸어 나온다

내가 무너지면 거기
 큰 내가 일어선다

최선의 끝이 참된 시작이다
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다.

 

박노해 시인의 <길이 끝나면>이라는 시다.

 

우리 모두의 슬픔과 아픔 다음에는 반드시 새 봄이 걸어 나오며 희망이 시작될 것임을 믿는다. 우리 모두 그 희망을 붙들고 현실을 봄처럼 살아내면 좋겠다.

 

금요일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