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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작은 배려가 만드는 추석의 행복

by 달그락달그락 2025. 10. 4.

해피 추석!!!

 

20년 전이다. 이사한 작은 아파트, 윗집에 층간소음이 심했다. 윗층에 어린아이들이 셋인가 있었다. 단독주택에 살다가 태어나서 처음 아파트로 이사 갔던 때였다. 반년은 참았던 것 같다. 하루는 일하다가 거의 날을 새고 잠시 눈 붙이고 출근하려고 했는데 윗층에 쿵쾅거리는 소리에 참지 못하고 처음으로 올라가서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여는 젊은 여성 앞에서 내 얼굴이 어땠을까? 돌아보니 수개월 쌓였던 분노가 가슴 한켠에 있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제발 조용히 좀 해달라고 사정조로 설명했었다. 내 표현이 사정조였지 아마 듣는 이는 무척이나 화난 청년 비슷한 아저씨 목소리 들었을 것만 같다. 여성은 너무 미안해하면서 조용히 시키겠다고 했다.

 

며칠이 지나고 어머니와 시장 보고 들어가는데 그 젊은 여성이 아파트 앞쪽에서 아이들과 오고 있었다. 갑자기 어머니가 “00, 어디 다녀오니?”라며 웃으면서 물었다. 아이들 보면서도 너무나 사랑스럽게 반겨 주셨다. 알고 보니 윗층 그 여성이 여동생 친구였다. 당시 여동생은 미국에 유학 갔던 때. 갑자기 내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부끄러워졌다. “저희 아가들이 너무 시끄럽죠. 더 조용히 할게요.”라면서 웃으며 지나간다. “오빠죠?”

 

사람이 사람을 안다는 것은 이런 해프닝을 만들어낸다. 아는 사람이면 더 주의하면서 생각할 터인데.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그때 상황이 많이 부끄러웠다. 조금 더 참으면서 스티커 정도나 붙여놓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기가 많이 울어서 윗집에 편지 남겼는데라는 제목의 글이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글쓴이는 최근 이웃집에 선물용 음료 세트와 함께 편지를 남겼다. 아기가 많이 우는데, 초보 엄마 아빠라 잘 달래주지 못해 시끄러울 수 있으니 양해를 부탁드린다는 내용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러자 아랫집 주인 메모지가 달렸다. 나와 완전 다른 분이셨다. “아기 울음소리 전혀 못 들었네요.”라며 들리면 좀 어떤가요? 애국자신데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저희는 반가운 이웃이 생겨 좋다괘념치 마시고 건강하게 키우시길 바란다. 해피 추석이라고 했다(사진).

 

 

이웃 간 층간 소음을 서로 배려하는 내용의 글은 이전에도 화제가 됐었다. 작년 10월에는 19층에 사는 한 어린이가 아랫집 노부부에게 사과 편지를 보낸 사연이 알려졌었다.

 

당시 유치원에서 층간 소음에 대해 배운 아이는 사과하는 내용의 그림 편지를 작성해 아랫집 현관문에 붙였다. 그러자 18층 할머니는 엄마 아빠한테는 비밀. 맘껏 뛰어놀아도 돼. 사랑합니다라는 답장을 보냈다(사진).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달그락에 청소년들과 선생님들은 토요일 오후에도 달그락거리는 중이다. 티에프 회의도 하고 각 자치기구에 모임도 이어진다. 모두가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 친구들이다. 추석에 지역 떠나지 않은 청소년들이 많아 보인다.

 

사람이 사람을 알고 그 누군가의 힘겨움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여 주고 수용하는 순간 또 다른 행복이 생긴다. 층간 소음의 그 작은 배려가 세상을 바꾸어내는 것만 같다. 달그락의 자치활동 한 부분도 층간 소음의 대상인 아가와 어린이들의 움직임을 짜증이 아닌 기쁨과 행복으로 받아낼 수 있는 힘을 기른다고 여긴다.

 

 

명절의 시작이다. 이른 아침 성묘 다녀오면서 하늘 봤다. 빗줄기 사이로 맑았다.

 

친구분들 모두 한가위예요. 가족과 이웃 모두 함께 행복하고 또 행복한 추석 되시길 빌어요. 우리 모두 행복해 보아요!!!

 

해피 추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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