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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지금 이 순간, 존재로서 존재하기

by 달그락달그락 2025. 8. 28.

서울에서 회의가 있었다. 참여자분들 평균 연령대가 65세 내외가 된다. 70을 앞둔 분도 계신다. 오랜만에 막내다. 회의 전에 항상 좋은 소식을 나눈다. 여행하며 겪은 일, 남편분이 아팠는데 잘 회복하고 운동을 시작한 일, 외국에 거주 중인 자녀 집에 다녀온 일, 손자를 돌보는 일 등 소중한 일상을 나누어 주셨다.


내가 좋았던 일이 뭘까? 내가 알려야 할 좋은 소식? 잠시 생각했는데 멀리 있지 않았다. 오늘 이른 새벽에 나와서인지 회의 장소에 약속 시간보다 조금 빨리 도착해서 시간이 남았다.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30여 분을 커피 홀짝이면서 멍하니 주변만 살폈다. 돌아보니 그 시간이 그렇게 좋았다. 아무도 없이 혼자 있는 그 순간. 오랜만이다.

 


늦은 시간 돌아왔다. 좋아하는 친구(?)가 밥 사준다고 해서 식당에 갔다. 사무실 근처에 새로 오픈한 곳인데 좋았다. 파스타, 작은 피자 한 조각, 그리고 몇 달 만에 생맥주도 한잔 시켰다. 술은 끊었는데 오늘은 그냥 한잔 마시고 싶었다. 여름 두 달이 어찌 갔는지 모른다. 뜨겁고 역동적인 시간. 정말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청소년, 청년, 그리고 지역 이웃들 덕에 긍정적 변화와 웃음, 땀과 가슴 설렘이 컸던 여름이 가고 있다.


내일 점심에 지역 대학에 계신 신규 위원님과 미팅이 있고, 저녁에는 우리 메이준의 인턴 최종 발표회가 있다. 아침부터 또 빠르게 일정이 지나갈 것이다.


미래도 과거도 아닌 지금 이 순간을 느끼고 살아내고 싶다. 


요즘은 현장에서 엄청난 성과를 내고, 이 바닥에 길이 남을 연구를 하거나, 훌륭한 글을 써서 어느 ‘미래’에 찬사를 받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지금 이 순간에 더 몰입하고 살아 있다는 것을 가슴과 몸으로 느끼는 ‘순간’이고 싶다. 지금 이 글을 끄적이는 이 순간까지도 가슴으로 느끼고 싶다.


산다는 것은 현재에 내가 존재하는 것을 아는 것만 같다. 내가 지금 이 순간에 살아 있다는 것을 아는 그 자체가 살아 있는 좋은 일 같다. 존재로서 존재하기다. 언제든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하며 살아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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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디소가 영화동에도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