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번 학기 ‘청소년…론’ 강의 들은 ○○입니다. 학점 관련해서 여쭤보려고 연락드렸습니다.”
갑자기 짜증이 확 밀려왔다. 성적을 높게 수정해 달라는 요청 글 같았다.
대략 2004, 5년부터 학부와 대학원 강의 나갔으니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강단에 섰다. 그 가운데 시험 성적 수정한 적은 딱 한 번 있다. 이 부분 철저한데 몇 년 만에 이런 문자가 온 것. 그 순간 진행하는 일도 많았고 머리 아픈 일도 산적해 있는 상황에 문자 받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네, 어떤 문제가 있나요?”라고 답했더니 학생 왈 “학점이 너무 잘 나와서요.”
문자 보다가 머리가 멍(?)했다. 성적이 잘 나와서 연락을 하다니?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라고 답하고 빨리 마무리 지으려고 한 학기 수고했고 방학도 잘 보내라고 했다.
그랬더니 “과제도 열심히 안 했고 시험도 잘 못 본 것 같은데 점수가 높게 나왔다”고 다시 문자를 보내왔다. 잠시 후 성적 확인하고서 문제 없으니 방학 잘 보내라고 했더니 그제야 ‘넵’이라고 답한다. 학생에게 이런 문자 처음 받았다.
겸손히 자신을 보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어디에나 있다.
대부분 자신이 한 것보다 더 크게 부풀려 이익을 취하려 한다. 나도 그랬다. 조직 생활 중 피해의식까지 겹쳐 힘겨운 시간을 보낸 적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았다. 세상에 그냥 주어지는 일은 없다. 대부분 노력한 만큼, 그리고 자신이 처신한 만큼 관계가 만들어진다. 이 학생 안녕하게 잘 살리라 믿는다.

늦은 시간 퇴근하며 독립서점인 마리서사 앞을 지나는데 벤치 글자가 바뀌어 있다. “내 모국어의 안녕은 첫인사이자 마지막 인사.” 한강의 글이다.
그러게 인사의 시작과 마지막이 같아. 언제나 안녕이지. 오늘도 ‘안녕’했다. 벤치 옆에 냥이(?)는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면서 “참 고생 많았다”는 표정이다. 자주 만나는 친구인데 인석은 언제나 이렇게 나를 불쌍히 본다.
미얀마의 메이준은 달그락 인턴으로 첫 출근을 했고, 오후 회의하면서 선생님들과 속 이야기 나누다가 욱(?)도 했고, 저녁은 중국 음식을 시켜 먹었다. 모두가 안녕이다.
내일도 안녕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친구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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