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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중요한 일을 우선하는 방법

by 달그락달그락 2025. 5. 6.

국민학교 다니던 어느 날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딱지치기하면 매번 친구들에게 잃었는데 그 날은 모두 땄다. 부엌 한 귀퉁이에 딱지를 몽땅 쌓아두었다. 기분이 좋았다. 경쟁해서 무언가를 얻었고, 친구들의 부러운 눈빛을 읽었다. 그들의 관심이 좋았다. 하지만 좋은 기분은 잠시였다. 귀가한 엄마가 이게 뭐냐며 한 소리 하셨다. 그때 알았다. 이게 모두 쓰레기라는 것을.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를 보는데, 산부인과 전공의들과 의사들이 잠도 못 잘 정도로 고생하고 있었다. 그 모든 문제의 원인은 전문의와 전공의 부족이다. 아무 생각 없이 스레드에 전공의들과 의사가 부족하니, 의사를 더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을 하나 올렸다. 난리가 났다. 이틀 동안 조회수가 5만을 넘었고, 댓글도 수백 개가 달렸다. 처음에는 관심을 받아서 좋았다. 하지만 이틀이 지난 오늘, 결국 글을 통째로 지웠다.

 

대부분 의사와 전공의 분들 같았다. 소수는 그 안의 상황을 설명해주며 대화를 나눴지만, 다수는 비아냥과 비난을 쏟아냈기 때문. 최근 정치 상황 때문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말도 반복해서 들으면 듣기 싫은데, 내가 쓴 글의 취지나 내용과는 무관하게 무조건적인 비난을 받는 것은 힘들다.

 

나에게 SNS 공간은 마케팅 도구가 아니다. 관심을 유도해 무엇을 얻기 위한 곳도 아니다. 좋은 사람들과 삶을 나누고 싶은 공간으로, 현장의 삶을 적절히 나누는 곳이 된 지 오래다. 누군가의 관심을 목적으로 무언가를 안내하고 싶은 생각은 오래전에 접었다.

 

어린 시절, 딱지를 모두 따와서 쌓아두는 게 목적이 아니었어야 했다. 딱지를 많이 따 봐야 결국은 모두 쓰레기다. 딱지 때문에 부러워하던 친구들의 눈빛도 큰 의미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에 친구들과 장난치며 놀았던 과정이었다.

 

관심을 받지 않아도, 혹은 받아도, 꾸준히 해야 하는 어떤 일이 있다면 그것이 좋은 일이 된다.

 

연휴 마지막 날이다. 다른 때 같았으면 사무실에 들어가 밀린 일을 처리했을 것이다. 나에게는 언제나 활동이 중요한 일이었다. 한 선생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후원자분들께 보내야 할 책을 포장해야 한다면서 출근하느냐 묻는다. 내일 하자고 나오지 말고 쉬라고 했다. 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침 식사 후 가족과 함께 고창 청보리밭을 다녀왔다. ‘폭싹 속았수다촬영지다. 가족 모두 함께하자는 아이의 말에 갈 곳을 찾다가 선택한 곳이다. 하늘은 조용했고, 세상은 온통 녹색이다. ‘폭싹속 장면이 떠올랐고, ‘도깨비드라마 촬영지도 살폈다. ‘연인이라는 드라마의 키스 장면의 사진 촬영 장소도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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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시간을 운전했고, 고창 청보리밭에서 두어시간을 걷다가 갑자기 내린 비도 맞았다. 아이들과 장난도 치고, 사진도 찍었다. 돌아와서 식사하고, 이성당에 들러 작은 케이크와 음료를 사서 나누어 먹었다.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데, 가슴은 충만해 졌다. 사무실에 나갔으면 얻지 못했을 느낌이다.

 

나이 들면서 계속해서 깨닫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진짜 중요한 일을 찾는 것이다. 딱지처럼 쓰레기를 모으는 일이 아니라, 정말 소중한 존재를 찾는 일. 요즘은 조금 알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그 중심이라는 것. 가족을 시작으로, 일터의 동료, 이웃과 벗, 그 안에서 함께하는 청소년과 청년들까지. 그 본질은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 안에 중요한 것은, ‘관심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오늘도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