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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나는 왜 나를 알리고 싶을까?

by 달그락달그락 2025. 10. 15.

 

유재석이 내일부터 레몬청을 판다면 대박 날 거다. 다음 달에 있을 우리 기관에 청소년활동 지원을 위한 일일찻집과 플리마켓을 홍보해 주면 지금 자원봉사자분들이 만들고 있는 수제청도 한두 시간 만에 완판되겠지. 지디가 군산에 짬뽕집을 열어도 한순간에 매진되어 재료가 소진될 것이다. 이효리가 우리 동네에 카페를 열면 어떻게 될까? 아마 그 주변 교통이 마비될 수도 있다.

 

이유? 연예인을 많은 사람들이 알기 때문이다. 이런 사업을 하면 많은 언론이 주목해서 기사를 써 준다.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팬덤이 큰 연예인이다. 당연히 호기심도 있고 팬들이 많아서 계속 가서 사주겠지만, 계속 잘될까? 물품의 질이 좋지 않고 서비스가 엉망이라면 어느 정도에서 손님 발걸음이 멈출 수도 있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는 세상이다.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된 지도 꽤 된다. 개인이 하나의 브랜드처럼 되고자 하는 이들이 넘친다. 내가 나이키 그 자체가 되는 거다.

 

인플루언서가 꿈인 청소년들이 많다. 인스타, 유튜브, 틱톡, 블로그, 페북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서 쉽게 유명해지고 돈을 버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퍼스널 브랜딩을 만들고 인플루언서를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강연자로 성공하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다. SNS에서 강의 홍보를 많이 하는 이들에게 강사 팔이라면서 비아냥대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강사도 무엇을 강의할 것인지, 그 내용이 중요하다.

 

글쓰기도 유행이다. 모든 사람이 책을 출판하고 작가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SNS에 글쓰기와 책을 주제로 글을 쓰는 이들이 많다. 그중 수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어떤 분의 글에 댓글이 수십 개씩 달리는데, 글의 내용은 성실하면 성공한다수준이다. 내 보기에도 너무 일반적이고 우수운데 댓글에는 열광적인 팬들이 있다. 이런 인플루언서가 책을 내면 어느 정도 팔린다. 출판사 중 이렇게 돈 될 만한 인플루언서를 찾아 책을 내는 곳도 있다.

 

책을 출판하고 작가라고 하는데,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이 없다. 자기 돈 들여서 출판하고서 작가가 되었다고 하는데, 그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디 강연장에 서면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한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알려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람은 누구나 관종이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본능 때문일까?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면 좋지만, 좋지 않은 모습으로 알려지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도 있다. 무플이 고통이지, 악플도 관심이라면서 좋아한다. 싫어하는 이들의 반대편에 좋아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 특히 정치인들의 표 값이다. 한쪽에서는 악마화되면서 한쪽에서는 정의로운 투사다.

 

자신을 알려서 관심받고 권력도 얻고 돈도 벌고 싶은 걸까?

 

한강 작가처럼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소설을 쓰다 보니, 그 글을 사람들이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알려지는 것이 정상(?) 아닐까?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 수단만 강조하는 관점이 싫다. 이곳 SNS를 사용하면서 퍼스널 브랜딩을 위해서는 무조건 사진도 올리고, 뭐라도 업로딩하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

 

자기 브랜드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어야 한다. 그 일을 타자도 좋아하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은 그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좋아하는 일도 아니고, 꾸준히 하고 싶지도 않고, 뭔가를 고민하거나 경험하거나 공부하지도 않으면서 그저 자신을 알리고 싶어 하는 이들은 위험하다.

 

그러다 보니 남녀 불문하고 옷을 벗거나, 고가의 물건을 자랑하거나, 돈 들여 외국의 신기한 곳에 가거나, 혐오스러운 행위를 하거나, 남을 비방하는 이들까지 있다. 심지어 비난하여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이끌고, 어그로 끌어 돈을 벌고 유명세까지 탄다.

 

자신을 알린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어떤 이미지로 인식되는 것을 뜻한다. 그 이미지가 그 사람의 사회적 자본도 만든다. 그 이미지는 껍데기에서 오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거나, 부족하지만 해보려고 하는 그 어떤 경험과 학습 등이 응축되어 나타날 때 깊은 관계도 만들어지고, 그 분야에서 좋은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결국 솔직함이다. 진정성 안에 공감은 자연스럽다.

 

이 바닥에도 인플루언서가 있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뛰어난 글쟁이가 있고, 이미 유명한 기자나 정치인도 있다. 연예인은 말할 것도 없고, 작가들도 많다.

 

유명해지고 알려지는 일은 내 수준에서 멈춘 지 오래다. 그럴 수도 없고,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도 크지 않다. 그냥 이렇게 오타와 비문투성이 글이지만, 마음 가는 대로 끄적이면서 지금 이 감정을 남겨 놓는 게 좋다. 그 안에서 만나는 이들(당신?)은 자연스러운 친구가 된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많이 알아봐 주는 것은 좋은 일일까?

아직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