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옳은 사람 말 안 들어. 좋은 사람 말을 듣지.” 최규석 작가의 웹툰 ‘송곳’에서 원칙만을 고수하는 구고신 소장의 말이다. 이 대사가 잊히지 않는다. ‘송곳’의 이 대사를 해석하면 사회에서 힘없는 노동자들의 ‘옳은’ 목소리는 전해지지 않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지는 힘 있고 매력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만 들린다는 것을 비판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옳은 주장을 하는 사람의 말은 잘 듣지 않는다. 원칙을 고수하고, 일의 내용과 논리, 정의에 따른 ‘옳음’보다는 감정적으로 잘 대해 주거나 자신이 보기에 매력이 있는 사람의 말을 쉽게 받아들인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경험에 따라 세상을 이해하고 ‘관계’에 따라 타자를 판단하는 경향이 크다. 편견 덩어리라는 말이다.
일 잘하는 사람과 무능한데 뺀질거리기까지 하는 사람과 관계가 좋아질 수가 없다. 희한한 것은 무능한 리더 옆에 감정적으로 응원하고 지지한다면서 일의 내용이나 질은 신경 쓰지 않고 관계만 집중하는 이들이 있다. 옳은 사람이 아닌 무능한데 관계 잘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순간 조직은 천천히 썩어 가기 마련이다. 만고불변의 원칙이다.
특히 리더로서 선발하는 사람은 유능해야 옳다. 일도 잘하고 신념도 있고 인간관계도 좋으며 노력하는 사람이면 이상적이다. 그 어떤 일도 ‘유능’이 우선이다. 반면 무능한데 노력하지 않고 관계로만 풀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조직에서 좋은 사람은 유능한 사람이고 비전에 따라 노력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회사 등 조직에 모인 이유는 여가 활동하면서 자기 좋은 이야기 들으며 수다 떨기 위해서 모인 것이 아니다. 그 유능함 안에 인간적인 배려와 이타성이 크기를 바란다. 하물며 지역에 리더로서 시와 도를 이끌겠다는 사람을 뽑을 때는 어찌해야 할까?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도지사, 시장 등 후보자들 순위 매기기가 시작됐다. 전화 받으면 자신을 선택하라고 페북이나 인스타 등에 연일 홍보 문구가 올라온다. "50만 국제 관광 기업도시 실현 총력", “시민이 함께하는 자립도시 군산” 등 그동안 지자체장 당선자들이 내건 구호였다. 과연 그 안의 구체적인 전략과 사업들이 얼마나 실현되어 시민들의 삶이 나아졌는지 돌아봐야 한다. 우리 지역은 여야가 없다. 한 당에서 후보가 되면 거의 당선이 된다. 지자체장, 시도의회 후보들은 시민들의 의견이나 제안을 받는 데 노력하기보다는 당 안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당원 수를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건다. 그 숫자만 확보해서 당의 후보가 되면 당선이 유력시되기 때문이다.
자신을 지지하는 당원 수만 확보하면 되니, 시민들의 눈치를 볼 일이 없다. 지역 시민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찾기보다는 소수의 관계를 가지고 숫자 세고 소수 당원 표만 확보하려고 한다. 지역이 발전할 수 있을까? 정당의 테두리 안에서 극소수 자신에게 친밀한 사람들을 선택하고, 실제 다수 시민들의 ‘옳은 소리’는 무시하는 지도자가 있는 지역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우리 모두가 안다. 선거제도 바뀌어야 한다. 그전에 시민들이 개인적 관계를 넘어 우리 모두를 위한 유능한 리더를 찾아야 할 때다. 간단하다. 후보가 무엇을 이루어 왔고, 앞으로 무엇을 이룰 것인지 명확한 비전과 전략에 집중해야 옳다. 그 어떤 유능함도 없는데 인사하면서 관계만 집중하는 이들을 멀리하자. 도대체 무엇 때문에 출마했는지, 그 이유를 묻고, 이를 위해서 어떠한 비전과 전략이 있으며, 약속을 이루기 위해서 그가 가진 유능함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고 살펴야 옳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 ‘옳은 사람’ 말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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