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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스레드와 페북 사이 : 조회수의 시대에서 찾은 소속감의 가치

by 달그락달그락 2025. 9. 18.

 

최근 한 달간 스레드에 90만 명이 다녀갔다. 계엄령 터진 후 정치, 종교 등에 비판적인 글이나 정보를 나눌 곳을 찾다가 스레드가 튀어나왔다. 시작한 지 몇 개월 만에 하루에 3만명내외가 다녀 갔다는 뜻이 된다. 나에게 이건 무슨 의미일까?

 

블로그를 오랜 시간 했다. 아마 10년도 넘었을 때 전체 참여자 수가 50만 명 갓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스레드 한 달 만에 오가는 사람보다도 못한 숫자다.

 

페북도 10년을 넘게 했다. ‘좋아요가 조금 많다 싶으면 100개 내외, 적다 싶으면 50개 내외가 평균이다. SNS 초창기 좋아요댓글많으면 기분 좋았다. 어느 순간 많이 주목받는 내용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자극적인 글이나 정치·사회적 내용도 있었으나 축하, 슬픔 등 사사롭지만 좋아요누를 수밖에 없는 글이 있었다. 글을 쓰면서도 대강 알게 된다. 이건 좋아요좀 많이 올라가겠다라는 생각.

 

어느 순간 좋아요 수에 신경 쓰지 않게 됐다. 이유는 스레드의 엄청난 조회 수와 좋아요 수에 있다. 별 감흥이 없다. 조금 심하게 표현해서 정치·사회적인 글이나 정보, 특히 개신교 극우화에 대한 비판 정보나 자료를 한두 줄로 요약해서 공유하는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 갖는 곳이다. 내 글이 아니다. 자극 적인 정보 제공과 내가 고민하는 자료 수집함 정도로 생각하고 관리했다.

 

페북이나 블로그는 다르다. 일상이 녹아 있는 내 삶의 글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관심 가져주면 기분이 좋다. 내 삶에 공감해 주는 느낌으로, 상당수 아는 분들이기에 더 친밀감도 커진다.

또 한 가지는 소통 관계다. 가까운 분도 계시고 건너 아는 사람들, 내가 좋아하는 분들, 작가, 정치인, 기자, 연구자와 교수, 현장 활동가와 교사, 청소년지도자 등이 대부분이다.

 

어제 스레드 글 하나에 조회 수 21만 회인 내용이 있다. 내가 적어 넣은 글은 딱 한 줄이다. 대법원 13명 출신 대학 표를 올리고, “동문회임?”이라는 질문 딱 하나에 수많은 댓글과 좋아요가 눌렸다. 대부분 비난 글이 많다. “뭐가 문제야? 최고로 공부 잘한 사람이 앉아 있는 거야.”, “부럽냐?”, “너 서울대 안 나왔지?” 등이 주류다.

 

어떤 글이든 비판받을 수 있고, 공감받을 수 있다. 대법관이 하나의 대학과 같은 학과, 심지어 같은 학번까지 많다면 법에서 추구하는 판례의 다양성 문제, 공정성과 신뢰성 저하 우려, 지적 다양성 부족, 대표성 문제, 제도적 폐쇄성 지적 등 수많은 문제가 있다고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해서 이를 꼬아서 안내한 내용인데 전혀 다른 반응에 놀랐다. 전문가 의견에 동의한 내 생각과 다른 분들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조회 수 높으면 좋은 건가? 그렇지 않다. 페북에 쓰는 글은 나름 공들이는 글이다. 짧으면 20분 내외, 길면 1시간도 들여 쓴다. 습관처럼 꼭 끄적여야 하는 의미를 두고 쓴다. 이 습관 때문에 언론사 두 곳에 10년 넘게 칼럼도 쓰고 있고, 잡지사 등에 글 요청 받으면 초벌글을 얻는 창고와 같이 되었다. 개인적인 고민이 투영된 내 글이기 때문이다.

 

페친이 글에 비판하면 바로 댓글 달고 건강하게 토론이 이루어진다. 10년 넘게 하다 보니 친구들이 극우, 극좌 수준은 모두 걸러져서 정치 이념이나 사상, 종교는 달라도 대부분 대화할 수 있는 분들이다.

 

스레드에 팔로워가 2,300여 명 된다. 수만 명이 달려들어 댓글 쓰고 옹호·비판하는 분들 중 댓글 달면서 토론하려고 노력해 봤으나 벽 보고 이야기하는 느낌이 잦았다. 특히 요즘 유행하는 극우라는 분들의 정신세계를 직접적으로 만나면서 극우 복음주의 진영의 세계관에 대해서 더 자세히 보게 됐다.

 

처음 스레스 사용할 때 정치 사안을 배설하듯이 언론 기사, 간단한 글과 사진 중심의 자극적인 내용이 많았다. 나에게 필요한 공간이었다. 페북이나 블로그와 같이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한 단면을 보는 공간으로 충분해 보인다.

 

페북에서와 같이 일상의 삶을 나누면서 정치, 사회, 종교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친구들과 나누면서 오는 즐거움이 있다. 이런 사회적인 신뢰 관계가 좋아서 계속하고 있다.

 

스레드는 처음부터 조금은 자극적이고 정보나 짧은 글과 자료 공유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곳에서 내가 경험하지 못한 영역과 세대, 진영을 직면하면서 배우는 게 많아진다. 내가 던지는 짧은 생각에 대한 고민 수준도 높아진다. 페북과는 전혀 다른 스레드만의 세계가 있다. 그것은 누구도 아닌 내가 설계해 놓은 곳이다.

 

스레드나 인스타, 엑스, 페북까지 자신이 속한 공간을 어떠한 관점으로 활용하는지에 따라 관계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우리가 오프라인에서 생활하는 공간에서의 관계와 거의 유사하다. 가정, 회사, 종교 기관, 책 모임까지 그 안에서의 소속감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만들어진다.

 

나를 보더라도 그렇다. ‘좋아요수 작은 페북에서의 소속감은 크고, ‘좋아요쏟아지는 스레드에서는 소속감이 작다. 체감하는 느낌이나 감정도 다르게 전달된다. 내가 들어가 있는 모든 공간에서 소속감을 키울지 줄일지는 결국 내가 그 관계를 어떻게 선택하는지에 달려 있다. 나의 선택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가능하면 그 어떤 공간이든 소속감을 키울 필요가 있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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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감은 어떤 집단에 자신이 연결되어 있고, 받아들여지며, 의미 있는 존재라고 느끼는 심리적 감각이다. 이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로, 긍정적인 관계를 통해 심리적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하며, 나아가 삶의 동기부여와 자아정체성 확립에도 기여한다. _사전적 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