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클럽에서 어르신 한 분이 갑자기 “젊은 친구 식사 한 끼 해요”라고 웃으면서 다음 주 시간 되느냐고 묻는다. 샤워장에서 옷 갈아입던 중이다. “인상도 좋고 해서 밥 한 끼 하려고” 속으로 ‘인상 좋아서 밥을 먹다니요?’라고 웃었다.
어르신 연세가 80대 중반이라고 하셨다. 언제나 정정한 모습으로 운동한다. 60대 초반 은퇴하고 운동 시작해서 20년 넘게 한다고 했다. 헬스클럽 가면 자주 보는 어르신들에게 무조건 인사드린다. 그랬더니 이런 일도 생겼다. 젊은이(?)라는 말에 기분이 좋았다. 40대 초반도 안 돼 보인다고 하셔서 그냥 웃었다. 명함 드리고 다음에 시간 되면 뵙자고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마음이 푸근해졌다. 내 나이를 열 살도 더 어리게 보고 있었다니.

행복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믿었다. 청년기 청소년들 만날 때 많이도 주절거렸던 내용이다. 천국과 지옥은 네 마음속에 있으니 환경 탓 적당히 하고, 마음을 잘 조절해야 된다고. 지금은 내가 한 말이 거의(?) 헛소리라는 것을 안다.
‘긍정의 힘’에 대한 미국 목사의 책이 한참 유행일 때가 있었다. 지금도 비슷한 부류의 책이 쏟아진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것인데 한편 맞기도 하지만 틀린 말일수도 있다. 매사에 긍정적이어도 망하는 사람들 많고, 부정적이고 비판적인데 성공하는 사람들도 많다.
너무 덥고 힘들면 에어컨 켜고 시원하게 해야 행복해진다. 너무 추우면 난로 켜고 온도를 높여야 기분 좋아진다. 한 여름에 땡볕을 그대로 받고 아스팔트 까는 일을 하면서 시원함을 생각한다고 절대로 시원해지지 않는다. 얼음물을 마시면서 그늘에서 쉬든지 에어컨 있는 방으로 들어가야 시원해 진다.
우울하면 햇빛을 보고 걷거나 달려야 멜라토닌 올라오고 기분 좋아진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서 대화하고 지지받으면 행복해진다. 행복은 관계와 움직임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내(감정 등), 외부의 환경에서 받는 자극에 대해 내가 선택하는 폭을 조율할 수 있는 힘에 연동된다. 이런 저런 책을 읽고 있는데 심리학에서 행복은 감정을 크게 생각하는 것 같다. 감정이 기분 좋다는 것은 나와 관계 맺는 수많은 사회적 관계가 어떠냐에 따라 달라진다.
마음이 우울하면 체육관을 가서 운동을 하거나, 밖에 나가 햇빛을 적당히 맞으며 걷거나 뛰면 기분이 좋아진다. 외롭거나 힘들 때 나를 응원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만나서 대화하면 좋아진다. 잘 모르는 사람들일지라도 매번 지나치는 이들에게 웃으며 인사하고 안부 나누면서 서로 미소 짓는 그 짧은 시간도 기분을 좋게 한다. 헬스클럽에서 만난 어르신의 호의에 응대하면서 나누었던 그 짧은 시간의 대화도 행복이다.
행복은 감정이기도 하고 마음속에 있는 어떤 느낌이기도 하며, 내 만족일 수도 있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나를 통해 행복해할 때 느끼는 감정일 수도 있다. 뭐가 됐든 그 감정의 씨앗은 대부분 외부에서 밀려서 들어온다. 뇌 과학자들이 매번 주장하듯이 마음은 몸과 연동되어 있다.
마음속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는 몸과 연결된 생명(자연과 사람 등)과의 좋은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해 보인다. 내 몸을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만들어 갈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이 모든 것은 우리 모두와 살아 있는 생명과의 연결에 있음을.
가슴 속에 천국을 만들고 싶다면 가만히 앉아(또는 누워) 마음 속을 조절하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움직여서 관계하고 만들어 가야 한다. 그래야 가슴도 따뜻해 지고 풍요로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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