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 한 분은 회계사다. 내가 매번 작은형이라고 했더니 자기 직업이 작은형(?)이라고도 장난칠 사이가 됐다. 달그락 진로위원회의 강 위원장님이다. 또 한 청년은 미얀마에서 왔다. 달그락을 미얀마에서 만들고 싶어서 이화여대에 유학을 왔고 군산의 청소년자치연구소와 달그락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
군산에 유명한 김밥집을 운영하는 청년도 있다. 가업이고 곧 서른이다. 내가 친구라고 했다. 인테리어 회사 대표가 있다. 와이에서 청소년 활동을 시작할 즈음에 나는 간사였고 이 친구는 춤추는 청소년이었다. 청소년이 40대가 됐다. 지금은 같이 늙어가며 일 돕는다며 달그락에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네일숍을 운영하는 사장님도 있다. 지역에서 소상공인 모임에서 달그락 후원자로 알게 되었다가 결혼식과 아이 돌잔치까지 갔었다. 환경운동을 하면서 제로웨이스트숍을 운영하는 대표님도 있다. 어머님이 같은 교회에 다닌다. 권사님 따님 결혼식 갔는데 따님이 이 분이었다. 나중에 알았다.
농촌지원센터 국장님도 계신다. 신뢰하는 친구가 소개시켜 준 분인데 코드가 너무 잘 맞는다. 오랜 시간 외국에서 선교사로 있었고 다양한 경험이 있는 분이다. 또 한 청년은 우연히 국가에서 지원하는 인턴 활동에 지원했고, 그중 자치연구소에서 선발해서 한 달여 함께 활동하고 있다. 전주가 집이고 대학 졸업반이다. 주말마다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밝은 친구다.
지역도, 나이도, 성별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밥 먹고 차 마시고 대화하면서 회의도 했다. 두 시간이 훌쩍 넘었다. 자기 돈을 내고 시간을 내어 지역의 청소년들의 진로에 대해 고민을 나누고 지원하는 시민들이다. 청소년자치연구소에는 이런 위원분들이 많다. 달그락 활동의 바탕을 이루는 분들이다.
올해 청소년 진로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자며 책도 공저하기로 했다. ‘내가 왜 지금 이 직업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현재 직업에서 좋았던 일과 어려웠던 일에 대해 정리해 보고, ‘다시 10대나 20대로 돌아간다면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써서 출판하기로 했다.
이번 주 토, 일 이틀간 달그락에서는 진로지원팀에서 우리나라와 미얀마에 대한 민주주의 캠페인을 하면서 <달그락 상상마켓>을 연다. 청소년들이 몇 주간 준비해 온 활동이다. 수익금은 미얀마에 달그락을 만드는 데 기부한다고 했다. 그 활동에 대한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대화도 했고, 청소년과 위원회, 청년들의 모임 자리도 만들었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성별과 직업, 지역도 다른 사람들이 이곳에 이렇게 앉아서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웃으면서 나눌 수 있다는 게 그저 신기했고, 좋았다. 모임 마칠 즈음 위원 한 분이 “소장님은 지금이 좋으세요? 다시 10대나 20대로 돌아간다면 어때요?”라고 물었다.
“전 지금이 너무 좋아요. 이렇게 좋은 분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복이에요. 그리고 전 20대가 너무 힘들었어요. 10대는 괴로웠고.”
사실이다. 나는 지금이 좋다. 다시 돌아가라고 해도 그때 그 상황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1도 없다. 지금 엄청난 연봉을 받아서도 아니고, 일이 안정되어 있어서도 아니다. 행하는 활동에 가치가 있고, 나름의 비전이 있다. 또 이 비전을 나누는 동료와 동지, 선한 이웃과 벗이 많아서다.
너무 덥고 피곤한 때다. 그 가운데 이렇게 멋진 분들과 이 수준의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복이다. 오늘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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