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소에서 인턴하는 청년들과 한 주 일정을 마친 후 대화했다. 주중 좋았던 일, 성찰한 일 등 속 이야기 나누었다. 오늘 너무 바쁜 일정 속에 여유가 없어서 안절부절할 때가 많았다는 청년이 있었다. 매일이 분주한 달그락이지만, 내가 봐도 토요일은 정말 분주하고 정신이 없다.
오늘은 자치기구 달모임뿐만 아니라 달그락 프로젝트 준비하면서 마을학교도 열렸다. 청소년들은 아침부터 국립생태원에 이 박사님 만나서 생태 환경을 공부했고, 오후에는 군산대학 미디어학과 고 교수님 만나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길위의청년학교에서는 김선녀 위원님 모시고 전쟁과 평화에 대해서 공부했다. 몇 주 전부터 시작된 마을학교에서 배운 내용은 사회변화를 위한 프로젝트로 기획하게 된다. 곧 그 프로젝트 발표를 하게 된다.
오후에는 청년센터 홀을 대여해서 ‘청년정책참여네트워크’ 주관하에 세대통합포럼이 진행됐다. 세대별 진로와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오갔다. 진로, 꿈에 대해서는 사치를 부려보자는 이 선생님의 이야기부터, 대한민국 인재대상 수상했던 진휘의 요즘 삶에 대한 자기 고민까지, 10대부터 70대까지의 삶과 진로에 대한 깊은 이야기에 생각이 많았다.
달그락 내에서 작가 활동하는 청소년들은 책방 전세를 열어 신규 청소년들 모여서 달모임 이어갔고, 기자단과 달달베이커리, 메이크드림 등 다양한 청소년 자치기구 청소년들의 활동도 있었다. 곧 있을 상상마켓도 준비했고 여러 TF 회의도 열렸다.
7시가 넘어 청소년을 지원하는 자원활동가 분들과 몇 분 선생님이 곱창 먹으러 갔고, 나머지 청소년들은 달모임 마무리 중이다. 그 사이에 인턴 활동하는 청년들과 대화 중이어서인지 조금 더 분주함이 느껴진다.
인턴 청년들은 모두 4학년 졸업반이다. 질문을 했다.
“만약 취업을 하지 못한 상태로 내년도 3월 2일이 되면 여유로워질까?”
“아니면 조급하고 불안해질까?”
답은 제각각이나, 취준생일 경우에 여유보다는 조급함과 불안이 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시간이 많이 남으면 여유가 많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다. 그렇지 않다. 일정이 빼곡해도 매 순간 자신이 만나는 시간과 공간에 깊이 참여하면 여유로워진다. 시간이 많이 남는 스케줄일지라도 지금 하는 일에 몰입하지 않고 나중 일에 불안해하면 여유는 사라지고 조급해지기 마련이다. 현재에 집중하지 않고 나중의 일에 불안해하면 당연히 좌불안석이 된다. 백수로 살면서도 여유가 없기 마련이다. 그 순간의 삶을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이 많아서 여유가 없는 게 아니다. 일이 없어서 여유가 넘치는 것도 아니다. 매 순간에 참여하지 않고 나중에 있을 일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살아왔다. 언제나 일을 넘치게 만들어 냈고, 현재에 몰입하지 못하며 모든 일을 쳐내듯이 행하며 불안해했다. 현재에 무엇을 하면서도 다음 일을 걱정하고 준비하기 바빴다.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지 못하면서 계속해서 미래의 일을 걱정하는 일, 준비하는 일만 하는 것. 고통이다.
그럼에도 붙잡고 있었던 것은 그 안에 가치와 의미, 진정성 때문이다. 그렇게 살아야 했고, 그렇게 사는 게 맞다고 믿었다. 그러다가 깨달았다. 미래를 살게 될 때 불안은 커진다. 현재, 지금 이 순간을 살려는 노력이 중요했다.
미래에 붙잡아야 할 비전은 반드시 설정하고 그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 방향 없는 현재 또한 불안이 크다. 목적지 없는 이동은 의미를 찾기 어려운 법이다. 시대에 따른 내 의미와 가치에 부합하는 나름의 비전을 붙잡는 게 옳다.
일이 많고 적음의 수준은 개인이 설정한다. 시간의 여유는 내가 설정하고 만들어 간다. 일의 많고 적음은 타자와 비교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자기 성찰에서 오는 고민(왜)과 나름의 비전을 설정하고(방향), 전략 가운데 그 순간을 살아내는 일이 중요했다.
하루가 그랬다. 계획한 일은 하지 못했지만, 오전, 오후, 저녁까지 가능한 그 순간에 참여하려고 했고 모든 게 진심이었다. 만나는 청소년, 청년들에게도 진심이었고 그들이 잘되기만을 빌었다. 그거면 됐다. 달그락에 복작대고 정신없는 토요일이지만, 개인적으로 여유 있는 날이다.
지금 이 글을 끄적이는 이 순간도… 여유롭게,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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