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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하버드, UCLA, 그리고 거짓말: 왜 우리는 속았는가?

by 달그락달그락 2025. 6. 9.

오늘 이 바닥에서 가장 핫한 분은 대통령 제외하면 이 책을 쓴 분은 아닌지. 이 분의 이력은 인터넷을 한두 번만 클릭해도 모두 볼 수 있다. 지금도 이 책은 교보와 알라딘 등에 걸려 있다. 중앙일보 등 언론에 이 분을 소개한 기사는 모두 삭제됐다. ? 이 모든 게 거짓이라는 것. 살짝 충격을 받았다.

 

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ty)에서 심리학과 뇌과학을 공부하고, 임상심리 분야 세계 1위 대학으로 평가받는 UCLA(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에서 임상심리학 박사를 취득한 미국 공인 임상심리학자. 뇌과학과 심리학을 기반으로 아이와 성인의 정신건강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기 위한 과학적 기초를 제공하는 연구를 진행. 또한 부모와 양육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심리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개인화된 심리적 지원 접근법을 개발 중

 

 

 

이 분이 쓴 책을 여러 곳에서 소개했고, 거의 심리학의 대가처럼 띄웠다. 책 소개를 보면 하버드의 하워드 가드너 교수와 같은 세계적인 석학들이 추천했다는 홍보 글까지 있다.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아무리 책 판매가 중요하다고 해도 공인된 출판사가 거짓말을 했다면 명백히 사기이기 때문이다.

 

스레드에 어떤 분이 이 분 글이 이상해서 논문을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전혀 검색되지 않았고 학위도 그 어떤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없어서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결국 그 내용을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김00 박사라고 소개되는 이 분은 홈페이지부터 페북, 인스타, 브런치, 스레드까지 매우 활발하게 활동했던 것으로 나온다. 지금은 모든 사이트가 닫혔다.

 

학력부터 모든 이력이 거짓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분에게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받았던 분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기를 바란다. 책을 사고 이 분의 이야기에 열광하고 안내했던 분들도 상처받았을 것 같다.

 

이런 류의 가짜 전문가들이 온라인 세상에 아직도 활개 치고 있다는 게 놀랍다. 성공 팔이 사기꾼들이야 그렇다 치지만, 이렇게 공인된 학위부터 출판사까지 연결되었고, 세계적인 석학들이 추천했다는 홍보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한 편으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만 같다. 그 바닥 전문가라면 이 사람이 쓴 책에 대한 비평이나 비판 같은 게 나왔어야 하지 않았을까? 우리나라 거대 언론사까지 이 사람을 인터뷰하면서 띄워줬다는 것과, 이 사람의 이야기가 최고 전문가의 말처럼 받들여지는 세상이다.

 

어떤 결과물의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닌 세상이다. 좋은 책이 많이 팔리지도 않는다. 팔로워가 몇 명이냐에 따라 책이 팔리고, 홍보를 어떻게 했느냐가 판가름되는 이상한 세상이 되었다. 마케팅의 핵심은 제품의 기능과 품질이다. 기능이나 품질이 형편없는데 그걸 만든 회사가 초일류 기업이라고 하면, 그 물건을 사겠는가?

 

학벌 좋은 의대를 졸업했는데 사람을 살리기는커녕 의료 과실을 계속 일으킨다면, 그자가 좋은 의사인가? 더군다나 의대를 졸업하지도 않은 사람이 의사 행세를 하며 진료하는데도 눈치채지 못했다면, 정상적인 사회인가? 그 의대 졸업생도 아닌데 책을 출판하고 언론에서 홍보해 주는 사회는 또 어떤가?

 

어떤 정치인에게 성과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를 지지하는 많은 이들이 욕 섞인 말과 함께 하버드 졸업한 것이라고 했다. 질문한 성과는 실제 그가 이룬 것, 그가 변화시킨 실제적인 활동, 에 대해 묻는 것이었는데, 이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나 실적이라 할 수 있는 대학 졸업이 가장 큰 성과라고 주장했다. 당대표를 해서 무엇을 이루었냐고 물었는데, 당대표가 된 것 자체가 크나큰 성과라고 했다. 거기서 대화는 막혔다.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실제적인 내용이다. 교수는 연구와 학생들 교육을 잘하면 된다. 요리사는 맛있고 건강한 요리를 만들면 되고, 연구자는 좋은 연구물을 만들어 기여하면 된다. 교수가 연구하지 않고 학생 교육에도 등한시하면서 자기 출신 대학과 대학원만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주장한다면 그를 존중하겠는가?

 

학위도 없는 사람이, 내용은 허술해도 좋은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고 거짓말하고 쓴 책이 팔리고, 거대 언론에서 소개되고 인터뷰되는 현실이다.

 

아직도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런 밤.. 끄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