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통이 왔다. 사흘여 머리 뒤쪽이 계속해서 쿡쿡 찌르는 것 처럼 아팠다. 병원을 찾았다. 신경과에 가야 한다고 했다. 수술하자고 하면 어떡하지? 머리를 째면 어쩌냐? 의학 관련 책도 여러권 읽었고 최근에는 관련 영화도 본 터, 온갖 생각이 머리에 움텄다. 거의 신파극에 영화 주인공까지 되어 가고 있었다.
오후에 시간 내서 신경과 찾았다. 내 이야기 듣더니 의사 선생님이 피곤하냐고 물었다. 요즘 스트레스 받는 일 많냐면서 뇌 속에 문제가 아니라면서 약 줄 테니 먹고 쉬라고 했다. 지난 주 토요일 오전에 만난 피부과 원장님 이야기와 똑 같아서 웃었다. 입술 한쪽이 포진 같은 게 생겨서 병원 가서 연고 받아 오려고 했는데 약 주면서 며칠 쉬라면서 똑같은 이야기를 한 것.
사무실 들어오면서 내 꼬라지 보다가 웃었다. 돌아 보니 지난 몇 달이 급했다. 조금 피곤한 듯 싶다. 가끔 목소리가 커지기도 하고, 짜증도 내고 있었다. 나를 내가 객관화하는 일이 무척이나 어렵다. 아직도 성숙하지 못한 내 모습이다.
아픈 게 아니다. 피곤할 뿐이고, 그 피곤 또한 스케줄 잘 못 관리해서 내가 만든 일이다. 이런 말을 이 나이 먹어서까지 할 줄은 몰랐다. 철이 덜 들어도 한 참 덜 들어서 그런다.
이전처럼 미친놈 마냥 자주 날을 새면서 아프면 아픈데로 열심히 한 것이니 칭찬받아 당연한 거라고 여길 때가 있었다. 그렇지 않다. 심신을 학대하고 일을 하는 일이 한 부분 성장도 있지만 지속가능성이나 내외적 관계에는 많은 어려움을 준다. 가장 큰 어려움은 당사자인 자신에게서 온다. 번아웃도 가속화 된다. 모두가 내 부족함이 만들어 낸 반복적인 일들이다. 피곤하고 포진에 두통까지 부끄럽고 창피하고.
달라져도 많이 달라져야 한다. 내려 놓을 것은 몽땅 내려 놓고, 집중할 일에만 집중하기. 벌써 20년이 넘게 반복하는 말이지만 그래도 조금씩은 나아진다고 믿는다. 그렇게 또 다짐하면서 부족한 나를 조금씩이라고 정리해 가면서 그렇게 살아야지. 이런 글 끄적이는 이유? 창피해도 그런 다짐이라고.
곧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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