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드디어 중졸이 되었다. 3년 있으면 고졸이 되겠지.
눈이 많이 오는 날 아이 졸업식에 갔다. 눈도 펑펑 내리는 날, 아이가 펑펑 울어서 눈이 부을 정도다. 담임 선생님 보면서 더 슬퍼한다. 졸업식에 이렇게 우는 청소년은 우리 아이 말고 거의 보질 못하겠다.
이 친구 늦은 시간까지 열린 방문 옆에 책상에서 꼼짝 안 하고 책만 본다. 주말에는 달그락에 청소년 기자로 열심히 활동하고, 일요일 교회에서 청소년 예배드린 후 대예배 피피티 넘기는 봉사한다.
재작년까지 밴드 그룹인 루시에 빠져서 기타도 치고, 심지어 밴드까지 결성하려고 했었다. 나도 서울까지 루시 공연을 몇 차례 따라다녔다. 요즘은 뮤지컬에 빠져 있다. 아이 때문에 설날에 홍광호 공연까지 관람하게 됐다. 무언가 하나에 빠지면 어떤 지점까지는 무조건 가보는 것 같다. 봉사활동도 많았다. 달그락 활동 상당수가 그런 활동이다. 학교 선생님을 많이도 좋아한다.
입시 공부도 곧잘 한다. 졸업식 순서지에 전교 1등에서 10등까지 장학금 수여자라면서 명단이 있었는데 그 안에 들어가 있었다. 이번 학기 반장이라는 것을 졸업식 가서 알았다.
왜 이렇게 공부 열심히 하느냐고 하니 “불안해서. 내가 남들보다 부족한 사람인 것 같아서요”라며 눈물 지을 때 있었다. 자존감이 낮아 보여 걱정이 많았다. 그렇지 않다고 너 성적이 이렇게 좋은데 왜 불안해하느냐고 그러지 말라고. 입시 공부 못해도 된다고 했다. 아이는 열심히 공부해서 국문학을 전공하면서 글을 잘 쓰고 싶다고 했다. 막내는 학교 공부 많이 하지 않는다. 침대에만 누워 있어도 너무 행복하다면서 환하게 웃는다. 큰아이도 막내처럼 작은 거에 행복해 하면 좋겠다.
언 듯 보면 까칠하고 예민한데 내 말은 곧 잘 듣고 인정 욕구도 있어 보인다. 이 부분에 매번 생각이 많다.
졸업식 마치고 점심 먹으러 갔다. 주메뉴 나오기 전 샐러드 바에서 음식 가져왔다. 먹을 게 별로 없어 보여서 호박죽하고 떡볶이 조금 떠 왔다. 나중에 온 큰아이가 똑같은 음식을 떠 와서 내 옆에 앉았다. 유전은 무섭다.
과학자들이 말하기를 자녀를 사랑하는 것은 유전자 때문이라고 했다. 내 유전자의 반절 이상을 가지고 있는 자녀는 무조건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건 그 사람들 말인 듯싶고, 유전자가 아니어도 사랑은 사랑이다.
나는 청소년들 만나면 가슴이 설렌다. 웃기는 이야기 같지만 정말 그렇다. 어떤 대상을 만났을 때 무조건 좋은 세대를 만났다는 것, 그 힘으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 그 가운데 내가 낳은 아이를 마주한 후에 또 다른 사랑도 만났다. 내가 만난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내가 낳은 아이를 통한 커다란 사랑이 있었고, 이 아이들 때문에 내가 성장했다. 정확히 표현하면 우리 두 아이가 나를 성장시켰다. 얼마나 감사한지.
내가 나은 아이를 만나면서 나의 부족함이 적나라했다. 내 어설픈 교육이나 태도, 성품을 거울로 반사하는 것처럼 보면서 아플 때가 많았다. 그래서 감사했고 사랑도 더 커졌다. 그래서 아이를 만나면 그냥 사랑스럽고 고맙기 그지없다. 문제는 표현이 안 된다는 것. 내 문제다. 그렇게 또 중졸 한 명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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