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퀘어 들어가면서부터 고1 되는 아이가 흥분하면서 안절부절못한다. 샌드위치도 안 먹겠다고 했다. 이런 모습 오랜만이다. 매일 조용히 책상에서 공부만 하던 아이였는데 공연장으로 이동하면서부터 딴 사람 모드다. 몇 년 전 루시 공연 따라서 왔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다.
누군(무언)가를 너무 좋아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며 흥분할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림과 음악, 책을 좋아할 수도 있고 가수나 배우 등 아티스트에게 빠질 수도 있다. 내가 이런 경험이 없어서 더 부러운지도.
뮤지컬 시작 전에 날 위해 예약한 망원경 찾아오더니 사용법을 자세히 설명해 준다. 그러고는 내 좌석 위치와 함께 중간에 쉬는 시간에도 티켓 챙겨야 한다는 등 아빠를 살뜰히도 챙긴다. 그것도 미덥지 않았는지 문자, 톡을 열심히 날려 준다. 이런 일도 있구먼. 신기한 일이 벌어짐.
지난해부터 큰아이가 뮤지컬에 빠져 있다. 샤워실 들어가면 음악 켜고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면서 밝은 목소리를 자주 들었다. 이 친구를 통해서 홍광호가 누군지 알게 되었다. 이 바닥 최고라고 하는 홍광호를 실물 영접하는 날이다. 아이가 클릭해서 어렵게 구한 티켓으로 나까지 덩달아 보게 된 ‘지킬앤 하이드’, 나는 ‘명성황후’ 이후 두 번째 뮤지컬이다.
설날 이브(?)에 만석인 공연장. 처음 시작할 때는 졸음이 밀려왔는데, 그럴 수 없었다. 지킬 박사가 ‘지금 이 순간’ 이 노래 부르는데 전율이 일었고 눈물까지 찔끔거렸다. 한 사람이 어떤 가치를 붙잡고 아버지와 세상을 위해 목숨을 거는 장면이다. 너무 유명한 노래여서 멜로디는 알지만, 이 노래가 어떤 부분에 불리는지, 그리고 왜 홍광호를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하며 좋아하는지 알게 됐다. 커튼콜 하는데 모두가 기립이다.
서울에서의 연휴 3일째다. 명절에 서울 올라온 것은 처음이다. 오전에 지하철 2호선에 도착했는데 좀비가 지배한 세상처럼 너무 조용해서 놀랐다. 오래전이다. 서울 생활 잠시 할 때 2호선의 출퇴근 시간은 지옥이었는데.
전날 잠이 안 와서 중고 서점에서 구매한 책을 새벽까지 읽다가 세계적인 작가들이 너무 단명한다는 것을 알았다. 늦잠을 잤다. 호텔 정리하고 나와서 식사하고 용산역에 붙어 있는 아이파크몰로 이동했고 두 아이는 주술회전 전시회가 있다고 꼭 봐야 한다고 했다. 이건 뭔가 싶었지만 그렇게 하기로 하고 나는 카페 구석에서 이런 글 끄적이고 있다.
https://youtu.be/K3nl8O4tFMg?si=iWZrnCsTBXqN2Qx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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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이 순간
나만의 꿈이 나만의 소원
이뤄질지 몰라 여기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말로는 뭐라 할 수 없는 이 순간
참아온 나날 힘겹던 날
다 사라져간다 연기처럼 멀리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날 묶어왔던 사슬을 벗어던진다...
.
또 다른 새해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에 우리가 꿈꾸는 일들이 모두 이루어 지길...
.
아이들 사진 찍기 무척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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