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수괴 피의자’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불법 계엄을 선포한 결과다. 우리나라에서 계엄은 경비계엄과 비상계엄을 합해 16번의 사례가 있다. 6.25 전쟁과 같이 전시 상황을 제외하면 대부분 계엄은 군부 독재 세력의 권력 찬탈이나 유지를 위한 수단이었다. 1948년 11월17일 이승만에 의해서 제주도지역 계엄령이 선포되었다. 제주 4.3은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고 계엄령 선포 이후 대규모 학살로 이어진다.
1960년 4월19일 이승만은 전국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4·19혁명이다. 이승만 정권의 부정부패와 부정선거에 저항하는 시민들이 늘어나자, 선포된 계엄으로 186명이 사망했고 6천여 명이 부상을 입는다. 1970년 10월18일 박정희는 부산에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유신독재를 반대하는 시위가 확대되고 마산 시민이 사망하는 등 많은 부상자가 나왔다.
1979년 10월26일 박정희가 총에 맞아 사망하자 제주도 제외한 전국에 새 계엄령이 선포된다. 1980년 5월17일 전두환에 의해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된다. 12.12 쿠데타로 군부를 장악한 전두환은 계엄령을 선포하며 수많은 광주 시민을 학살했다.
불법 계엄령 이후 탄핵을 위한 시위 문화가 바뀌어 가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촛불로 상징되던 탄핵 집회에 '아이돌 응원봉'이 등장했다. 집회 현장이 청소년, 청년층이 대거 참여하면서 문화행사가 됐다. 이러한 시위 문화에 대해 언론과 전문가들은 MZ, Z세대, 알파 세대 등의 세대론을 들고나오며 케이팝의 선한 영향력도 한몫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어떤 이들은 민주화를 경험한 세대와 비교하면서 민주화가 이루어진 땅에 태어난 세대여서 그 소중함을 잘 모른다는 말도 한다. 정말 그럴까? 그들만의 근거가 있을 테니 평하고 싶진 않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청소년들이 이번 시위에 ‘갑툭튀’ 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역사 가운데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때마다 항상 그 중심부 어딘가에 청소년들이 있었다. 이번 탄핵 국면에 집회를 본 한 외국 기자가 “나라가 어두우면 집에서 가장 밝은 것을 들고나오는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하는 말을 했다. 가장 밝고 아끼는 야광봉을 가지고 온 세대가 청소년, 청년들이다.
4·19 혁명에서 수 많은 청소년들이 들고 일어났고,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간 중 사망자 166명 중 10대 청소년이 58명에 이른다. 이후 청소년의 사회참여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미군 장갑차에 의한 중학생 압사 사건에 문제를 밝히기 위해서 촛불 들고 나왔던 이들도 청소년들이었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위한 집회까지 역사적 현장에서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찾을 수 있다. 광우병과 관련한 미국산 쇠고기 반대를 위한 촛불집회는 청소년들이 먼저 나오면서 발화되어 보수언론은 믿지 못하겠다며 ‘배후 조종설’을 주장했었다.
현재 청소년, 청년들은 세월호 참사를 몸으로 만났고, 박근혜 탄핵에도 참여했으며, 이태원 참사와 최근 계엄까지 만난 ‘시민’이다. 이번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과정에서도 ‘지음’과 ‘아수나로’ 등 청소년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청소년 5만여 명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에 동참했고, 정부의 청소년정책 제안 기구인 청소년 특별회의 청소년 중 상당수가 사직을 선언했다.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국선언과 집회 현장에도 청소년, 청년은 주변부가 아닌 시위문화의 중심으로 부각했다.
"전해주고 싶어 슬픈 시간이 다 흩어진 후에야 들리지만. 눈을 감고 느껴봐, 움직이는 마음. 너를 향한 내 눈빛을. 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 마. 눈앞에 선 우리의 거친 길은 알 수 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 이번 탄핵 집회에서 가장 많이 불린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의 일부다. 2016년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이 학교 측의 일방적인 정책 반대하며 농성하던 중 경찰과 대치 상황에서 스크럼을 짜고 이 노래를 불렀다. 이후 시위 현장에 젊은이들이 있을 때 자연스러운 저항의 노래가 되었다.
2016년 김진태 의원(현재 강원도지사)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100만 촛불’에 대해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그때의 헛소리를 기억하는 청소년들은 야광봉을 들고나오면서 우리 민주주의는 절대로 꺼지지 않을 것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을 꺼지지 않는 촛불을 밝혀 설명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우리 사회가 희망을 품고 이 수준으로라도 굴러가는 게 젊은이들의 자기 삶을 건 사회참여에 기반한다고 믿는다. 우리의 청소년은 민주시민이고 세계시민이며 평화 시민이다. 청소년은 시민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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