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지인이셨던 신부님이 내 하는 활동 보면서 노마드 같은 삶이라고 했다. 그때는 그 말이 무언지 몰랐다. 유목민이면 어떻고 정착민이면 어떤가 싶었다.
요즘 AI가 유행이듯 당시 디지털이라는 단어를 붙인 용어가 쏟아져 나올 때였다. 디지털 노마드라는 용어.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노트북 등 들고 다니면서 시공간의 제약 받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며 사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내 하는 활동을 통해 회사와 같은 틀에서 벗어나 계속해서 자신을 바꾸고 떠돌아다니면서 일하는 사람들 정도로 해석했다.
그때가 처음 독립해서 개인연구소 만들어 프리랜서 할 때였다. 하루에 세 지역에서 강의할 때도 있었고, 전국 네트워크 활동도 중심 잡고 많은 사람들 만나면서 활발하게 움직이던 때다. 한 곳에 있을 수가 없었다. 지인 사무실에 책상 하나 넣어 놓고 거의 전국을 돌아다녔다. 3년여간 그렇게 살았다. 정치 사회적 환경도 힘들었고 먹고사니즘을 넘어서려고 불안에 하던 시기였다.
이후 지역에 연구소 다시 열고 달그락 기획해서 운영 중이다. 지금은 어떤가? 모든 일은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 활동과 <길위의청년학교>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도 디지털노마드 같은 삶은 멈추지 않는다. 이번 한 주만도 익산으로 며칠 출근했고, 청주에 다녀왔고, 오늘은 이른 시간 서울에서 일을 했다. 방금 일 마치고 귀가했다.
그 가운데 사무실 들어가서 선생님들 만나고 하던 일 피드백 하고 나누고, 회의하고 지역에 운영하는 모임도 참여한다. 이전과 다르게 모두가 지역 활동임에도 공간은 전국이다. 무엇 때문일까? 개인연구소 할 때는 전국 네트워크 중심의 활동과 먹고사는 일로 강의, 연구용역 때문에 활동 반경이 넓을 수밖에 없었지만, 현재 지역 중심의 청소년(자치)활동은 또 다른 차원으로 접근된다.
지역 달그락 사례는 확장되어야 옳다. 그 안에 비전이 우리를 이끌어 가고 있다. 그 비전은 지역에서의 활동을 넘어 가능하면 관계하는 모든 곳이 “청소년 참여와 자치를 바탕으로 모든 이들이 환대받는 세상”을 꿈꾸고 움직인다. 그 바탕에 청소년을 만나는 이들이 있고, 달그락과 길청과 연대하고 후원하는 시민들이 있다. 전국에 포진되어 연결된 사람들의 그 매듭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는 일은 내가 직접 해야 할 활동이다. 움직일 수밖에 없다.
오후에 신림에서 청소년들과 선생님 몇 분 대상으로 깊게 이야기 나누었다. 법인 내 일 처리로 인해 요즘 머리가 너무 아팠는데 청소년들 만나서 대화하면서 마음이 조금 놓였다. 사람은 만나야 알 수 있는 존재다. 보이는 게 모두가 아니고, 내가 아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 상대의 의도와 지향하는 지점, 삶의 맥락까지 이해하면서 결정해도 늦지 않다.
또 하루가 지나갔고 차 안에서 졸다 깨기를 반복했다. 귀가하고 일정표 보니 일주일이 지났다. 만나고 싶은 분들이 많은데 시간이 없어 아쉬운 마음이 크다. 일이 아닌 삶으로서 나누고 싶은 분들을 더 많이 만나야 할 터. 후반기 일정들 정리되면 내년에는 일을 넘어 삶의 매듭을 더 강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밥을 먹고 삶을 나눌 분들이 그립기도 한 때.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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