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구 및 관점/칼럼

10명 중 2명은 나를 무조건 싫어 한다고... 힘 빼고 관계할 일이다.

by 달그락달그락 2024. 9. 25.

나를 아는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줄 알고 살았던 때가 있었다. 2, 30대 청년기까지 그렇게 생각 없이 살다가 어느 날인가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것도 가까운 사람이었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무언가 돕고 교육했던 후배였다.
 
싸우거나 어떤 사건을 통해서 관계가 틀어질 수는 있어도, 내가 좋아한다고 여겼던 이가 나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충격을 받았다. 그때까지도 내가 철이 덜 들었던 모양이다. 모든 이들이 나를 좋아할 것이라고 믿고 살았다니.
 
짤로 도는 어느 정신과 전문의의 인터뷰에 인간관계는 ‘1대2대7’이라고 설명했다. 나를 만나는 10명 중의 1명은 나를 좋아하지만 2명은 무조건 싫어하고 7명은 관심 없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의사소통 전문가는 나를 만나는 10명 중 항상 나를 좋아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3명은 있지만, 내가 무얼 해도 싫어할 3명이 있고, 4명은 무관심하다고 했다. 그러니 최소한 7명은 나를 좋아하거나 좋아할 사람이라면서 위안을 삼으라고 했다. 루쉰이 말한 ‘정신승리’ 같은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이런 글을 읽으면서 내가 무슨 일을 해도 나를 싫어하는 이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알고 마음 편하게 살라는 말이었다.
 

 
 
이전에는 그 어떤 자리에서도 내가 옳다고 여기는 것은 안내하고 설명하려고 했다. 강의실에 들어가도 가능하면 최선을 다해서 교육하며 상대가 받아들이기를 바랬다. 나이를 떠나 고위직 공무원이건 대학원생이건 간에 공부하기 싫어하는 것처럼 보여도 무조건 밀어붙이려고 했다. 그게 상대를 위한 것이고 그가 만나는 또 다른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여겼다.
 
직장에서도 후배들 만나면 그들이 잘 되게 돕는 일은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무언가 안내하고 코칭하며, 교육하는 일이라고 믿었다. 상대의 얼굴에 싫은 내색 짙어도 선배로서 당연히 깊게 슈퍼비전 해야 한다고 여겼다. 내가 힘들어도 해야 할 일이라는 이상한 내 안의 강박이 지배하고 있었던 때다.
 
일하는 곳은 가족까지는 아니어도 선후배 간 조금 더 깊게 알아가기 위해서 사생활도 편하게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되어야 했다. 퇴근 후 늦은 시간 술자리도 자주 가졌다. 예전 연애사부터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도 서슴없었고 내 우스꽝스러운 어린 시절의 이야기도 편하게 하려고 했다. 더불어 상대도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개방하면서 조금 더 깊은 관계가 되기를 바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았다. 타자와의 좋은 관계는 서로 간 이해의 폭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것. 내가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해도 상대 입장에서 싫을 수 있고, 나의 태도나 언행이 불편할 수도 있다. 순수한 마음으로 상대에게 잘해 주는 일도 상대는 싫을 수 있었다. 깊게 대화하려고 속 이야기를 해도 상대가 마음을 닫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도 있고, 업무 이외에 대화조차도 불편해하면서 거리를 두는 사람도 있다.
 
사람은 모두가 다르게 관계를 맺는다. 관계는 옳고 그름이 없다. 모두가 상대적일 뿐이다.
 
이전에는 내 마음을 몰라 주는 후배 때문에 마음이 아팠던 적이 있었다. 가르치는 학생들 사이에도 관계는 완전히 갈렸다. 존경한다면서 자주 연락하고 때 되면 찾아오는 이들도 많았지만, 어떤 학생은 나를 보면 괜히 움찔하기도 하고 자신을 힘들게 한 선생이기도 했다.
 
시간이 가면서 상대가 원하는 수준을 빠르게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직장 내 동료나 후배와 사적 대화까지 깊게 하면서 삶을 나누고 싶은 마음은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다. 그런 관계를 상대가 원하는지 모른다. 대화 가운데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하되 상대가 원하지 않으면 그 수준에서 멈춘다.
 
강의나 교육, 슈퍼비전 등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원하지 않으며 역량이 커지기는커녕 오히려 관계만 안 좋아질 수도 있다. 상대가 받아들이는 수준에서 정리하면 된다. 힘들어할 필요가 없다. 그저 그 수준에서의 관계 또한 의미 있다고 여긴다.
 
참여시키고 촉진하며, 자기 주도성을 갖게 하는 일, 네트워킹하면서 깊게 연대하는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심지어 내 전공은 이 바닥(?) 많은 이들이 알듯이 ‘(청소년)참여’다. 이렇게 평생을 살아가면서도 상대가 원하지 않으면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사람을 알아 가는 일이 중요했다. 본질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그 바탕의 동기를 알아 가는 일이다. 내적 동기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변화는 자연스럽다. 그러니 너무 힘쓰지 말자. 운동을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힘 빼라고 했다. 인간관계도 그렇다. 힘을 빼야 내가 조금은 더 여유로워지고 자유로워진다. 관계하려는 힘을 뺄 때 내 안에서 인내하며 받아 낼 수 있는 심리적 공간이 커진다.
 
무슨 일을 해도 싫어할 준비가 되어 있는 2명은 꼭 기억할 일이다. 힘 빼고 관계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