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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흑백요리사의 주인공

by 달그락달그락 2024. 10. 9.

떡볶이 이야기 듣는데 눈물이 나오다니.

 

파이널 라운드 대결 주제는 '이름을 건 요리'였다. 그가 내놓은 요리는 '나머지 떡볶이 디저트'였다. 삶은 떡을 갈아서 얼린 뒤 디저트 형식으로 떡볶이를 재해석한 요리. 참외를 넣은 막걸리를 곁들였다.

 

마지막 요리를 평가받으면서 한국말이 서툰 그는 편지를 써서 띄엄띄엄 읽었다.

 

"나에게 에드워드라는 미국 이름이 있지만 저는 한국 이름도 있다. 나에게 한국 이름은 균이다. 그래서 이 요리는 이균이 만들었다."..."항상 한국에서 음식을 너무 많이 줘서 배불러 다 못 먹었다. 떡볶이 시키면 항상 떡이 2, 3개 남는다.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풍족함과 사랑,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 이것이 바로 한국음식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만든 요리의 배경이었다.

 

한국인에 대한 자기 정체성을 남은 떡볶이 세 개에 투영하면서 풍족함과 사랑, 타자의 배려라고 했다. 한국인에 대해 음식에 녹아 있는 을 설명하는 듯했다. 이 장면에서 왜 눈시울이 뜨거워졌는지 모르겠다.

 

 

 

막걸리를 함께 준비한 이유는 "이균은 옛날 사람이다. 그런 거 좋아한다. 에드워드는 위스키 마시는데 이균은 막걸리 마신다"라고 했다.

 

에드워드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자랐다. 요리사이고 작가로 활동 중이다. 뉴욕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대학 졸업 후 레스토랑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셰프가 되었다. 미국에 가장 유명한 요리경연대회인 아이언셰프에서 우승했고 이후 고든 램지와 같이 심사위원을 할 정도의 명성을 가진 셰프다.

 

이런 이력을 가진 에드워드 리가 흑백요리사에 참여하는 이유가 있었다.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찾기 위한 도전이었다고 설명한다. 이 대회에서 그의 모든 요리는 불가사의하게도 한식에 대한 재해석이었다. 인플루언서 초대석 매출 경쟁에서도 장을 이용한 요리를 했다. 두부지옥에서는 코스요리를 제대로 선보이면서 두부천국을 만들어 냈다.

 

 

 

 

그의 영상을 몇 개 찾아봤는데 미국 남부 요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고, 미국인 아내와 딸과 단란한 가정생활도 애틋했다. 미투 운동 한참일 때 여성 요리사들의 힘겨움을 공감하고 멘토역할을 자임하면서 지원하는데 나름의 활동도 활발히 했었다.

 

뉴욕에 살다가 삶의 거점을 켄터키로 옮기게 된 계기도 드라마틱했다.

 

“9.11 테러로 많은 단골들이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자 그는 큰 충격을 받아 가게를 접었고, 곧이어 유럽과 미국 방랑에 나선다. 여정 도중 켄터키 루이빌에 들렀을 때 ‘610 매그놀리아라는 식당에서 일주일 정도 주방 일을 도와주었는데, ‘610 매그놀리아는 지역에서 사랑 받는 식당이었음에도 후계자가 없어 오너가 은퇴하면 가게를 닫을 형편이었다.

 

그러던 중 오너의 눈에 에드워드 리의 요리 솜씨가 들어오게 되었고, 에드워드 리가 뉴욕으로 복귀한 후에도 매주 그에게 전화를 걸어 가게를 물려받아 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매번 고사하던 그는 문득 자신이 느꼈던 켄터키의 모든 분위기를 떠올리고 심경의 변화를 느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켄터키로 가 610 매그놀리아를 이어 받게 되었다. 처음에는 남부식 요리를 하던 사람이 아니었기에 610 매그놀리아의 단골이 줄어드는 등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점차 남부요리를 배워 재해석한 메뉴들이 호평을 받으면서 식당은 다시 확고한 명성을 얻게 된다.”_위키 중

 

그의 요리는 창의적이었고 완성도가 높았다. 인간적으로도 경쟁 상대에 대한 매너, 팀플 진행하면서 보인 팔로워로서 사고방식의 유연함과 리더십까지 훌륭했다. 미국에서 태어났고 미국에서 자란 그가 한국인이라는 자기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면서 만들어 낸 요리는 그의 삶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그는 겸손했고 모든 요리에 자신의 이야기가 있었다.

 

흑백요리사의 진짜 주인공은 에드워드 리’, ‘이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