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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글쓰기의 이유, 잠이 안 올 때는 털 알러지 약을 먹어야 한다고?

by 달그락달그락 2024. 8. 28.

잠이 안 올 때는 양을 떠올리며 숫자를 세라고 해서 열심히 셌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 그런데 요즘 너무 더운데 양털이 엄청나게 날린다는 글. 그래서 내가 잘 때 가끔 콜록거린다고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털 알러지라면서 내 걱정을 해주셨다.

 

불면증이 있는 나는 잠을 자기 위해서 털 알러지 약을 먹어야 했다. 그리고 양을 세면 잠이 잘 온다는 결론. 댓글 써 준 친구가 고마웠다. 그런데 어떤 분이 양털을 모두 깎아 버리라고도 했다. 그러면 양들이 덮치고 울타리 터진다면서 조심하라는 분도 계신다. 양털 깎는 전기 바리깡을 살지 잠시 고민했다.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 끝에 어떤 분은 배가 바다도 가고 산도 가니 얼마나 좋냐고 한 말이 기억났다. 이래저래 모두 맞는 말 같다. 자기 생각의 중심이 없으면 이렇게 된다. 배가 산으로 가도 좋고, 잠을 자기 위해서 털 알러지 약을 먹는다.

 

우리 삶에 잠을 자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털 알러지 약이 남발되는지 모른다. 이를 방지하고 조금 더 잘살아 보려고 일하면서 틈틈이 책보고 글 쓴다. 책 읽고 글 쓰다 보면 조금은 옳은 방향의 결정을 하는 힘이 생긴다. 자기 결정권의 타당성이 커진다.

 

배를 만들어 산으로 밀어 올리면서 좋다고 하지는 않는다. 어설픈 망상에 젖어 있을 때는 산으로 가는 배도 멋있다고 여겼고 양을 세면서 털 알러지를 나에게 주면서 걱정하는 사람도 좋았다. 시간이 가면서 알게 되었다. 모든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고, 거기에 따른 책임도 내가 져야 한다는 것. 그들을 뭐라 하고 싶지 않다. 모두 내 선택의 문제다.

 

 

 

오후 2시에 시작한 워크숍(?)인지 회의(?)인지 서로 깔깔대는 시간이었는지, 내 화가 오락가락하는 시간이었는지 모르는 선생님들과의 긴 시간(?)10시가 되어 끝났다. 그럼에도 발표하고 논의할 내용 중 두 가지는 하지 못했다. 중간에 배가 고픈데 막내 선생님과 정 선배(별명이 선배인 막내 두 번째 샘)가 간식을 먹으면서 수다 삼매경. 배고픈데 먹어 보란 말도 안 하냐고 장난치니 포크로 마구 찍어서 두 손 안겨 준다. 그리고 막내 선생님이 멋진 모습이라면서 사진을 찍어 단톡방에 올려놨다. 그중 한 장이 이 사진이다.

 

늦은 시간 퇴근해서 집에 와서 이 글 끄적이면서 하루 생각이 많았다. 저녁 식사 후에 시간 대부분은 선생님들이 활동하면서 공유한 글에 대해서 발표하고 수정 보완할 내용들 나누었다. ‘글쓰기가 사람을 살리고 삶의 중요한 그 무엇을 찾아내는 가장 큰 수단이고 목적이 되어 가는 것을 가슴으로 알게 됐다.

 

현장 활동에 가장 중요한 내용은 결국 그 어떤 변화의 기록이다. 이야기를 살아 있는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다. 그 이야기가 살아 움직일 때 우리 삶에서 최소한 잠을 잔다면서 털 알러지 약은 먹지 않게 된다.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기 때문이다.

 

선생님들과 깊게 이야기하면서 그들이 놓친 것을 직면하게 도왔다. 내가 현장에서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 무엇인지, 배는 강과 바다로 잘 가고 있는지, 목적지가 우리가 꿈꾸는 비전을 향해서 가고 있는지, 우리는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등 그들이 써서 안내한 글을 가지고 여러 모양으로 확인하면서 대화했다.

 

현장이 살아 있는 글은 이 바닥에 삶을 걸고 있는 우리가 남겨야 할 중요한 역사이자 인생 그 자체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