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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삶의 숨통을 넓히는 방법

by 달그락달그락 2024. 7. 9.

 

 

구씨는 미정에게 인생이 늘 이렇게, 하루도 온전히 좋은 적 없다라고 했다.

 

미정은 하루에 5. 5분만 숨통 트여도 살 만하잖아. 편의점에 갔을 때 내가 문을 열어주면 고맙습니다하는 학생 때문에 7초 설레고, 아침에 눈 떴을 때 아 오늘 토요일이지?’ 10초 설레고, 그렇게 하루 5분만 채워요. 그게 내가 죽지 않고 사는 법이야라며 자기 방식을 이야기해 준다.

 

몇 년 전 방송된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에서 구씨와 민정의 대화다.

 

 

 

 

나의 아저씨에서 동훈(이선균)은 동료들과 술 마시다가 지안(아이유)이 불쌍하다면서 경직된 인간들은 다 불쌍해. 살아온 날들을 말해 주잖아. 상처받은 아이들은 너무 일찍 커버려. 그게 보여, 그래서 불쌍해.”라고 읊조린다. (댓글에 노래와 대사)

 

경직된 사람들을 불쌍하다고 했다. 자신도 경직되어 있는 아저씨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많이도 경직되어 있는지 모른다. 하루에 만나는 모든 이들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경직됨. 서로가 불쌍해하는 풍경 같다. 가끔은 그런 사람들의 모습에 슬퍼지기까지 한다.

 

오후에 청소년 인생등대 만들기라는 멘토링 사업에 담당 멘토들을 만났다. 인서울 한 지역 청년들이다. 고향 후배들을 위해서 자기 시간 내서 청소년들 만나면서 진로활동을 돕는다고 했다.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사업으로 청년들 만나달라는 요청받아 두 시간여 멘토링 강의했다.

 

멘토로 참여한 청년들 대부분 서울에 대학생들이다. 달그락에 이전에 회장이었던 성주도 보이고 몇 명 아는 청년들 있어서 좋았다. 어떤 이는 이런 짧은 관계, 그것도 줌(zoom)을 통해 온라인으로 만나는 관계에 부정적인 이들이 있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이란 게 다 그런 건가? 매일 만나는 선생님이나 어른들에게서 아무런 변화 없이 책상에 앉아 있는 청소년도 있지만, 어떤 이는 지나가는 말 한마디와 책에서의 문장 하나가 인생을 바꾸어 내는 터닝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멘토, 멘티의 관계. 그것도 온라인으로 시간이 될 때 잠시 만나는 그 순간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 멘토로서 진심 어린 관계가 될 때 가능한 일이겠다.

 

찰나를 산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 만나는 사람들과 진심 어린 관계를 맺으면서 을 나누는 관계를 뜻한다. 사람을 수단화, 대상화하지 말고 그 존재로서 존중하는 따뜻한 관계의 공간이 만들어질 때 동훈이 말한 경직되어 사는 불쌍한 삶을 넘어서게 된다. 경직은 관계의 단절이다.

 

미정이 말한 하루 5분만 숨통이 트여도 살만하다고 했다. 5분이 50분이 되고, 5시간이 될 수도 있다. 편의점에 갔을 때 누군가 나오면 내가 문을 열어주고, 카페에서 커피 내려 주는 알바생에게 반갑게 웃음 지어 주면서 고생한다고 한마디 해 준다. 거리 청소하는 분에게 수고한다며 인사드리고, 아파트 앞에서 폐지 줍는 어르신에게 신문 모아서 리어커에 실어 드리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는 모든 분에게 반갑게 인사 한다.

 

직장에서 만나는 동료, 후배들이 어떻게 하면 이들의 삶이 직장 내에서 더 잘 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고 지원하듯이 함께 일하면 된다. 미정이 말한 삶의 숨통이 틜 수 있는 방법은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넓히는 일이다.

 

온라인 멘토링도 마찬가지다. 짧은 시간 청소년을 만나지만 20대의 이 청년들이 진정어린 마음으로 함께 할 때 청소년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숨통이 트일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짐을 믿는다. 우리 삶의 어느 순간 모두가 그렇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만나는 그 누군가에게 집중하고 그가 잘되기를 바라는 짧은 순간의 숨통이다. 그 숨통이 조금 더 커질 때, 이러한 세상에서도 그나마 살만한 공간이 조금씩이라도 확장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