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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로 ‘공감’을 키우는 방법: '오글'의 이유

by 달그락달그락 2024. 7. 2.

어느 대학의 심리학 교수가 그 학교에서 강의를 재미없게 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한 인류학 교수의 수업을 대상으로 실험을 계획했다. 그 심리학 교수는 인류학 교수에게 이 사실을 철저히 비밀로 하고, 그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에 게만 사전에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전달했다.

 

첫째, 그 교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주의를 집중하면서 열심히 들을 것.

둘째, 얼굴에는 약간 미소를 띠면서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간혹 질문도 하면서 강의가 매우 재미있다는 반응을 겉으로 나타내며 들을 것.

 

한 학기 동안 계속된 이 실험의 결과는 흥미로웠다. 우선 재미없게 강의하던 그 인류학 교수는 줄줄 읽어 나가던 강의 노트에서 드디어 눈을 떼고 학생들과 시선을 마주치기 시작했고 가끔씩은 한두 마디 유머 섞인 농담을 던지기도 하더니, 그 학기가 끝날 즈음엔 가장 열의 있게 강의하는 교수로 면모를 일신하게 되었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학생들의 변화였다. 처음에는 실험 차원에서 열심히 듣는 척하던 학생들이 이 과정을 통해 정말로 강의에 흥미롭게 참여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소수이긴 하지만 아예 전공을 인류학으로 바꾸기로 결심한 학생들도 나오게 되었다.

 

이 글의 제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무엇일까?

 

1) 학생 간 의사소통의 중요성

2) 교수 간 의사소통의 중요성

3) 언어적 메시지의 중요성

4) 공감하는 듣기의 중요성

 

답은 4. 공감이란 이런 것이라며 SNS에 많이도 돌아다니는 글이다. 출처가 어딘가 싶어 찾아봤더니 9급 공무원 시험 출제 문제였다는 게 놀라웠다.

 

 

 

공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오만가지 답을 꺼낼 것이다. 상담심리 조금만 공부해도 공감과 동정의 차이를 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남의 의견이나 감정에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정도가 일반론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많이 사용하는 단어. 특히 동정과 비교되는 단어다.

 

'타인'에게 일어난 일로만 생각하는 일방적인 측은지심으로 동정을 말하는데 어떤 이들은 그 감정에 매몰되는 것까지를 동정으로 치기도 한다. 공감은 이와는 다르게 상대의 감정에 들어가 있으면서도 어느 정도의 객관화 하는 관점을 견지한다.

 

공감을 얻는 좋은 글은 어떤 글일까?

 

내 글이 상대의 마음에 전해져서 공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일단은 쓰는 사람들의 솔직한 그 무엇이 필요해 보인다. 쉽게 설명하면 진정성이겠다. 문법, 문체, 어휘를 넘어 비문과 오타가 섞여 있는 글일지라도 삶의 진정성 있는 모습이 보일 때 빨려 들어가는 가는 경우가 있다. 어르신들이 나이 들어 글을 배우고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쓴 편지, 먼저 죽은 남편을 향한 그리움을 담은 글을 읽으면서 눈물 찔끔거렸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쓴 그렇게밖에 될 수 없었던 가족사가 녹아 있는 수기를 읽다가 감정이 복받쳐 오르기도 했다. 물론 훌륭한 작가들의 글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또 한 가지는 상대에 글을 읽어 주고 공감해 주는 노력이다. 무슨 말이냐고? 위에 공무원 시험 예시에 나온 이야기다. 상대가 공감되는 글을 쓰기 위해서 먼저 공감해 주는 훈련을 하면 어떤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글을 쓰는데 누구도 읽어 주지 않고 공감해 주지 않는다면 인류학 교수는 강의 중 매번 책을 읽고 있을 것이고 듣는 학생들 또한 계속해서 졸고 있을 것이다. 서로가 존중하면서 읽어 주고 공감해 주는 과정에서 교수도 학생도 좋아졌듯이, 글 또한 누군가 공감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확신하고 있다.

 

내 글과 상대의 글이 공감 넘치는 좋은 글이 되기 위해서 엄청난 일을 할 필요 없다. 그저 내 친구의 글이 올라오면 잠시 5분 내외를 들여 몰입해서 읽고 댓글좋아요를 남겨 주면 된다. 댓글은 가능한 글에 관한 내용 중 주제를 찾아 응원하고 지지해 주면 좋다. 비판할 필요 없다. 누구를 비판하며 제단하고 교정할 필요도 없다. 물론 불의나 폭력, 독재에 순응하라는 말이 아니다. 글쓰기 모임에서 있는 일이다.

 

그제 시작한 ‘50일 하루 무조건 글쓰기 모임<오글3>에서 우리가 시작한 일이다. 글쓰기 파트너가 있다. 최소한 매일 파트너의 글은 읽고 응원해 준다. 글의 주제는 자신이 정한다. , 현장 등 무한이다. 6명 내외의 조원들이 있는데 그 조에서는 최소한 5명의 글은 선택해서 읽고 좋아요해 주면서 응원한다. 공감하는 것을 넘어서 공감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전국에서 모인 24명의 사람들. 단톡방에 모여서 삶을 나누며 공감 중이다.

 

글쓰기의 이유는 수많은 이들이 말했다. 오만가지다. 나에게 한두 가지 꼽아 보라면 내 삶을 조금 더 깊이 성찰할 수 있도록 돕는 목적이자 수단이 글이다. 쉼의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글을 통해 좋은 사람들과 삶을 나누면서 힘겨운 삶에서 작은 숨구멍을 내는 역할도 한다.

 

처음 책을 출판했을 때 어쭙잖게 베스트셀러 작가를 꿈꿨다. 대학과 대학원 이론서를 쓸 때는 청소년활동 현장과 학계에 획을 그어보겠다는 욕심도 있었다. 요즘은 그런 마음이 전혀 없다. 내 수준을 알기도 했지만, 더 중요한 것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저 내가 경험한 좋은 것, 성찰한 그 어떤 귀한 것을 내 사랑하는 이들과 이렇게라도 나누는 과정이 큰 기쁨이 되었다. 책을 꼭 출판해서가 아니다. 나는 매일 책을 출판하는 사람처럼 글을 쓴다. 최소한 내 글을 읽는 사람이 페북이나 블로그, 스토리를 보면 하루 몇백 명은 된다. 그거면 만족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언가 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 마음으로 쓰다 보니 이 모양이 되었다.

 

공감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공감의 과정에서 교감하고 소통하며 깊게 관계한다. 그 과정이 사람 사는 이 흐르는 따뜻함을 만들어 낸다. 나는 글이 초코파이에 100배 이상 가는 따뜻한 정을 만들어 낸다고 믿는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 쓴 글을 열심히 읽어 주고 공감을 표하자. ‘이 조금씩 커지고 가슴 따뜻한 느낌을 서로가 받을 것이다. 자 이 글부터 공감을 표해 주면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