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피곤. 이전보다는 덜 하기는 한데 요즘도 갑자기 화가 날 때가 있다.”
“아빵, 그건 슬퍼지고 싶지 않아서인지도 몰라.”
“뭔 말임?”
“아이유 노래에 ‘슬퍼지고 싶지 않아서 화내는지도 몰라’라는 가사가 있어. 아빠가 그런지 몰라. 슬퍼지고 싶지 않아서….” 이 말 하더니 배시시 웃는 아이.
퇴근하면서 시립 도서관에 있는 막내를 태워 왔다. 공부해야 한다며 갑자기 도서관을 열심히 다니는 중2 청소년. 꼭 10시에 맞춰 오라고 했다. 오면서 모기 물린 이야기부터 이런저런 말을 쏟아 낸다. 그러다가 나온 이야기가 ‘화’였는데. 슬퍼지지 않기 위해서 화를 내는 것 같다는 진단. 근거는 딱 하나. 아이유 노래 가사다.
오전 일정 마치고 오후에는 현아 선생님과 완주 고산에 있는 청소년센터 ‘고래’에 갔다. 전북지역 청소년지도자 학습 모임인 <청스토리>에서 강의했다. 도내 청소년지도자 12명이 모여서 매달 공부 모임 한다. 주교재는 지역사회 청소년운동 관점의 <청소년활동론>이다. 이번 해 가능하면 책은 모두 정리해 주려고 노력 중이다. 매달 센터를 바꾸어 가면서 공부하는데 오늘은 완주 고래에 온 것. 서 선생님이 기관에 관해서 설명해 주셨다.
강의 중 신혼여행 다녀온 선생님께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아내에게 주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 당연한 이야기다. 맛있는 것, 보면서 감동하는 작품 등 좋은 게 있으면 가장 사랑하고 좋아하는 이에게 주고 싶다.
지난해 개정판 낸 ‘청소년활동론’은 꽤 긴 시간 연구하고 현장 활동하면서 정리한 청소년활동의 이론과 사례, 관점, 철학의 집약이다. 그에 기반해서 달그락을 설계했다.
맛있는 음식이나 좋은 옷을 보면 좋아하는 이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당연하다. 글은 그렇게 쓰여지는 것 같다. 누구에게 나누고 싶고 주고 싶은 그 무엇이 있을 때 쓰게 된다. 청소년활동론은 그런 의미가 크다. 현장에 청소년 활동 하는 선후배, 동료들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이다.
코로나 이전부터 충북지역 청소년지도자분들 대상으로 이 책으로 꽤 길게 연수했다. 작년에는 전북지역 청소년지도자분들을 소수 모아 공부 모임을 시작한 것. 전북은 청소년활동진흥센터에 사업으로 ‘청스토리’라는 네이밍까지 했다. 진흥센터의 다연 선생님 작품이다. 지난해 1기를 마쳤고 이번 해 2기가 한참 진행 중이다. 다음 주는 순창에서 선생님들과 함께한다.
고래에서 강의하고 대화하는데 생각이 많았다. 고산에 청소년시설이 없어서 2014년 내외부터 마을 주민 공동체에서 제안한 공간이다. 초기 주민들이 만들어 낸 토론회에 불려서 참여하면서 여러 제안을 했고, 달그락 운영하면서 초기 청소년센터 연구하는 분들과 공무원분들에게 달그락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드리고 안내했었다. 농협창고가 청소년센터인 고래(고산의 미래, 고래와 같이 자유롭게 바다를 여행하는?)로 만들어져 운영되기 시작한 것. 아마도 2017년쯤부터일 거다. 운영체계 등 처음 제안했던 내용과는 차이가 있을지라도 청소년 공간이 만들어졌고 근처 어린이, 청소년들의 문화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저녁에 익산에 자치 공간 다꿈 운영위원회 마치고 사무실 와서 내일 일정 준비하다가 하루를 돌아보며 생각이 많았다.
고래도 다꿈도 누군가 청소년들에게 정말 좋은 것을 주고 안내하기 위해서 만든 공간이다. 이 글도 그렇고 출판하는 책도 그렇다. 많은 이들이 글을 쓰고 강의하고 무언가 나누려는 행위는 좋은 것을 좋은 사람들에게 안내하고픈 욕망이 가장 큰 바탕이라고 여긴다. 개인의 이기성을 극대화하려는 성공 팔이 사기꾼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귀가하면서 막내와 대화 나누다가 알게 됐다. 화는 슬프지 않기 위해서다. 화도 없고 슬픔도 없는 그런 세상.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결국 사람과의 관계, 환경과의 관계, 신과의 관계 등 개인이 주도적으로 어떻게 설정할지가 답이겠다.
오늘 강의 주제는 코로나19 이후 청소년활동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참여한 선생님들의 다양한 질문 가운데 딱 두 가지 키워드가 나왔다. 관계와 전달 하고자 하는 정보(또는 그 무엇)였다. 내 삶의 관계와 내가 전달하고픈 활동의 그 무엇이 무엇이냐는 것.
지금 살짜기 피곤한데 머리만 팽팽 도는 시간. 그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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