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오후에 지자체 교육사업 지원할 일이 있어서 저녁 내내 자료 찾다가 예전에 많이도 강의하고 다녔던 멘토링과 의사소통 등 이전 관련 자료를 찾았다. 여전히 내가 만든 PPT 디자인은 꽝이다. 사진 몇 장과 단어 몇 개 붙여 놓은 게 전부인 PT 자료가 대부분이다. 가끔 참고문헌 찾아 내용들 붙였지만 이마저도 거의 캡처 수준이다. 20년도 훨씬 전부터 사용한 PPT는 그때나 지금이나 수준이 별반 다르지 않다.
내일 오후 진행해야 할 강의 자료 작업하다가 이전에 써 놨던 글들 읽다가 웃었다.
“멘토는 봄을 맞는 농부의 눈이어야 하는가?, 물고기 낚는 어부의 눈이어야 하는가?”
“아이들이 당신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것을 염려하지 말라. 아이들이 늘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걱정하라._Robert Fulghum
“내 행동은 따라 하지 말고 내가 하는 말대로만 해라! 이러면 백 프로 망하는 교육 된다.”
거기에 멘토링은 스승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신하로서의 정체성(오디세우스 왕의 아들인 왕자를 교육한 사람이 멘토르다. 왕의 친구이기도 하지만 그의 위치는 신하가 맞다. 멘토링의 어원이다)이 있다고 강조한 내용도 재밌다. 내가 써 놓고 내가 재미있어 하다니? 오늘 내 상태가 좋지 않긴 하지.
10년, 20년 전 썼던 글과 작업했던 강의 자료들 찾아서 읽다 보면 결국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그때 설정했다는 생각이 든다.
말하고 특히 글을 쓰고 강의하는 일은 어쩌면 자기 삶의 방향을 설정해 가는 것만 같다. 당시 어떻게 읽고 공부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 만난 책과 논문 중 가슴 뛰게 했던 글, 삶의 경험을 적은 글, 이를 기반으로 강의했던 내용과 함께 현장에서 만난 내 사랑하는 이들의 나에게 전한 그 따뜻한 ‘말’과 ‘글’이 내 삶을 여기까지 몰고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과 글이 삶의 방향을 설정해 나갔다는 말이다.
이전에 강의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시가 있다. <마중물과 마중불>이라는 시다.
마중물과 마중불/ 하청호
외갓집 낡은 펌프는
마중물을 넣어야 물이 나온다.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땅 속 깊은 곳
물을 이끌어 올려주는 거다.
아궁이에 불을 땔 때도
마중불이 있어야 한다.
한 개비 성냥불이 마중불이 되어
나무 속 단단히 쟁여져 있는
불을 지피는 거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이끌어 올려주는 마중물이 되고 싶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지펴주는 마중불이 되고 싶다.
이 시 읽는데 또 가슴이 설레. 나도 누군가에게 마중물, 마중불이 되어야겠다는 20대 후반에 나 혼자 결심했던 그때의 나를 생각하니 갑자기 웃음이 나와. 왜 미소만 지어지는지 모르겠다만 지금은 이 모양이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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