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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는 방법

by 달그락달그락 2024. 5. 17.

타자가 원하는 일을 해라. 상대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 다른 사람이 나를 인정하게 해야 한다.” 이런 말을 하면 완전 꼰대로 낙인찍힌다. ? 다른 사람을 위해서 일해야 하냐고.

 

내가 원하는 일을 찾아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내가 나를 인정해야 한다.” 수년간 공식적인 레퍼토리다. 이 말을 하면 멋있어 보인다. 진로, 상담, 코칭 등 관련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나도 비슷한 이야기 하고 다녔다.

 

인스타나 페북 보다가 친구가 갈비집에서 고기 먹으면서 환하게 웃고 소맥 말고 있다. 침이 꿀떡꿀떡 넘어간다. 그리고 다음날 직장 동료 몇 명과 친구가 맛있게 먹었던 갈비집 찾아서 소맥 말아서 거하게 마셨다. 페북에 맛난 고기와 친구들의 환한 모습을 찍어 올렸다.

 

고기 굽고 소맥 말아 마신 회식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었나?

 

수년 동안 청년담론 유심히 살피는데 네가 좋아하는 것을 하라라는 내용이 그 중심이다.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 해야 할 것이 있고 그중에 제일은 자신이 원하는 일이라는 것. 강연장에서 많이 나오는 이야기다.

 

내가 원하는 일을 어떻게 찾아가나?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행하는 일은 나쁜 일인가? 누군가 지시해서 하는 일은 좋지 않은 일인가?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서 행하는 일은 부정적인 일이어야 하나?

 

착각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행하는 대부분의 일은 나를 위한 일이라기보다는 그 어떤 대상을 위해서 하는 일이 많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일은 어제 늦은 밤까지 길위의청년학교 청년들과 연구회 하면서 진로에 대해 고민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는 글이다. 나를 위해서도 쓰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을 위해서 쓴다. 타자로 향해 있는 글이다. 일기를 제외한 모든 글이 그렇다.

 

교사는 학생을 위해서 존재한다. 학생의 교육을 위해서 공부하고 연구한다. 의사는 환자를 위해서 존재하고 그들을 위해서 공부하고 연구한다. 택시 기사는 승객을 위해서, 엔지니어는 그 물건을 사용하는 사용자를 위해서다.

 

상대를 해하면서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이고 나쁜 짓 하는 조폭이나 사기꾼과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은 타자와 관계 없이 철저히 자신을 위해서 상대를 수단시 한다. 이런 자들을 제외하고 우리네 모든 일은 타자를 위해서 존재하는 일이 맞다. 생존을 넘어서게 된 이후 자아실현의 최상위 가치 또한 타자를 향해 나아가게 되어 있다. 내 일인데 다른 사람의 일이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청소년에게 너를 위해서만 살라고 가르친다. 네가 원하는 것만 하라면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가슴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일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아무 경험도 학습도 없이 갑자기 가슴에서 저거 해야지 하는 일이 떠오르는 일이 있나? 그런 일은 없다. 경험하고 학습하면서 찾아가기 마련이다. 그 과정 또한 사람과 연관되어 있고, 누군가 제안하거나 가르치거나 시키는 일 가운데서 새롭게 창조하고 관계할 뿐이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람들이 핵심이고 요체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사랑하는 이들이 안내하거나 시키는 일은 일단 해 보면 좋다. 반대로 나를 이용하고 수단시하는 나쁜 놈들은 경계하고 멀리해야 한다. 나쁜 놈이 제안하고 시키는 것을 알아가는 수준에서 경험치는 높아질지언정 나를 위해서 제안하는 일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일을 계속해서 그리기 이전에 사람을 만나면서 우선해야 할 일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이다. 그 가운데 내 가슴에서 원하는 일이 만들어진다. 그때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일, 원하는 존재도 그려진다.

 

정치를 하더라도 기득권이나 부, 명예가 아닌 국민을 위해서 목숨까지 거는 이들이 있고, 의사를 해도 돈에 노예가 되어 사람 생명을 가지고 장난치지 않고 환자를 위해서 평생을 헌신하는 이들도 있다. 목회를 하더라도 정치질이나 자기의 명예가 아닌 성도를 위해서 기도하고 최선을 다하는 분들도 있다.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이 바닥도 그렇다. 시민사회단체(비영리, 비정부)의 사람들도 훌륭한 이들도 있지만 무능함에 쩔어 갈 때 없어 눌러앉아 있다가 어떻게든 공공기관에 좋은 자리 있으면 떠날 궁리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우수한 역량에 단체의 본질 가치에 집중하면서 공동체를 이루며 지속가능한 활동을 하는 활동가도 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에나 비슷해 보인다.

 

내가 정말 가슴 속에서 원하고 꾸준히 할 일을 찾는 시작은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는 일이 우선 되어야 한다. 좋은 선생, 직장에 좋은 동료, 좋은 선후배, 좋은 가족, 좋은 친구.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이유 중 대부분이다. 사람들이다. 그 가운데 내가 원하는 본질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다는 것. 뭐 그 정도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은 맞다만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에 상대가 원하는 일, 타자를 위한 일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그 상대가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이들이면 최고다. 또한 그들이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도록 돕는 일 또한 내가 삶으로서 살아내면서 해야 할 일이다. 그 방법이 뭐냐고?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 내가 상대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것. 그 이상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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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부터 조금 넘어 일 시작. 행정업무 보다가, 선생님 한 분과 긴 시간 상담. 지역에 교장 선생님이 안내해 주신 프로젝트가 있어서 열심히 작성 후 바로 제출, 전자 결제하고 여러 명과 전화통화, 카톡, 메신저 주고 받다가 오후에 길청으로 이동 막내 선생님과 1시간 반 업무대화 및 피드백, 그리고 내일 오후 달프 준비 하다가 고개 돌리니 지금.

 

행하는 모든 일이 가슴에서 원하는 일인가? 그럴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일이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거면 됐다. 사랑하는 방법은 다양하고 내가 사람을 존중하고 함께 하고자 선택한 활동이 지금 이 상황이다. 오늘은 완전 내근 중.

 

그래서 어떠냐고? 좋다. 조금 피곤하지만 내 가슴이 따뜻해져. 내일도 기대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