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함께 살아가는 노인네죠."
손 앵커가 아침이슬을 뺀 '김민기'라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는 김 선생님 답이다. 그냥 노인네라고 하신다.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다큐를 봤다. 유튜브 끊어 보다가 오늘 3부 본방을 봤어. 눈물이 왜 나는지 모르겠지만 가슴이 너무 울렁임.
2018년 손석희 씨와 jtbc뉴스룸에 나온 김민기 선생님 인터뷰를 찾았다. 이후에 자료는 찾지 못했다. 지하철1호선을 10년 만에 다시 공연에 올리면서 긴 시간 올린 작품을 모두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다큐 보다가 어른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 그 시대에 가장 약하고 아픈 곳으로 물 흐르듯 들어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했다. 그가 만든 노래는 우리에게 큰 힘을 주었지만, 그 때문에 고초도 겪었다.
하고자 하는 일을 묵묵히 수단시하지 않고 본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 사람. 어린이와 청소년을 사랑해서 야학에서 청소년을 가르치고, 유아원 후원 행사 참여하고, 수익이 악화하는데도 꼭 해야 할 일이라고 기획하여 어린이 공연을 올리는 사람.
수많은 공연과 무대 기획을 하고 '앞것'이라고 칭하는 가수, 배우들을 세우면서 자신은 절대 나서지 않고 뒤에 빠져 있는 사람. ‘뒷것’의 두목쯤 된다면서 허허 웃는 사람.
민주화와 독재 저항에 대부처럼 되어 있으면서도 야학하면서 청소년들에게 교재 만들어 내는데도 이념을 심으면 안 된다고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 사람.
평생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쏟으면서 그중에 어린이들의 그 밝고 환한 모습을 가장 좋아했던 분. 동요작가, 어린이 공연기획 등도 최고였으나 우리가 기억하는 그는 저항 정신의 중심이었다.
그저 돈 되고 유명해지는 일이 아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면서 누군가는 이것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반분하는 사람.
사람으로서 자신이 가진 어떠한 본질적 가치를 붙잡고 묵묵히 가고 계셨다.
학전이 문을 내렸다. 어떤 이들은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모금해서라도 건물을 살려 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김민기 없는 학전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지속 가능한 조직은 무얼까? 건물이 남는 것인가? 프로그램이 유사하게 반복해서 남는 것인가?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이 바닥(?) 선배들에게 무수히 들었다. 반복되는 내용이 한가지였다. 자신 이후에도 꾸준히 조직은 살아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렇게 살아남았나? 그렇지 않다. 건물도 있고 프로그램도 있지만 초기 본질적 사명은 온데간데없는 조직이 많아 보인다.
연속해서 살아남는 것, 지속 가능한 것은 ‘정신’과 ‘삶’에 있다. 학전은 김민기의 정신과 사상, 그의 삶이 버무려진 공간이지 건물이나 프로그램이 아니다. 문화적 가치를 생산하고 만들어 낸 정신적인 예술 공간이다. 우리가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고자 하는 것은 간판이 붙은 학전이라는 건물이 아닌 김민기 선생의 정신과 예술, 삶을 계속해서 가져가는 일이다.
조직이 살아남고, 건물이 살아남는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왜 문을 닫는지는 나는 잘 모른다만... 그의 삶에서 오는 정신과 가치, 예술과 문화적 소양은 최소한 우리 사회에서는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다.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것만으로 이렇게 감사한 어른이 문화계에 계신다는 것, 김민기 선생님에게 한없는 감사를 드린다. 건강이 빨리 회복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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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원 PD께서 다큐 유튜브 생방에 오셔서 “3부 다큐 보시고, 개인 SNS 등에 김민기 선생님을 응원해 주시는 글을 남겨 주시면 인터뷰했던 많은 분께 힘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암투병중인 김민기 선생님의 회복을 위해서 많은 분이 응원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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