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머리가 아파서 혼자서 근처 점방산 올랐다. 원래는 머리도 식힐 겸 월명공원 주변을 천천히 산책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옆에 오르막길 보고서 무작정 걸었다.
조용한 산길 옆 샛길이 막혀 있기도 했는데 돌아보면 뚫린 길이 항상 옆에 있었다. 빠르게 걷다가 조금 뛰었더니 금세 꼭대기에 올랐다. 점방산 아래에 아파트가 빼곡했다. 옆을 보니 한쪽은 바다가 보이고 장항이 눈에 들어온다. 호수도 보인다. 하늘도 아름다웠고 떠 오르는 모습들 모두가 좋았다.
감정이 좋지 않을 때가 있다. 머리가 지끈거릴 때. 활동 가운데 사람을 생각하면 하염없이 감동하고 감사할 때 많지만, 어쩌다가 차가 달릴 때 올라간 사이드 브레이크 같은 사람도 튀어나온다. 그럴 때면 항상 나를 돌아보는데 결국 내 안에 문제로 귀결된다. 내가 어떻게 반응하고 적응하며 대안을 세웠는지가 관건이다. 모두가 내 부족함이고 내 문제다.
요즘 막내 선생님과 매일 1시간 내외 활동에 관해서 대화한다. 초임 선생님 적응을 위해서 계속하는 일이다. 슈퍼비전이라는 표현보다는 현장에 처음 나와서 일하면서 느낀 점과 고민, 삶의 이야기 나눈다. 심성이 너무 밝은 친구여서 대화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어떤 사람이 좋냐고 물으니, 자신은 “예쁜 말 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생각이 많았다.
예쁘게 말하고 자신감 넘치며 따뜻한 말만 했으면 좋겠다.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을 만들어 습관이 된다. 습관은 하루를 살게 하고 인생을 지배하지. 생각이 말이 되어 나오기도 하고 어쩌다가 던진 말을 뇌가 학습하면서 또 다른 생각을 만들어 낸다.
생각은 어디서 올까? 결국은 사람과 책, 경험에서 온다. 그 모든 해석이 ‘말’로 나오면서 또 다른 ‘생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삶을 건강하게 잘 살고 싶으면 내 생각을 내가 지배해야 한다. 그 시작은 ‘말’에 있다. 말의 근본은 ‘사람’과 ‘공부’에서 온다. 좋은 사람 만나고 끊임없이 공부할 수밖에 없다. 좋은 사람 만나는 방법은 내가 좋은 사람 되는 거다. 잘 사는 방법이다.
살다 보면 힘들고 피곤할 때가 있다.
“넘어지는 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지만, 일어나지 않는 것은 너의 잘못이다.”
소크라테스가 했다는 말로 많이도 돌아다니는데 출처는 모르겠다. 이 글처럼 일어나야 한다. 걷고 움직이고 공부하고 문제를 넘어서든, 돌아가든, 박살 내든, 일단 뭐든 움직여야 한다. 가다 보면 돌아 갈 길도 있다. 어찌 됐든 일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산에 오르면서 바람 맞으면서 땀 흘리면서 머리로는 다음 주 달그락 내 청소년들 만나서 강의할 주제에 대한 줄거리도 하나 정리했다. 숲과 하늘 사진도 몇 장 찍었다. 스트레스 준 그 사람도 그러려니 하고 정리했다.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내 문제임을 안다. 내가 선택한 이후 세상에서 타자의 문제는 없다. 어디서 힘겹고 아픈 일이 왔는지 모른다만 반응하고 해결하는지는 결국 내가 움직여야 한다.
땀도 흘리고 하늘 보니 좋았다. 좋은 날이다. 좋아야 하지.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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