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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새길

신까지 이용하는 긍정성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by 달그락달그락 2024. 4. 8.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

 

긍정적으로 믿고 구하면 모든 게 이루어진다는 <긍정의 힘>이라는 책이 있었다. 뉴욕타임스에서도 베스트셀러라고 소개되었고 국내에서도 많이 팔린 책으로 미국 대형교회의 조엘 오스틴 목사가 저자다. 성공편, 청소년 긍정의 힘, 실천편, 새벽40일 묵상편 등 10여 년 전까지 꾸준히 책을 냈다.

 

우주나 지구에는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파장이란 에너지가 분명히 존재하며, 본인이 어떤 생각을 함에 따라서 그 에너지가 반드시 본인에게 찾아온다고 주장하는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긍정적인 생각은 긍정적인 결과를 부정적인 생각은 부정적인 결과를 끌어당긴다는 것으로 대표적인 책으로 <더 시크릿>이다. 이 책 또한 많이도 팔렸다.

 

거기에 확언까지 이어지는데 자신이 되고 싶거나 하고 싶은 것을 미래에 바람이 아닌 현재완료형으로 해야 이루어진다는 것. “1억 벌고 싶다라고 표현하지 않고, “1억을 벌었다라고 한다. 미라클 모닝 등 자기계발 프로그램에서 주로 행하는 일이다.

 

요즘에도 자기계발서나 자기개발 유튜버들이 주로 하는 이야기의 핵심 뼈대는 긍정성, 끌어당김의 법칙에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비판하는 관점에서 무조건적인 긍정주의는 부정적인 사회에 대한 문제 해결 준비를 할 수 없도록 한다. 자신만의 이기성과 성공을 위한 긍정성에 집중하며 살게 되고 빈부격차와 약자들의 사회적 문제를 외면하게 한다. 경쟁주의 문화를 낳기도 하는 등의 문제를 만든다.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긍정의 배신>이라는 책에서 이런 내용을 자세히 설명했다. “개인의 긍정주의 안에서 자신만의 긍정을 위해 살게 되고 사회의 부정적 현실을 외면하는 신자유주의 메트릭스를 양산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끌어당김의 법칙이나 시크릿, 관련 프로그램들 모두가 근거 없는 주장으로 얽혀 있어서 과학자나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계속해서 대차게 까였고 요즘도 비판받는다는 것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자기 긍정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삶은 어느 한 편에서 좋아 보인다. 사회문제에 천착해서 꽤 긴 시간 비판적 관점을 견지했던 나로서는 감정 소모도 컸고 부정적 스펙트럼이 넓어져서 스트레스가 많았다. 긍정적 마인드는 정신건강에도 좋아 보인다. 너무 무겁지 않게 일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다만 종교를 가지고 있는 나에게 그 긍정성의 근원인 믿음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크다.

 

흔들리지 않고 자기 긍정성을 갖고서 소리치며 계속 기도하고 간구하면 모든 게 이루어진다는 이들이 있다. 모두 거짓말이다. 내가 믿는 종교의 신은 자신도 어쩌지 못해서 정치범으로 십자가에 못이 박혔다.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세상 유일하게 인간의 몸으로 온 죄가 없는 신의 아들이 신에게 기도했는데 받아 주지 않았다.

 

자신이 기독교인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심지어 말씀을 전한다는 종교 지도자들이 끌어당김이나 무조건적인 긍정성을 가지고 믿음이라고 강조하는 황당한 책을 쓰면서 번영신학 운운하는 말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이들을 만나면 가끔은 괴롭다. 기도는 내가 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를 이루어 주는 일은 신이 한다. 거꾸로 기도는 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이고 그의 나라를 이루어 가는 제목이고 과정이기도 하지. 내가 이 땅에 살면서 주장하는 게 아니고 신이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인 거다.

 

데이비드 왓슨의 제자도

 

기도는 겸손해야 하고, ‘가식하지 않고 실재하며, 다른 사람과 함께 고통받는 동정과 공감에서 와야 하고, ‘기대가 있어야 하는데 그 기대는 그의 뜻대로 무엇을 구하면 듣는다라고 한 요한의 말처럼 신이 요구한 목적에 관한 내용이어야 한다. 그리고 인내하고 연합하며, 서로 용서하는 것이 기도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지난 주일 목사님이 데이빗 왓슨이 쓴 <제자도>라는 책에서 설명한 내용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나는 길치다. 조금 심각한 수준이다. 내비게이션을 거의 신봉한다. 가끔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만 그래도 믿는다. 최소한 목적지 근처까지는 어떻게든 가게 해 주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 생각하다가 삶을 안내하는 나침반 같은 방향키를 찾아가는 게 어쩌면 우리네 인생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긍정의 힘을 가지고 모두가 성공하면 좋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일은 극소수에게나 일어난다. 더군다나 우리 개개인이 이 정도나 먹고 사는 이유는 그냥 운명이다. 아무리 긍정적 힘을 가지고 움직여도 그냥 망하거나 죽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말이다. 내가 주장하는 말이 아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의 연구 결과다. 경제학자인 김현철<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책에서 인생 8할은 그냥 운이라고 설명한다.

 

근본으로 들어가 보면 그 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운을 만난 우리들, 또는 당신들이 긍정만 하고 확언만 하면 성공한다고 주장하는 당신들이 그 말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는 것 또한 에 기인한다는 말이다. 과학이나 말로 해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어쩌면 우리네 삶이 8할을 넘어 대부분이 운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노력한 만큼의 수준을 이루기도 하지만 삶의 고비마다 그 선택을 하고 공부하고 일하고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 그 모든 것들을 살피면 믿음(?)을 갖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 안에서의 삶의 방향키를 볼 수 있는 방법이 기도이지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