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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새길

팔과 다리, 뇌와 눈이 싸우는 기독교라는 이상한 몸

by 달그락달그락 2024. 3. 17.

목사님이 수년 전 몸이 좋지 않아 수술하면서 췌장과 쓸개를 제거하셨다고 했다. 처음에 소화도 어려웠는데 시간이 가면서 몸의 여러 장기가 협업을 하는지 소화도 잘되고 건강해지셨다고. 한 몸이 행하는 일이다.

 

 

 

성경은 기독교인은 팔다리와 장기 등이 연결된 하나의 이라고 설명한다. 한 몸인데 그곳에 약하거나 부족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눈이 아프면 자기가 아프다는 것을 팔이나 다리와 뇌에 감춘다는 이야기다.

 

몸 한 곳이 아픈데 혼자서 치료되는 예는 없다. 몸에 붙어 있는 왼팔과 오른팔이 싸우는 경우도 없고, 눈과 코가 갈등하면서 가슴과 발을 분열시키려고 이간질하는 일도 없다. 몸은 하나로 어딘가 아프면 그곳이 중심이 되어 치료하기 바쁘다.

 

오후에 목사님 말씀 중 잘 못 해도 괜찮다라고 하시면서 몸은 하나라는 이야기에 꽂혔다. 잘 못 해도 옆에 팔과 다리도 있고 여러 지체가 있으니 함께 잘 해나가면 된다는 뜻으로 읽혔다. 부족하고 쪽팔리는 일이 있어도 가슴 열고 솔직히 나눌 수 있는 내용은 나누면서 함께 살아 내면 된다. 손가락이 손톱에 낀 가시를 정죄하지 않는다. 한 몸이라면 말이다.

 

문제는 현실이다. 몸은 하나라고 주장하는데 현실의 기독교는 뇌와 가슴, 팔다리와 눈, , 입이 각기 놀고 있다. 심지어 왼팔, 오른팔이 서로를 분열시키고 몸에서 찢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짓까지 서슴지 않는다.

 

선거 때만 되면 이상한 기독교인이 넘치고 성경에 말씀과는 동떨어진 행동을 마치 원래 이 종교가 그런 것처럼 주장하는 목사들까지 있다. 자신이 믿는 신에게 까불면 죽는다라는 막말도 서슴없다. 언론에는 진영 나누어 몸을 찢고 자신이 시키는 것이 옳다는 이들이 주목받는다.

 

지난해 갤럽에서 조사한 한국의 개신교인은 15%, 천주교인은 5.1%, 불교인은 16.3%로 나타났다. 실제 교회 출석은 545만 명 정도이고 출석하지 않는 가나안 성도는 226만 명으로 추산된다. 무종교인이 크게 증가 추세다. 지난 10여 년간 45%에서 63%까지 증가하고 있어 우리 사회의 탈종교화 속도는 매우 급하게 진행되는 중이다(목회데이터연구소 분석자료).

 

참고로 천주교 데이터는 다르게 나타난다. 지난해 발행된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서 교적상 신자 5,949,862, 총인구 대비 11.3%로 나타난다. 천주교 교인수는 거의 같은 수준이거나 미미하지만 조금씩 증가로 나온다.

 

몇 가지 주요 통계 살피면 개신교, 천주교, 불교 등 주요 종교에서 개신교 이탈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크게 나타난다. 이유가 뭘까?

 

한 몸이라고 입으로만 주장하지 한 몸이 아니기 때문이다. 건강한 포도나무가 있는데 옆에 떨어져 있는 벌레 먹고 썩어가는 나무가 자신이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줄 착각하는 경우다. 함께 한다는 것, 그것도 몸으로 함께 한다는 것은 분열이나 이간질, 나뉨이 아니다. 아픈 곳이 중심이 되고 그곳에 모든 힘을 쏟아서 병을 이겨내는 일이다.

 

세상에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영화 제목에서 기독교인의 몸에 대해서 생각이 많았다. 몸에 아픈 곳이 중심이고 그곳에서 사랑을 외쳐야 할 일이다. 나누고 분열시킬 일이 아니다.

 

바울은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데로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 내 능력은 약한 데서 완전하게 된다라고 말하면서 자신은 더욱더 기쁜 마음으로 자기 약점들을 자랑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약할 때 더욱 강해진다는 역설. 그것은 내가 아닌 건강한 몸의 한 부분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몸에 붙어 있는 일부라면 나는 이런 모습으로 살 수 있을까? 쓰다 보니 어쩌면 내가 몸과 분리된 썩어가는 나무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부족하게 살더라도 건강한 나무에 붙어 있는 낙엽 정도라도 되어야겠다는 마음이 커져. 그런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