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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2000년대생 '사이보그형 인간'과 '꼰대'의 통합 방법?

by 달그락달그락 2024. 4. 3.

워크숍 다음 날 아침 팀장이 팀원들 해장을 위해서 라면을 끓이려 했다. 습관처럼 물을 끓이고 면과 스프를 넣었다. 이 모습을 본 한 팀원이 그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팀장님 진라면을 그렇게 끓이시면 어떻게 해요?”.. 팀원은 답답해하며 진라면은 물이 끓기 전에 건더기 스프를 넣어야 한다고요. 제조사 레시피가 있는데, 왜 마음대로 만드세요?”라며 뭐라 한다.

 

2,000년대 생의 당신이 잘못됐다라는 주장의 실제 사례? 책 모임 때문에 읽고 있는 “2000년생이 온다에 한 장면이다. 이들을 디지털 사고방식을 가진 <사이보그형 인간>이라고 표현한다. 정해진 것을 따르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이들. 중대한 법이나 원칙을 어기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이들은 오류가 난 기계처럼 사사건건 당신이 잘못됐다라는 메시지를 내뱉는다고 설명한다. 팀장이 일찍 일어나 팀원들을 위해서 라면 끓여 주는 본질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스프 먼저 넣지 않았다는 레시피로 문제를 거론하는 이들이 있다.

 

불과 몇 년 전 “90년생을 중심으로 세대담론이 뜨거웠을 때 가장 뜬 단어는 단연코 꼰대. 꼰대의 뜻을 이제는 모두 알고 있듯이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을 뜻한다. 대부분 남보다 서열이나 신분이 높다고 여긴다. 특히 나이를 중심으로 나이 어린 사람에게 강요하는 이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지금 30(90년대생)는 이런 꼰대를 용납하지 못한다면서 회식문화를 반대한다는 등의 사례가 일반화된 지 오래다.

 

살다 보니 알았다. 10대 꼰대도 많았고, 80질풍노도기의 노인들도 넘쳤다. 그럼에도 세대 담론에 영역화해서 특성을 파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해 보인다.

 

어떤 조직이나 모임에서 무엇을 결정하고 추진하기 위해서는 그 조직의 비전이나 존재 이유를 기준으로 다양한 일을 만들어 가기 마련이다. 조직에 들어왔다면 비전에 동의하는 것이라는 전재에 이를 이루어 내기 위해서 구성원들이 민주적으로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합의하여 결정하는 과정은 자연스럽다. 과정이 민주적이었다면 결정 사항은 가능한 지키는 게 옳다.

 

세대 담론에서 나는 이 부분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정이라고도 믿는다. 나이와 직급을 떠나서 그 과정에 높은 참여 수준을 통해서 다양한 논의가 있어야 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결정된 내용은 지켜져야 옳다.

 

이른 아침에 서울에 갔다. 종일 세 번의 회의를 연달아 했다. 회의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다. 조직 내 지난 비전을 이루는 과정을 성찰하고 새로운 비전을 구성하면서,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 <꼰대><사이보그형 인간> 모두를 경계한다.

 

비전이 있고 민주적인 참여 과정이 살아 있다면 그 어떤 세대도 통합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신뢰하는 사람들이 그 중심에서 함께 한다면 모두가 참여하며 통합이 가능한 관계는 자연스럽다. 가능한 모두가 함께 하는 비전을 그리면서 말이다.

 

 

하루가 빨랐다. 귀가하면서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 열었는데 어제 촬영한 개나리가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친구 꽃말은 잃어버린 사랑을 찾았다라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맞나? 모르겠다. 깜깜한 고속버스 안에서 작은 전구 밑에 책은 잘도 읽힌다. 스마트폰 개나리 보니 봄인가 봄. 비도 멈추었고 군산 들어오니 벚꽃이 환해. 개나리나 벚꽃은 꼰대도 사이보그형 꽃도 없겠지?

 

봄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