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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글을 쓰는 이유

by 달그락달그락 2024. 3. 13.

 

 

청소년활동 현장에 대한 글을 써 왔다. 조금 자세히 표현하면 현장에서 내가 행하는 활동에 대해서 기록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잘 쓰지도 못하는 글이지만 어느 순간 습관이 되었다. 페북도 수년 운영하면서 휴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포스팅하려고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하루에 몇 줄이라도 안 쓰면 이상했다.

 

일상을 마치고 늦은 밤이 되어도 그날 주요한 활동의 느낌이나 학습한 내용이나 개인적인 관점 등 써야 할 게 있었다.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좋은 느낌을 남기고 싶었던 때가 많았다.

 

정치 담론에 한 진영에서 열심히 싸웠던 적도 있었다. 몇 년을 그랬다. 비판에 힘들었고 허무해서 그만두었다. 변하지 않고 거칠어지기만 하는 내면에 지쳤었다. 그 가운데 설레발치는 내 모습이 적나라했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더욱 집중하는 게 변화를 일구는 더 큰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현재 운영하는 달그락길위의청년학교중심으로 활동하면서 더욱더 폭을 줄여 나가려고 노력했다. 집중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계속해서 줄여 나갔다. 그래도 이 모양이다.

 

아직도 철이 덜 들어서 그런다. 뛰는 가슴 진정하지 못하고 욱(?)하면 일을 저지르는 성격은 여전하다. 그 덕에 이렇게 활동 현장이 계속 커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가슴에서 오는 직관을 대부분 따랐다. 내 현장에 기획의 바탕이다. 현재 행하는 대부분의 일은 그러한 직관을 통해 시작했고 커졌다.

 

기획하면서 설레고 흥분되는 마음에 일을 저지르고 나면 변화는 반드시 있었고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환경에서 수정, 보완하면서 조금씩 진보해 나갔다. 그 모든 일은 대부분 사람을 통해서 시작되고 이루어진다. 아마도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그 직관의 바탕인지도 모르겠다.

 

달그락이 10년이 되면서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동안 페북과 블로그에 끄적였던 글을 긁어서 아래아한글로 묶었더니 700쪽이 넘는다. 복붙하면서 알게 됐다. 매일 쓰는 글 안에 반복되는 내 나름의 개똥철학(?)이 있었다. 역시나 중심에 사람들이 있었고. 공부하고 연구한 내용도 하나의 기준이었으나 꾸준히 만나는 내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이 글 또한 이곳에 친구들과 교류하며 응원하고 응원받기 위해 쓴다. 글은 관계의 시작이고 과정이며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조금은 더 깊게 하고 싶으니 가슴속을 조금 더 열어 보려고 노력도 한다.

 

사람이 행복하게 산다는 것의 바탕이나 본질은 결국 사람에게 있다. 그 매개 중 하나가 나에게는 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117세의 마리아 브랴나스할머니. 이분이 꼽은 장수 비결을 한마디로 하면 나쁜 놈 멀리하는 것이다. 할머니는 해로운 사람은 멀리 떨어지라고 강조한다. 반대로 말하면 좋은 사람과 함께 하기. SNS로 사람들과 소통도 활발한 분이다. 자기 딸이 알려줘서 엑스도 한다고 했다. 딸의 나이를 어림잡아 보니 90세 내외는 되지 않았을까?

 

심신이 건강하고 행복감이 높은 사람들의 특징은 가족, 친구, 이웃들과 좋은 관계에 있다. 자연과의 접촉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다. 평정심과 정서적 안정은 따라온다. 유전적 특질도 있지만 그동안의 행복과 삶의 질 연구 결과의 대부분은 좋은 관계에 있었다.

 

글은 일기를 제외하고 누군가에게 보여 주려고 쓴다. 그 안에 의미가 있고 좋은 경험과 교훈이 있으면 상대와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더욱 깊어진다. 글쓰기는 인간관계 맺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매개 중 하나인 것이다. 교훈과 의미, 성찰할 수 있고 상대의 깊은 내면을 알 수 있는 노력의 결괏값인 셈이다.

 

깊은 관계, 낮은 관계, 넓지만 신뢰하는 관계까지 페북이나 엑스, 스레드 등의 소셜미디어 공간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피곤하다고 말하지 않는데 오늘은 여러 일 때문에 너무 피곤해서 거실 서재에서 읽던 책이나 꺼내려다가 컴퓨터를 켰고 이 글을 끄적인다. 쓰기를 잘했다. 나를 위해, 이 글을 읽는 당신을 위해서. 오늘은 그냥 그런 날인데도 이렇게 썼다. 서로를 응원하고 싶은. 뭐 그런 날? 이 글 읽는 당신 오늘도 행복하시라. 사랑받고 사랑하는 그런 날 되시라. 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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