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구 및 관점/칼럼

삶의 질이 좋아지려면, 긍정적 관계가 다양하게 있어야.

by 달그락달그락 2024. 2. 4.

사람은 원래 다리와 팔도 네 개가 있었다. 머리도 두 개였다. 강하고 야망도 큰 존재여서, 제우스는 사람의 힘을 줄이기 위해서 반을 갈랐다. 플라톤의 잔치에서 아리스토파네스가 인간의 기원에 관해서 설명한 내용이다.

 

플라톤은 “‘사랑이란 일체에 대한 추구와 완전해지려는 욕망을 가리키는 이름이다."라고 말했다. 사랑은 자기 반쪽을 찾아가는 일이 되었다.

 

반쪽이라고 여기고 결혼하고 동거하고 살아도 시간이 가면서 알게 된다. 나와 다르다는 것. 결국은 타자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없으면 살기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된다. 이해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면 관계가 좋아질까? 쉽지 않다.

 

사랑만 그런 게 아니다. 우리네 삶이 그렇다. 직장, 학교, 봉사단체, 동호회, 학원, 종교기관 등 사회에서 만나는 수많은 공간에서 내 반쪽 같은 사람을 찾아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 매번 좌절하기 마련이다.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방법 하나. 자신을 오픈해도 좋은 사람이 내 가까운 곳에 있게 하는 것이다. 자신의 깊은 취약성과 약점을 공유해도 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절망과 행복을 가르는 핵심적 차이가 된다. 여러 연구에서 밝혀진 결과다.

 

나의 취약성을 오픈할 때 옹호자로 대변자로 함께 해 줄 수 있는 그 누군가가 몇 명이라도 있다는 것은 행복한 삶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 완성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공개해야 한다. 신뢰를 전제로 조금씩이라도 오픈하고 나눌 때 상대도 나의 부족함을 이해하게 되고 함께 하면서 조금이라도 반쪽을 알게 된다.

 

 

 

나의 반쪽은 한 명이 될 수 없다. 연인이건 부부건 한 명에게 그 반쪽의 모든 짐을 지울 때 좋은 관계가 되기 어렵다. 무의식으로 자신의 파트너(?)가 돈과 애정, 친한 친구까지 되어주길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심지어 상담자와 지지자로서의 역할까지 기대한다. 자신도 상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여기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이전보다도 이러한 반쪽에 대한 역할을 자신의 배우자나 연인, 특별한 친구 한두 명에게만 기대하는 경향이 크다. 관계가 과부하 되거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전보다도 관계의 어려움으로 인해 겪는 사회적 힘겨움이 크게 나타난다. 외로움, 고립감에서 오는 불행이 크다. 자살률이 높아지는 바탕이다. 이는 개인적인 관계의 질적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전보다도 사회적으로 사람들이 연결되는 관계의 양이 줄어드는 것과도 관련된다.

 

사람은 가족과 누리는 관계적인 즐거움도 있고, 직장 동료, 친구, 동호회, 봉사회, 다양한 모임 등 사회적으로 관계하면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즐거움이 있는데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관계는 극소수의 가족 몇 명으로 집중되어 버렸다. 그 이외의 관계는 돈벌이나 어떤 수단으로서만 남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다양한 욕구를 채우기 위해 가족이나 가장 가까운 한두 명에게 지나치게 의지하는 경우가 있다. 서로에게도 잘못된 기대가 되어 상처 입힐 수 있다.

 

“연구 결과는 명확하다. 친밀한 관계는 우리 몸과 마음을 지탱하는 놀라운 원천이 될 수 있지만, 그 관계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 관계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기회를 보장하고 싶다면 삶의 다른 부분을 잘 유지해서 그 관계를 지원해야 한다. 파트너가 실제로 우리의 반쪽일 수도 있지만, 그들의 힘만으로는 우리를 완전하게 만들 수 없다.”
_로버트 윌딩거, 마크 슐츠의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탐구보고서> 313쪽

 

삶의 질이 높고 나름의 행복을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긍정적 인간관계를 꾸준히 형성해 가야 한다는 말이다. 이 공간 또한 그러한 관계 형성의 바탕이 될 수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