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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생명을 살리는 사람들, 그런데 나는…

by 달그락달그락 2024. 2. 2.


화재 현장에서 돌아오지 못한 소방관들의 얼굴이 공개됐다. 이 사진은 순직한 김수광 소방교와 박수훈 소방사의 생전 모습이다. 일상 사진에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자부심과 행복했던 모습이 담겨 있었다는 기사.

한 분의 나이는 27세다. 연말 인스타에 소방관 근무복 차림에 "누군가의 크리스마스를 위해 내 크리스마스를 반납한다"라고 쓴 글, 너무나 뿌듯해하는 그의 모습을 보는데 가슴이 아린다.

특전사 출신이었던 박 소방사는 30대 중반이다(사진 오른쪽). 군대를 떠나 소방관이 된 이유가 "사람을 구하고 싶어서"였다고 전해진다.

두 분 모두 자기 목숨을 걸고 사람을 구하다가 이 땅을 떠났다. 너무 젊고 건강한 나이에 순직한 해맑은 얼굴을 보는데 괜히 울컥했다. 가슴이 아파.

오늘 하루를 산다는 것? 살아 낸다는 것은 뭘까?

누군가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목숨을 건다. 누군가는 가난하고 약한 자들의 목숨을 조금이라도 더 살려 보려는 법안을 아무렇지 않게 내 던지며 방해하고 있고, 어떤 노동자는 공장에서 주야간 교대하며 땀 흘리면서 일을 하고, 누군가는 병원에서 수술대에 누워 있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어떤 이는 개인의 이기성을 채우기 위해서 사기를 치고 있고, 자식이 왜 죽었는지 알 수 있는 법안을 뭉개는 정치인들까지 있는 세상이다. 모두가 자기 일에 열심을 내고 있다.

같은 시간을 부여받는 데 쓰는 모양새는 모두가 다르다. 사람을 살리는 이들이 있고, 죽이는 이들이 있다. 죽이면서도 살리기 위한다고 거짓말하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챙기는 자들도 많다.

10시 다 되어 귀가했다. 배가 고팠다. 컵라면을 꺼냈고 식탁에 먹다 남은 김밥이 있어서 목구멍에 넣고 있다. 아침부터 회의가 있었고, 전화 통화가 많았다. 오후에 결재와 사업 논의 하는 시간이 있었고 저녁에 남은 몇 분 선생님들과 대화도 길었다.

배고파서 컵라면을 먹고, 이런 글을 끄적여.

사진에 있는 두 청년의 해맑은 미소가 천사들이 잠시 이 땅에 들른 모습을 보인다. 오늘은 왜 이렇게 미안함이 큰지 모르겠다. 너무 미안한데 라면은 목구멍으로 잘도 넘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