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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미래] 아빠가 일해야 하는 이유

by 달그락달그락 2024. 2. 1.

아빵, 오늘 피곤함?”,

.. 조금 피곤. 요즘 일이 예전보다 재미가 없다.”

 

그럼, 아빠 일하지 말고 좀 쉬어.”,

정말 그래도 되니?”

 

그럼, 재미도 없고 힘든데 쉬어야지.”,

정말?, 아빠 일 안 하고 계속 쉬면, 너 아이유 콘서트 못 갈 수 있고, 지금 집에서 살 수 없을지도 몰라. 이전처럼 언니랑 같이 방을 써야 할 수도 있고?”

 

나는 또 극단적인 대답을 했고 중학생인 막내는 바로 한마디 했다.

그럼 안 되겠네. 아빠 계속 일해.”

 

아이말 듣다가 웃었다. 나는 계속해서 일해야 한다. 지난주 긴 회의 마치고 12시 다 되어 귀가해서 막내 방 침대에 걸터앉아서 대화 중 나온 한 토막이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이 노래는 아이들이 독립할 때까지 어떻게든 견뎌야 한다는 책임감의 노래로 읽힌다.

 

 

 

일주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일이 재밌을 때가 있고 가끔은 지치기도 한다. 누구나 그렇다. 힘들 때 잘 견디며 조절해야 오래 일한다. 좋을 때는 내버려 둬도 잘 간다. 힘든 일 있을 때 나를 견디게 하는 힘의 한 부분은 책임감이다.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뿐만 아니라 일 자체에 대한 책임, 거기에 얽힌 사람들에 대한 책임, 운영하는 연구소의 청소년공간에 선생님들까지 삶의 다양한 관계에서 오는 오만가지 책임에 있다.

 

바꾸어 보면 나와 연결된 사람들이 나에 대한 책임으로 함께 살아가기도 한다. 막내가 농담처럼 아빠 계속 일해.”라고 했지만, 이 아이는 존재 자체로 나에게 큰 힘을 주고 있다. 내 삶에 큰 부분을 책임져 주고 있는 것이다. ‘관계는 하나로 형성되지 않는다. 복수의 대상이 연결되면서 이루어진 특성이다. 나와 연결된 모든 사람들이 나를 책임져 주고 있는 것이다. 그 힘으로 버틸 때가 많다.

 

힌두교는 인생을 네 단계, 즉 아쉬라마(Ashrama)로 구분하는데 이건 현대의 여러 가지 심리학적 인생 단계 이론을 반영한다. 이 네 단계는 세상에 대해 배우는 학생’, 소명을 발전시키고 가족을 돌보는 가장’, 가정생활에서 물러나는 은퇴자’, 더 큰 영성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행자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종교를 떠나 (심리학적) 인생 단계에서 어쩌면 나는 학생과 가장의 그 어디쯤에서 좌충우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수행자는 언감생심 성찰도 부족하고 인간적인 욕망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본다.

 

그럼에도 무엇이 좋은 삶인지에 대해서 한가지는 안다. 친밀한 인간관계와 빈도와 질이 높을수록 삶의 질은 좋아 진다는 것. 그 관계의 질은 결국 우리가 연결된 사람이라는 어느 정도의 책임을 반영한다. 인간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 중 하나가 친밀한 인간관계다. 직업이 무엇인지, 연봉이 얼마인지, 집 평수가 몇 평인지도 신경 쓰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함께 연결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행복은 결정된다.

 

어쩌면 우리에게 좋은 삶의 방법은 결정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좋은 관계(행복한 삶)를 이루기 위해서 조금은 더 이타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것, 어쩌면 막내를 내가 책임져 주고 이 아이가 나를 책임져 주는 관계의 확장이다. 사회적인 책임의 관계가 넓어질수록 우리 삶의 질은 높아질 것이다. 나를 책임져 주는 사람들을 위해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빠가 책임을 지고, 일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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