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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일은 위 아래가 없다. 본질만 있을 뿐.

by 달그락달그락 2024. 1. 13.

우리 사회 구성원 중 돈을 버는 이들 상당수가 직장인인데 이들을 폄훼하는 이들이 있다. 창업 강사나 관계자 중 일 열심히 하는 직장인을 괜스레 까대는 이들. 마흔에 은퇴했다면서 직장 생활자들과 비교하고나 자신은 프리랜서 할 정도로 전문성 넘친다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프리랜서, 창업가 등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수준과 상황에 맞추어 열심히 살면 그만이다. 주관적인 한두 관점을 일반화해 직장생활하는 이들을 빨리 퇴직해야 한다거나 오랜 회사생활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를 경계할 일이다.

 

직장 그만두고 프리랜서 하거나 창업하면 대박 난다는 헛(?)소리에 현혹되지 말기를. 요즘 들어 한탕주의 만연한 소리가 커 보인다. 직장 생활은 언젠가 탈출해야 할 수단 정도로 여기면서 인터넷 날아다니는 월수 천만 원 번다는 이상한 광고나 이야기에 현혹되는 경우가 있다. 현실은 그렇게 월 천만 원 버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게 주장하는 이들은 특히 조심하시라.

 

2, 3백만 원 버는 사람이 갑자기 천만 원을 벌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직장 생활 잘하는 이가 프리랜서도 잘하고 창업도 잘한다. 지금 하는 일이 개차반인데 갑자기 독립하면 모든 일이 잘된다고 여기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셀러리맨들의 투명한 월급봉투는 대한민국 세금에서 거의 한 푼 새지 않고 잘 모아져 여러 곳에 쓰인다. 특히 벤처나 스타트업, 창업하는 이들 지원금이 모두 세금이라고 치면 이들을 위해서도 월급쟁이들이 상당히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현장 활동 시작하면서 너무 고되고 힘들었다. 치열하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열심히 했다. 갑자기 성직자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현장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강단에 선 목사님이나 만나던 신부님이 좋아 보였다. 이전에 일하던 단체에서 어설프게 신학자들 쫓아 다니면서 잠시 공부하다가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곳도 치열하기는 매한가지였다.

 

기관에서 활동하다가 조직 생활 지쳐서 사직하고 나만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개인연구소 만들어 독립했다. ‘청소년자치연구소였다. 프리랜서로 몇 년 생활하면서 돈도 조금 벌었다. 이전에 기관장 할 때보다 수입이 좋았다. 차도 사고 빚도 조금 값을 정도까지 나름대로 이 바닥에서 잘 나갔다(실은 집을 잘 나간 듯).

 

기관 단체 강의를 중심으로 했다. 심지어 서울에 대학과 대학원에서 몇 개의 강의를 맡기까지 했다. 책 쓰고, 연구하고 나름의 네트워크 운영하면서 전국적인 활동도 이어갔다. 그 안에도 장단점이 있었다. 일하는 모든 것이 돈으로 치환되는 경험을 하면서 장기적으로 내 삶을 고민하다가 다시 지역에 돌아왔다. 청소년자치공간(달그락달그락) 기획해서 운영하기 시작했고 법인이 생겼(연결됐). 이후 길위의청년학교도 이어서 운영하게 된다. 비영리기관이지만 월급을 받게 되었다. 모금도 해야 하고 후원도 해야 하는 이상한 위치이기는 하지만 어찌 됐건 4대 보험 내는 월급쟁이인 셈이다.

 

공부한 후 학위를 마치고 대학에 가 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현장 생활이 힘들어서다. 달그락 활동하는 중에도 아는 교수님이 대학에 원서를 넣어 보라고까지 권면했었다. 마음이 흔들리던 때도 있었으나 내 할 일은 현장에 있다고 믿고 지금, 이 모양(?)이 되었다.

 

 

 

나는 현장에서 활동하거나, 학계에 있거나, 정치인이 되거나, 월급을 받거나, 프리를 하거나, 창업을 하건, 그 어떤 일이든 나름의 장단점이 있고 의미와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떤 일이 위계 상 아래에 있고 어떤 일은 거쳐 가야 하는 일로 여기지 않는다. 현장에 일은 아래 일이고 교수가 되는 일이 위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시민사회 활동은 정치인이 되기 위한 관문이라고 여기지도 않는다. 각자의 위치에 맞는 정체성이 있고 그 안의 본질적인 목적에 최선을 다하면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믿는다.

 

현장에 있든 그 어디에서 일하든지 자기 일을 비하하는 이들은 경계한다. 반대로 프리랜서나 창업가라며 직장인보다 자신들이 위에 있다고 착각하는 이들, 대학에 있다고 현장을 무시하거나, 정치인이 되었다고 학계에 있는 이들을 하대하는 이들을 싫어할 뿐이다.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든지 그 일이 중요한 일이고 그 일을 잘해야 한다. 지금 내가 있는 위치와 공간에서 행하는 일이 가장 귀한 일이다. 그 일을 잘할 때 진급도 잘하고, 독립해서 프리도 잘하며, 창업도 잘하고 정치도 잘한다. 지금 하는 일이 엉망이면서 다른 일이 잘되겠거니 이동할 때 잘 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사람도 일도 그 자체가 목적이고 가치로 여겨야 하지 자신의 이기성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순간 망하기 딱 좋다.

 

나는 현장이 좋다. 강연장에서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한다. 연구는 조금 부담스러워 하지만 내 현장에 활동은 어떻게든 구조화시켜서 증명하고 정책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글 쓰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내용에 집중하려고 한다. 이 모두가 현장이 바탕이기에 그 현장성에 의해서 살아 움직여 나간다. 의사는 환자의 생명이 본질이듯 그 어떤 곳에서건 그 본질에 집중할 일이다. 그 본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