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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이사하고 처음으로 내 공간을 만들고 있다.

by 달그락달그락 2024. 1. 13.

 

 

집이 일차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이사 후 거실을 반 서재, 반 카페 형태로 바꾸려고 노력했다. 최근 몇 주간 매일 밤 조금씩 청소하며 정리했다. 핵심은 버리는 일이었다. 무조건 버리고 또 버리고 버렸다. 작은 아파트에 이렇게 잡다한 책과 자료가 많은 줄 이제야 알았다.

 

오래전이다.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내 방이 생겼다. 허름한 달동네 길가에 있는 집이었다. 갑자기 내 방이 생겼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방에 이부자리 빼놓고 가져다 놓을 게 별로 없었다. 안방에서 한쪽에 쌓여있던 전집과 내가 읽던 책을 책꽂이도 없이 이부자리 옆에다가 가지런히 세워놨다. 방이 꽉 찬 느낌이어서 좋았다.

 

아무것도 없던 집이었다. 가끔 천장에서 쥐 돌아다니는 소리가 나는 오래된 집. 문 열고 나가면 바로 사람들이 왕래하는 좁은 골목이 있는 곳이다. 아래 내려다보면 또 집이 있었고 그곳에는 내 또래 친구가 살고 있었다. 옆집도 거의 붙어 있다시피 했는데, 그 길가에 세 집이 있었다.

 

국민학교 저학년까지 개인 과외도 받았는데 아버지 사업망하고 이사 하며 올라온 달동네 집에서 내 10대의 모든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이사를 하였고 어느 날인가 나도 독립했다. 이후 몇 차례 이사한 후 몇 주전 옮긴 지금 집에 살고 있다.

 

 

 

몇 번째 이사인지 기억도 없지만 이번 이사한 곳은 내가 처음으로 내 공간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집은 거주의 공간으로 책상 하나와 몸 누일 곳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았는데 이번 이사한 곳은 또 다른 삶의 거점을 만들고 싶었다. 아이들도 각자 방을 주니 좋아했다.

 

삶을 살아가는 공간에 조금은 민감해질 필요가 있었다. 공간을 조금만 가꾸고 조정하며 여백을 남기면서 삶이 조금은 여유로워진다는 것도 알았다.

 

신경 쓸 일과 내려놓아야 할 일, 우선순위 등 나이 들면서 조정되는 일들이 생긴다. 그곳에 조금이라도 빈 공간이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