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사는 이야기

새벽 응급실에서

by 달그락달그락 2024. 1. 4.

어제 늦은 밤 가족 중 갑자기 배가 아파서 응급실에 왔다. 다행히 큰 병은 아니다. 수액 맞고 좋아져서 약 받고 귀가했다.

 

새벽녘 응급실.

 

 

 

어떤 이는 허리를 구부리고 고통을 호소하며 엄마인 듯한 여성에 품에 안겨서 힘겨워한다. 보호자 없이 계속 잠을 자며 링거 주사 줄에 피가 나오는 것도 모르는 아저씨도 있다. 간호사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끙끙대는 소리가 잠시 멈췄던 조용한 응급실에 갑자기 아이 울음소리가 크게 들린다. 그러다가 조용해졌다. 울음 소리는 반복된다.

 

갑자기 선배 생각이 났다. 오래 전이다. 삼성병원에서 간암 수술하고 누워 있을 때 병문안 갔었다. 그때가 생전 마지막 모습이었다. 역사교사 그만두고 이쪽 일(?) 하면서 지역 향토사 등을 주제로 청소년들과 활동했던 분이다. 담배를 자주 피웠고 조금은 까칠한 선배였다. 내게 경험했던 활동을 많이도 안내해 줬다.

 

전에 사무실도 교육 공간도 없이 정말 길 위에서만 길위의청년학교운영할 때였다. 청년들과 워크숍 할 때 시골집까지 내어 주며 도움 주던 선배가 있었다. 어느날인가 선배가 갑자기 떠났다는 이야를 들었다. 청년들과 캠프 갔다가 다음날 일어나지 못했다. 장례식장 갔을 때 입관 중이었다. 마지막 선배 얼굴 보는데 가슴이 너무 아팠다. 새벽에 서울에서 운전하며 돌아오며 차 안에서 울었다.

 

오늘 오전 일정 마치고 점심부터 익산에서 법인 대표자 회의가 있었다. 회의 마치고 사무실 들어오니 저녁이 되어 간다. 달그락 활동하고 졸업 후 타지에서 대학 다니던 청년이 방학이라고 찾아 왔다. 연애 이야기부터 자신의 성 정체성까지 여러 이야기를 쏟아 낸다. 워낙 경쾌하고 즐거운 친구여서인지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과정인 것만 같다. 사람을 치료()하는 사람은 어젯밤 2시 넘어 찾아간 응급실에서 만난 의사 선생님뿐만 아니라, 오늘 만난 법인 이사장님도 그랬고 저녁에 만나서 수다 떤 청년도 그랬다. 사무실에서 선생님들과 저녁 식사하면서 장난치며 대화할 때 그 순간, 우리 선생님들이 나에게는 치유자 같은 존재다.

 

이들이 나에게 뭘 해줘서가 아니다. 서로 거리낌 없이 장난치며 이야기 나누는 관계가 모두이나 최소한 나에게는 동료이자 존재 자체로 치유자 같은 존재가 된다. 나 또한 이들에게 그만큼의 좋은 선배로 관계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고 사랑하며 나누다가 모두 죽는다. 내가 사랑했던 선배들이 떠났던 것처럼 이 땅을 조용히 떠난다. 누구도 예외가 없다. 우주에서 볼 때 티끌도 안되는 시간을 살다가 떠나는 것이다. 조금의 시간 차이는 있지만 크게 보면 그리 차이도 없다. 그래서 더욱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해 보인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가 너무 중요하지.

 

내가 만나는 이들을 죽을힘을 다해 사랑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치유자로서의 된 삶을 살아야겠다. 죽을 힘이라고 쓴 것은 사랑하는 일이 쉽지 않아서다. 사랑하고 보듬어 안을 수 있으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오죽했으면 성경에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는게 메인으로 올라와 있을까.

 

갑자기 이런 글을 끄적이다니. 어제 잠을 안 잔 후유증이 맞다. 또 센치(?)해 지는구먼. 내일은 미터(?)까지는 가야지. 내일도 새벽에 길을 나서야.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