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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아빠의 규칙

by 달그락달그락 2023. 11. 9.

내 스마트폰에 카톡 등 모든 알람은 꺼 놨다. 카톡, 메시지, 페북, 인스타, 카스와 같은 SNS, 운영하는 카페나 블로그, 커뮤니티도 시간 될 때마다 들여다보고 확인하면서 정리한다. 카톡에 메시지 뜨면 개인이건 단체방이건 답할 내용이나 해야 할 일은 보는 순간 바로 처리한다. 스마트폰 어플에 숫자가 보이면 안 된다.

 

9시 내외 퇴근 시간이 되면 스마트폰 화면의 숫자는 거의 지워진다. 지금 이 시간(12시 내외)이면 0이 된다. 공지로 달린 글도 시간 지나면 무조건 삭제하거나 접어둔다. 어떤 이는 몇백 개의 숫자가 떠 있어도 신경 쓰지 않던데 나는 그럴 수가 없다. 습관인지 성격인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유일하게 수년간 톡 상단에 계속 올려놓은 메시지 하나가 있다. 막내가 보내 준 카톡(캡처 사진) 메시지다. 몇 년 전이다. 몇 개월 아플 때가 있었다. 아이들에게 내색하지 않았는데 알았나 보다. 우울이 바닥을 칠 때였다. 초등학생이었던 막내가 갑자기 이런 걸 써서 보내 줬다. 그 아이가 중학생이 되었다. 이 글이 지금 있는 줄도 모를 거다. 유일하게 지우지 않고 톡 상단에 살짝 접어놨다.

 

몸에 뭘 걸치는 것도 싫고 잡다하게 들고 다니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시계도 반지도 안 한 지 오래다. 지갑에 신용카드와 신분증 정도인데 이 년 전 큰아이가 써 준 편지는 넣고 다닌다. 종이가 돈보다 몇 배는 두껍다. 그래도 넣고 다닌다. 생일 편지였는데 글 읽다가 괜히 울컥했었다.

 

사람은 그런 존재다. 어떤 이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어떤 이에게는 삶의 이유를 선물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웃어주는 것, 그것만으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문제는 나다. 매번 열심히 활동 한다고 하는데 과정에서 가까운 이들에게 조금은 더 웃고 사랑한다고 행복하자고 하는지? 우리 아이들이 나에게 준 행복한 글이나 메시지와 같은 일을 하고는 있는지?

 

회의, 모임, 결제, 분석, 전화 또 전화, 또 전화, 오늘도 급하게 돌아간 하루였다. 그 하루를 복기하다가 생각이 많아졌다. 조금은 더 너그럽고 기다려도 될 터인데. 그렇게 죽어라 뭘 하지 않아도 될 터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