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현장의 후배들

2007년 처음 청소년시설의 기관장이 됐다. 내 사무실에 ‘관장(?)실’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지나가던 중학생이 나를 보면서 “샘 이방은 똥꼬(?) 뚫는 곳이에요?”라고 물었던 개인 사무실이 처음 생긴 해.

 

 

 

시설 운영 시작하면서 몇 명의 직원을 채용했다. 그중 한 명이 현재 다꿈의 센터장인 오성우 선생님. 이후 기관 옮기면서도 이 친구와는 계속해서 함께 하고 있다. 16, 7년째 함께 활동하고 있는 속 이야기 거의 할 수 있는 후배다. 달그락 시작하면서 박사과정 하던 오 선생님이 국장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경민 선생님은 대학에서 강의할 때 만난 학생이었다. 선생님이 막 졸업하고 청소년기관 입사 최종 면접 보는 당일 전화했는데 다음 날 짐 싸 들고 바로 군산에 왔다. 2015년 초에 겨울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대학까지 하면 벌써 12년을 이렇게 만난다. 이 친구가 30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다는 게 믿기지 않아.

 

은빛 선생님도 대학에서 만난 학생이다. 졸업 이후 몇 년간 서울의 청소년기관에서 활동하면서도 지역에 내려오면 선생이라며 꼭 찾아와서 인사하며 삶을 나누어 줬던 예의 바른 청년이었다. 달그락 확장되면서 조 선생에게 군산 올 수 있느냐고 했다. 서울 생활 정리하고 달그락에 합류했다. 3년째다.

 

지리산 소녀(귀농했다면 매번 고향은 서울이라고)인 이한 선생님은 지역 대학에 다니다가 달그락을 알게 되었고 자원 활동과 실습을 했다. 그리고 길위의청년학교 학생으로 입학해서 수료했다. 내 보기에 우리 기관에서 자존감이 가장 높은 친구다.

 

용준 선생님은 고교 때부터 달그락에서 청소년기자로 활동했다. 선생님들 영향이었는지 대학에서 사회복지 전공하고 군대까지 다녀왔고 달그락에서 실습까지 마쳤다. 과정에서 후배들을 위해서 꾸준히 자원활동 이어가다가 이번 해 자연스럽게 배려심이 너무 크게 넘치는 인턴이 되었다.

 

이 사진 속에 있는 선생님들과 인연의 시작이다.

 

익산에 두 분 선생님과의 인연도 재미있는데 한 분은 가르쳤던 학생의 남자친구이고(곧 결혼), 선생님 한 분은 실습하면서 만나게 되었고 모 재단에서 일하다가 익산 센터 만들어지면서 면접을 봤다.

 

그리고 정읍 달그락을 운영하는 우리 박 소장님. 서울의 기관에서 활동하다가 학위 받고 남편과 지역에 내려오면서 길청에서 함께 공부하고 나름의 비전을 나누었다. 그리고 길위의청년학교 유일한 졸업생이 되었다(지금까지 모두 수료생). 정읍에 달그락을 개척한 훌륭한 활동가요, 연구자다.

 

하루 있으면 달그락 시작한 지 10년째가 된다. 10주년. 그동안 3명의 선생님이 떠났다. 한 분은 달그락의 위원님과 연애하고 결혼했다. 나는 또 주례를 봤고 지역에서 두 친구는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고 있다. 돈 많이 벌면 달그락 후원도 많이 한다고 하는데. 일단 두 친구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면 좋겠다. 눈맞춤 작가단 만들었던 최 선생님은 고향인 대구로 돌아가서 ‘글’을 중심으로 한 민간 단체도 만들어 활동했고 최근에는 모 기관에서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송 선생님도 달그락 활동 마무리하고 고향인 대전으로 돌아가서 나름의 꿈을 꾸며 새로운 활동을 준비 중이다.

 

아마도 가족만큼(혹은 더 많은 시간)이나 더 깊고 긴 시간을 만나고 있는 선생님들이다. 달그락과 길위의청년학교가 이 정도 수준(?)으로 운영될 수 있는 이유는 이분들이 현장에서 청소년, 청년들과 깊게 관계하고 있어서다.

 

선생님들과의 관계가 매번 좋을 수 없다. 갈등하기도 하고, 가끔은 부딪쳐서 울며 나가기도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하는 게 있다. 서로 바닥을 보이면서도 끝까지 붙잡고 있는 서로에 대한 ‘신뢰’다. 나는 이 연결 고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갈등은 신뢰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다. 그 안에서 모든 일은 자연스럽다.

 

앞으로 서로가 얼마나 더 활동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최소한 지금처럼 바닥을 보이면서도 붙잡고 함께 할 수 있는 ‘정’이 있는 ‘신뢰’는 붙잡고 싶다. 한해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 언제인가 “나와 같은 상관이 내 앞에 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자 모든 게 분명해 보였다. 우리 선생님들이 정말 멋진 사람들이라는 것.

 

곧 새해다. 우리에게는 달그락 10주년이 되는 해다. 새롭게 기획되는 일이 몇 가지 있다. 그 10주년을 준비하면서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그 꿈을 이루는데 활동가이자 연구자인 우리들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고려하게 된다.

 

우리는 현장에서 비전을 중심으로 시민을 연결하는 사람이다. 공동체를 형성하고 청소년과 이웃을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각자의 전문성을 중심으로 교육이 가능한 교육자이고 연구자이다. 핵심은 ‘연결’에 있다. 그 연결을 통해서 청소년, 청년에게 안전한 관계의 공간을 기획 설계하는 사람들이다.

 

새해에도 이 청년들을 중심으로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달그락달그락 #길위의청년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