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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네버랜드가 아닌 ‘달그락’을 꿈꾸게 된 이유

by 달그락달그락 2023. 12. 17.

꿈꾸었던 네버랜드

 

내가 꿈꾸는 세상은 네버랜드였다. 어린이와 청소년들만 사는 피터펜의 세상이다.

 

청소년활동 하면서 알게 된 일이 많은데 그중 가장 큰 문제는 비청소년이라고 일컫는 기성세대들이 바라보는 청소년관이었다.

 

우리 사회 기성세대들은 청소년은 일단 가르치는 대상으로 치부한다. 교육열이 높다고 하는데 이는 거짓이다. 교육열이 아닌 입시열이 높을 뿐이다. 청소년은 다양한 위치권을 가진 시민이 아니다. 딱 하나다. 학생이라는 위치로 자리매김해 놓고 철저히 입시의 대상으로만 본다.

 

학교 밖 청소년은 불쌍하고 문제 있는 아이들이다. 이 또한 거짓이다. 학교 그만둔 70% 내외의 청소년들은 자기 삶의 의미와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찾기 위해서 그만둔다. 학교가 이를 담보하지 못한다고 여긴다. 이들을 두고 학업 중단 청소년이라는 표현을 하며 통계 내는 국가 기관이 있다. 이것도 잘 못 되었다. 학업을 중단한 게 아니고 학교를 그만두었을 뿐이다.

 

학업을 중단한 이들은 기성세대가 상대적으로 더 많다. 일 년에 책을 몇 권 읽었는지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학교에 다니고 안 다니고를 떠나서 청소년들이 학업을 이어가는 비율이 기성세대보다 상대적으로 매우 높게 나타난다.

 

 

입시의 대상이었던 청소년

 

그럼에도 청소년은 사회 통념상 입시의 대상이고 교육의 대상이며 상담과 복지, 보호의 대상일 뿐 시민으로서 주체로 존중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들의 행사라고 이름 지어진 청소년 행사에서조차 주인 행세하지 못한다.

 

기관단체에서 주관하는 청소년 행사를 하더라도 항상 메인은 정치인이나 지역의 힘이 있는 어떤 인사들의 축사로 채워진다. 청소년에게 지역에 이런 힘 있는 분들이 관심 가져 주니 나름 중요하다고 여긴다.

 

문제는 이들이 인사와 축사를 하는데 대부분 청소년과 관계자들 앉혀 놓고 교육 대상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치적을 설명하고서 자리를 바로 뜬다는 데 있다. 청소년의 본래 행사인 문화공연이나, 토론회 등 관련 내용을 전혀 지켜보지 않는 이들이 있다. 행사 주관하는 이들 또한 이들의 인사말이나 축사가 가장 중요한 순서로 긴장하며 진행하고 이들이 떠나면 그 이후에 본 행사인 청소년의 장은 적당히 흘러가는 되는 것 정도로 여기는 이들까지 있다. 행사 마친 후 후기라고 나오는 사진이나 홍보 영상에 청소년이 존재하지 않고 그곳에 인사말과 축사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메인으로 올라오는 경우를 보면 생각이 많아졌다.

 

청소년 행사의 주인공이면 그들의 모습을 지켜봐 주어야 옳다. 대통령, 장관, 시도지사 등이 주관하는 행사에서 인사, 축사만 하고 자리 뜨는 이들을 본 적이 없다. 행사 주관처 담당자들 또한 인사, 축사뿐만 아니라 본 행사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주인공을 우대하는 게 옳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소년 행사에 그들이 주인공 대접받는 경우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있을까? 심지어 학교 행사에 주인공은 누구인가?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네버랜드

 

현장 활동하며 우여곡절 겪으면서 네버랜드 같은 세상을 꿈꾸게 되었다. 하지만 피터펜은 존재하지 않았고 나 또한 29살이라고 우기고 살지만, 그들에게는 이미 조금은 까칠한 어른의 모습일 뿐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10대만 사는 세상이 청소년에게도 행복한 세상일까?”하는 문제다. 발달, 생리, 사회적, 역사, 문화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행복하다면 그런 세상을 계속 꿈꾸고 어떻게든 만들어 보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행복하다는 것은 같은 세대가 모여서 같은 세대의 이야기와 주장만 옳다고 여기는 세상이 아니었다. 네버랜드가 현실로 왔을 때 청소년 또한 행복한 세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행복한 세상은 청소년, 청년, 어린이, 중장년, 노인 세대까지 모두가 어울려 함께 하는 세대 통합적인 사회. 그러한 세상을 꿈꾸게 되었다. 다만 내가 만나는 청소년, 청년이 주인공인 행사에서 그들이 주인공 대접을 받는 세상(공간) 정도는 만들어야 했다.

 

청소년기관에서 중심은 청소년이어야 했고, 청년이 중심인 공간 또한 그들 중심이 되어 모든 게 이루어져야 옳다. 그들이 중심에 설 수 있고, 주인공이 될 수 있고, 주체로서 사회에서 건강한 시민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기성세대 즉 어른들이 많을 때 서로 더 좋은 사회로의 시너지가 발생한다.

 

 

기성세대도 지나온 청소년기

 

기성세대가 청소년을 만날 때 대하는 태도는 순전히 그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들 또한 청소년기에 학생이라는 위치에서 심한 입시열의 희생양이었다.

 

학교에서 교사에게 두들겨 맞으면서도 한마디 저항도 할 수 없는 세상이었다. 심지어 학교에 군대 훈련이 있었다. 폭력적인 군대를 그대로 학교에 연결하고 싶은 정치, 사회였던 모양이다.

 

가난한 국가에서 경제발전이라는 명목하에 먹고 사는데 몰빵하는 모든 힘겨움을 몸으로 견디어 낸 세대다. 나를 포함해 그들이 만난 현재의 청소년 세대는 그들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바라볼지 생각하면 복잡해진다. 그래서 더욱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장이 필요했다.

 

 

달그락이 더 크게 달그락 거리는 이유

 

내가 하는 청소년활동은 청소년만 하는 활동이 아니다. 우리가 꿈꾸는 지역사회는 청소년도 어른들도 서로가 어울려 함께 존중하면서 살아가는 사회로의 활동이다. 청소년활동을 하니 가능하면 청소년이 지금보다는 존중받기를 원하고 그들이 꿈꾸는 미래가 아닌 현재 그들이 참여하면서 변화시키는 지역사회를 꿈꾼다. 그러한 공간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이 <달그락달그락>이다.

 

이곳에 어른들은 대부분 청소년을 어떻게 하면 지원할지 매달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고, 그들 안에서 연구회도 운영하며 공부하고, 청소년 행사에 인사도 하지만 가능하면 끝까지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한다.

 

청소년에게 희망을 보며 꿈을 꾸지만, 지역에 이런 어른들을 만나면서 더 큰 꿈을 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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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토요일 오후 추운 날씨에도 달그락참여포럼에 청소년들과 함께하기 위해 눈길을 뚫고 달려와 끝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토론한 어른들의 모습을 보았다.

 

매달 위원회, 자원활동가, 연구회, 이사회, 봉사자, 후원자 모임 등 여러 공간이 만들어지고 청소년을 어떻게 지원하며 자신들의 활동을 이어갈지 고민하는 어른들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 큰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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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여 정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면서 페북 등 SNS에 이분들의 사진을 보는데 새롭다. 자신의 시간을 내고 자비량으로 참여하며 활동하고 청소년을 지원하는 지난 한해를 돌아보면서 괜히 울컥했다.

 

달그락에는 행사장에 계속해서 참여하며 청소년을 존중했던 어른들이 있었다. 그들이 있어서 달그락이 조금은 더 달그락거렸다. 이번 한해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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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맞는 달달파티가 일주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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