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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마을과 관계

긍정적인 인간관계는 서로를 알고자 하는 시간의 질에 있다.

by 달그락달그락 2023. 11. 3.

차를 뜯어 보니 부동액, 냉각수 등이 터져서 (?)을 고쳐야 합니다. 우리 회사에서 하면 비싼데요. 어디 보링센터를 가면 세척기도 있고 그리 가면 반값이니 그리 가세요.” 차 맡긴 공업사에서 기사님이 전화를 줬다. 그러고는 다른 업체 전화번호까지 찍어 줬다.

 

전화 끊고 잠시 생각해 보니 황당했다. 왜 자기 업체는 비싸다고 하고 다른 곳은 싸니 그쪽으로 가라는 건가? 이게 뭔 소린가? 사장님은 자기 직원이 저런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을 알고 있을까?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졌다. 공업사 전화해서 여직원에게 일정 마치고 직접 확인하고 수리할지 옮길지 결정한다고 했다.

 

사장님 만나서 자초지종 말해 주고 직원에게는 그러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할 것 같았다. 직원이 다른 곳으로 차를 보내려 하는 것 아닌가? 이런 경우 처음이어서 당황스러웠다. 오후 일정 마치고 공업사에 갔고 사장님 찾았다.

 

알고 보니 엔진 쪽에 세척 장비가 있는 곳이 있고 내가 이용하는 공업사는 세척이 아닌 통으로 갈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내부 세척 장비도 없고 해서 기사 입장에서는 가장 효율적으로 진행한 일이었고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내 차 점검한 기사님 불러서 이야기 다시 들었고 사장님과 다시 차를 열어 보면서 상황을 살폈다. 과정에서 사장님이 엔진 내려서 살피고 나서 보내든지 여기서 할 수 있는지 다시 점검해 보겠다고 했다.

 

오늘 사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자세히 설명을 들었고 그대로 수리하시라고 했다. 꽤 큰 돈이 들지만 그분을 믿는다. 이 업체는 10여 년간 가는 곳이다. 직영점이기도 해서 모든 기록이 남기도 사장님이 고객을 대하는 태도와 솔직함 때문이다. 기사님도 열심을 냈지만, 사장님은 경력이 두배 이상 되는 것 같았고 어떻게든 자기 차처럼 고쳐 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솔직해 보인다. 지난번에도 그랬다.

 

말은 잘 전해야 한다. 내년도 연구소 계획 세우는 것 때문에 달그락의 선생님들 한 분씩 면담 중이다. 일의 내용이나 직무도 중요하지만, 또 한편에서 서로 간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와 대하는 태도, 관점 등을 유심히 본다.

 

진실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세상의 그 어떤 논리도 주관적이다. 완전한 객관화가 있을까? 그럴 수 없다. 실증주의보다는 비판주의와 구성주의를 선호한다.

 

선생님들의 일하는 방식이나 사회와 지역, 사람을 바라보는 모든 관점이 다르다. 역량도 다르고 장단점도 다르다. 선생님들 개인과 개인이 모인 우리 현장에서의 자기 사고와 고민, 어떠한 제언과 상대와 관계를 어떻게 이루고 있는지를 자세히 보려고 노력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랜 시간 함께 하기 쉽지 않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사람이 가장 소중하다. 사람 때문에 활동한다. 그 소중한 사람들이 잘되기를 바란다. 그들의 고민과 관점을 가능한 한 솔직하게 이해해야만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나눌 수 있다. 어제도 월간 회의 두 시간 넘게 하고 선생님 한 분 만나서 세 시간 가까이 속 이야기 나누었다. 이 친구 울다 웃다 속 이야기를 다 드러낸다. 고민도 많았고 잘하는 것도 있고, 잘못된 판단도 있었다. 이 또한 내가 바라보는 시각이다. 그래서 조율과 관계의 과정이 너무나 중요하다.

 

 

 

79억 가까운 사람 중 같은 사람이 없다. 모두가 다르다.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나의 모든 것을 알고 내 욕구를 완전히 충족해 줄 수 없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달라서다. 하물며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우리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자각하고 그 다름이 무엇인지 알아 가는 과정이 중요할 뿐이다. 말투와 태도, 삶의 모습까지 꾸준히 만나고 관계하면서 상대의 본모습을 알아 가는 일이다. 우리 삶에 너무나도 중요한 관계의 법칙이라고 여긴다.

 

모든 것은 맥락이 있기 마련이다. 모든 개인이 행하는 태도가 옳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문제는 사람의 행동이나 말이 나오기까지의 맥락을 알아 가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 누군가 개인을 만나서 속 이야기를 나누는 것 부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우리 기관이야 관계가 조금 독특(?)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속을 많이 내비친다. 최소한 나에게는 그렇다. 그 속 이야기를 모두 듣고 고민해야 하고, 또 잘 못 판단하는 것은 설명도 해 주어야 한다. 인간관계의 조율로 그렇다. 지난한 시간이 필요하다. 과정에서 반드시 갈등도 유발된다. 그러한 시간을 거치면서 상대의 상황과 고민, 장점, 문제를 파악하면서 조율하게 된다. 물론 나 또한 내 속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변해 간다.

 

인간관계를 망치는 방법, 괴로움으로 나가는 길은 단순해 보인다. 자신의 속내를 계속 감추거나 그냥 무시하거나 넘기면서 상대에 대해 자기 생각만의 근거로 판단하는 일이다. 상대와 대화하거나 관계하지 않으니 편하다는 이도 있지만 갈등 없는 좋은 관계, 갈등 없는 지속적인 관계는 없다.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먼저 묻고 듣고 이야기 나누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지난한 노력이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한다.

 

만약 공업사 사장님을 만나서 기사님이 전해 준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지 않았다면 나는 속으로 오해하면서 이 업체 문제가 많다고 여기고 발길도 끊었을 테고, 또 다른 업체에 또 시간 들여 이동해서 견적 받고 시간도 더 걸렸을 거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솔직하게 대화하니 기사님도 사장님도 모두가 충실하게 자기 업무를 했다는 것을 알았다. 나 또한 그 과정에서 내용을 충분히 이해했으며 사장님이 다시 확인해서 자신이 처리하면서 고칠 수 있다고 이야기를 들으니 좋았다.

 

기관 내에 선생님들의 관계도 그렇다. 이기적인 욕망을 넘어서 서로가 잘되도록 잘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그 과정이 얼마나 귀한지 모른다.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갈등은 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모인 이유를 되새긴다. 기관의 비전과 개인이 가진 청소년에 대한 어떤 꿈을 항상 이야기하고 그리면서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그 관계하는 공간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더불어 사람이 잘 되는 방법이 함께 모인 공동체, 공간에서 가장 중요하게 접근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아 가는 일이다.

 

글이 길었다. 하루도 길었고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