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과학에는 수학식이 있는데 비행기가 나는 원리 중에 아직 답을 찾지 못한 방정식이 있대요.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이라고, 3차원에서도 해가 항상 존재하는지를 아직 증명하지 못했대요. 그러니까.... 답이 없어도 비행기는 나는 거죠...(중략)... 답이 없어도 비행기는 나는구나. 이유를 몰라도 좋은 건 좋은 거고... 왜 사는지 몰라도 계속 사는 것과 비슷하네요.” _ 최진영의 <단 한 사람> 중
우리 삶의 이유를 계속해서 탐구하면서 살아 낸다고 하지만 그 본질적 이유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지금까지의 내 결론은 단순하지. 태어났으니 그냥 사는 것이고, 살았으니 죽는 게 인생이다. 그래서 잘 살아야 한다. 참여, 자치, 연대, 환대 등의 가치를 붙잡으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유타주에는 8만 년 동안 산 나무들이 43헥타르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데, 그 나무들의 뿌리가 하나로 이어져 있다. 그 숲 전체가 한 그루의 나무라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혼자이지만 그 어디쯤의 뿌리는 모두 이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 이사장님 안내해 준 정현종 시인의 ‘비스듬히’라는 시에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라는 문구를 읽어 주었는데 좋았다. 나무 또한 공기에 기대어 살고 있었다.
사람은 혼자서 살지만 모두 같이 살고 있다. 책을 읽고 알았다.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나 나 혼자여서 살릴 수 있는 사람도 딱 한 명뿐이다. 그래서일까? 톨스토이는 세상에 가장 소중한 사람은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라고 그랬다.
오늘 밤에 만난 달그락 청소년위원님들이 그랬다. 그 순간에 가장 소중한 이들. 개인의 삶을 나누고 정치를 이야기했고, 사회에 고민을 투영했다. 달그락 청소년들을 어떻게 도울지 안건에 대해서 상의했고 11월 워크숍과 12월 첫 주 위원회 소풍 계획 짜면서 서로 간 깔깔대며 웃었다.
이번 달 위원회 출장과 개인 전시회 등 몇 분 위원님들의 여러 일정이 겹쳐서 참여율이 저조해서 걱정했는데 오늘도 모임 시간은 부족했다. 언제나 그랬다. 인원수와 관계 없이 밀도 있는 대화와 계속해서 나눌 게 커지는 대화가 그냥 좋았다.
김규영 위원님이 안내해 주신 <단 한 사람>을 읽었고, 최진영 작가를 찾다가 <구의 증명>도 읽었다. 몇 주 전에 큰애가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읽더니 마음이 무겁다고 한 책이었다. 위원회 책 모임 덕에 한주에 두 권의 소설을 읽었고 그 안에서 외로웠지만 또 다른 희망도 보았으며 사랑을 했다.
우리는 모두 사람을 만나는 이유가 있다. 위원회는 청소년을 지원하고 지역사회에 어떤 변화를 일구기 위해서 조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청소년활동은 기본값이 되었고, 삶을 나누는 사람 관계의 ‘정’이 깊어졌다. 그렇게 이분들과 마을에서 늙어가겠지? 앗, 나는 청년이니 늙지는 않을 거긴 하지만... 오늘도 좋았다.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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